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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여기가 좋아

[울릉도여행] 나리분지, 울릉천국, 그리고 관음도(2일차)

by 이류음주가무 2020. 6. 23.

울릉도 2일 차/2020.6.14.(일요일) 

아침 5시에 기상했다. 

지난밤에 들린 차 소리, 몽돌이 파도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친구 누군가가 코 고는 소리에 몇 번이나 뒤척였지만 그래도 잠은 잤다. 펜션 앞 잠깐 바닷가로 나갔다. 검은 몽돌 소리가 지금은 경쾌했다. 날은 검게 흐렸지만 새벽이라 그런 지 바람은 심하지 않았다. 먼 데서 무슨 일은 또 일어날 듯한 분위기다. 바다와 수평선은 어둡고 분위기는 차가웠다.

 

아침(07:30)은 라면으로 조촐하게 해결했다. 

오늘 나리분지에서 먹는 점심과 저녁이 특히 기대되기 때문이다. 8시 조금 넘어 일행은 여행을 시작했다. 울릉순환도로를 따라 가장 먼저 도착한 여행지는 숙소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서면에 있는 거북바위다.

 

바위 위로 올라가는 형상의 거북이와 내려가는 형상의 거북이가 보는 방향에 따라 6-9마리 정도 보인다고 했다. 사진 촬영 대상지로도 유명하고 낚시철에도 많은 이가 낚시를 위해 찾는다. 아침부터 불었던 바람이 조금 거세졌다. 파도도 높았다. 해안가 바위로 접근 자체가 매우 위험했다. 안전한 장소에서 몇 컷 스마트 폰으로 담았다. 

이어 찾은 곳이 선물 사는 장소다. 

 

우리끼리 왔으니 굳이 들리거나 사지 않아도 되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이 아름답고, 또 화장실 찾을 시간이 됐기 때문에 방문했다. 울릉도 호박엿과 젤리 그리고 호박 조청을 구입했다. 달콤하면서도 말랑말랑했다. 입 안에 달라붙지 않아서 좋다고도 했다. 조청은 너무 달지 않았고 호박 냄새도 풍겼다. 

다음에 한국의 10대 비경으로 선정된 '대풍감 해안절벽'을 감상할 수 있는 '울릉도등대'로 향했다. 하지만 가랑비가 내리고 흐려서 비경을 감상하기엔 적당하지 않은 날씨라 입구까지 갔다가 되돌렸다. 2년 전의 절경을 기억하는 선에서 이번 여행 대상에서는 그냥 통과했다. 처음 온 친구는 많이 아쉬 울테다.       

서면을 지나 북면으로 향하니 바다가 다시 푸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먹구름도 점차 물러갔다. 새털구름만 푸른 하늘을 수 놓았다. 먼바다 수평선은 해무로 보이지 않지만 가까운 바다는 푸르고 잔잔했다. 

국내 최초 유일의 문자조각공원인 '예림원'(054-791-9922, 울릉군 북면 울릉순환로 2746-24)을 찾았다. 

 

구름이 점차 사라지자 더위는 찜통 같았다.

 

예림원 입장료가 4천 원이다. 문자 조각은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나는 예림원에서도 멋진 바다와 아름다운 하늘에 매료됐다. 특히 예림원 수국이 예뻤다. 그렇지 않아도 수국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는데, 예림원 수국은 바로 어제 핀 꽃처럼 싱싱하고 융숭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빨간 수국 등 색깔도 다양했다. 그런 색의 수국은 보지 못했다. 산책로를 따라 관광객들은 수국을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는 수국과 관광객을 함께 담아봤다. 수국만 담을 때와 다르게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졌다. 사진의 결이 사람으로 인해 달라 보였다.

 

인공폭포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니 서면 쪽이 눈부시다. 북면 쪽 코끼리바위(공암)도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울릉도등대'에서 보지 못한 비경을 여기서 본다. 서둘러 내려오면서도 수국에 계속 시선이 머물렀다. 몇 컷을 더 담고 출구에 다다르니 기념품 코너가 나타났다. 특히 염색한 두건이 마음에 꼭 들었다. 흔히 주방장이나 예술가들이 주로 쓰는 데 염색제품이라 더욱 끌렸다. 구입하고 싶었다. 용기가 필요했지만 주저하며 결국 그냥 나왔다.

 

점심을 여유롭게 먹기 위해 서둘렀다. 

2년 전 '나리분지'에서 먹었던 산채정식을 잊지 못했다.

 

조껍데기막걸리 맛도 일품이었다. '나리분지'는 울릉도에서 유일한 평지라고 한다. 우리가 찾은 식당은 '나리촌식당'(울릉군 북면 나리1길 31-115, 054-791-6082)이다. 산채정식을 주문하면 반찬은 무한 리필이다. 저녁을 위해 점심은 산채 비빔밥을 주문했다. 조껍데기 대신 '씨껍데기막걸리'가 나왔고, 술은 술술 들어간다. 목 넘김이 달콤하고 짜릿했다. 하지만 나에겐 정량이 있다. 먹고 마시고 즐겁게 한 판 놀았다.

 

민박집을 알아보니 식당 사장이 직접 운영한단다. '채움민박'(울릉군 북면 나리1길 81, 054-791-6082, 10만 원)이다. 5명이 일박하기로 했다. 

 

가수 이장희 선생이 운영하는 '울릉천국'을 가는 길에 정말 울릉도에서 가장 예쁜 카페 '카페울라'를 찾았다.

 

내 기준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카페울라'(울릉군 북면 추산길 88-13, 전화 054-791-7790)였다. 시간은 촉박했다. 다른 일행은 밖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차로 향했다. 나는 카페에서 울라 유리병 하나, 에일맥주 두 병을 구입했다. 유리병을 구입하면 커피 한 잔은 서비스다. 앉아서 음미하고 싶었다.

 

서쪽 바위 산(송곳봉)은 뾰족히 높으면서 아름다운 위용을 자랑한다. 북쪽 낭떠러지기 해안은 사람의 모든 상념을 지워줄 것만 같은 뷰를 자랑한다. 이런 위치에 자리 잡은 곳이 이 카페이고 숙소였다. 전화가 왔다. 얼른 나오란다. 사실 조금 머물고 그냥 출발하자니 너무 아쉽다. 언젠가 기회 된다면 이 카페와 숙소에서 하루 숙박(2년 전 40여만 원?)하고 차를 마시며 온전히 보냈으면 하고 희망해 본다.

 

'울릉천국'(울릉군 북면 평리2길 207-16)에 도착(14:00-)했다. 

 

자연의 품 안에서 풍류를 만끽하는 70년대 포크 가수 이장희 선생의 보금자리다. 바위산과 나무가 마치 자연풍경을 담은 병풍처럼 감싸 안은 지형이라 아늑하고 편안했다. 두 시에 우리 친구들과 약속을 해놨으나 조금 늦게 선생은 무대에 나오셨다.

 

우리보다 열 살 위 선배인데도 매우 젊게 보였다. 그렇게 사시는 모습이 역시 좋았다. 선생이 울릉천국에 오게 된 동기 등 10여분 간 대화를 나누고, 질문을 받았다. 멀리 이천에서 왔다고, 고맙다고 했다. 기념사진도 함께 찍었다. 내부를 둘러봤다. 그 시절이 그립지만 누구나 되돌리 수는 없다. 

 

밖으로 나오니 구름이 또 예쁘게 '울릉천국'을 지나가고 있었다.

 

마치 천국의 하늘이 그런 것처럼 흐르고 또 흘렀다. 기타를 메고 간 친구들은 쉼터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면서 젊음을 만끽하며 놀았다. 젊은 대학생들이 MT 온 분위기였다. 접시꽃은 여기저기 붉게 피었고, 우물에는 작은 연꽃도 피었다.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여기저기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또 그늘에서 힐링하며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기서도 하루 조용히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울릉도는 천국 같다. 아니 나에겐 천국이다. 여기가 울릉천국이다. 

 

관음도로 향했다. 

'울릉도순환도로'는 모두 개통했지만 여기저기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그러다 보니 일정구간 일방통행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중간중간 쉬어가며 멋진 바다와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가며 관음도에 도착했다.

 

관음도는 지금 기러기 천국이다. 산란기다. 

 

기러기는 지난해 헤어진 짝을 찾고자 그렇게 운단다. 결국 작을 찾지 못하면 다른 짝을 만나는데 지금이 짝 찾기 계절인가 보다. 울음은 그치지 않고 여기저기 짝짓기 행위도 요란하다. 데크에는 새 똥이 지천이다. 재수 좋으면 맞고, 운이 안 좋으면 그냥 사이로 지나가는 형국이다. 

관음도는 2012년 보행연도교가 연결됐다. 

 

그때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원시림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보물섬 같은 존재다. 생태자연의 보존지로 야생식물의 천국이다. 여기서 보는 죽도는 물론, 내수전일출전망대 역시 장관이다. 죽도는 울릉도 부속섬 중 가장 큰 섬이다. 원래는 울릉도와 하나였으나 오래 세월, 파도의 침식으로 현재의 모습으로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입도 계획이 없었지만 다음에 연두랑 오면 꼭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늘의 만찬이 준비된, 그리고 숙소가 있는 나리분지로 향했다. 

 

오늘 만찬이 제일 풍성하지 않을까 싶다.

 

산채정식을 주문했다. 내 입에 맞는 수 많은 반찬이 나왔다. 밥에 다양한 반찬을 넣고 싱겁게 간을 한 다음 비볐다. 간을 싱겁게 하는 이유는 산나물 반찬의 맛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다. 역시 저녁에도 씨껍데기막걸리가 나왔다. 식사하면서 즐기는 수다가 재미있다. 시간 가는 줄 몰았다. 기타 치며 노래하는 상황도 한참이나 지속됐다. 시간은 흘렀고 해는 지기 시작했다. 구름이 아름다웠다. 노을은 더욱 빛났다. 나리분지는 어느새 우리 친구들과 함께 하나가 됐다. 

 

민박집에는 다른 여행객이 없었다. 

 

우리만 잤다. 그러다보니 민박집(나리촌 식당) 사장은 두 군데 방을 사용해도 좋다고 키를 준다. 민박집은 깨끗했다. 물은 시원하게 뿜어져 나왔고, 창문 너머 우는 새소리는 아름다웠다.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나리분지 바람은 시원했다. 그 소리는 마치 소나기가 내리는 듯했다. 바람은 새벽까지 쉼 없이 불고, 또 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