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에서 쌀밥이 가장 맛있는 집은 어딜까? 나는 이천 <송정영양집>이라고 단언한다.
이천에는 맛있는 밥집이 참 많다.
봄날 아지랑이가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들녘에서 땀을 흘리며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함께 먹던 들밥집이 있고, 적당한 시간으로 숙성한 회로 쫀득한 쌀밥을 정성스럽게 감싸 유명세를 탄 초밥집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천쌀밥집도 다양하다. 무청을 말린 시래기를 주 메뉴로 손님을 유혹하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반찬이 가득한 오래된 쌀밥집도 성업 중이다. 퓨전식으로 다양한 보조 메뉴가 끝없이 나오는 쌀밥집이 있는가 하면, 생선을 굽거나 생선을 찐 반찬에 고들고들하고 고소한 쌀밥이 나오는 생선 밥집까지 별의별 종류의 밥집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럼에도 오늘 소개하는 밥집은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밥집은 아니다. 그럼에도 위에 언급된 맛집보다 밥맛은 최고다. 그렇다고 해서 반찬이 맛이 없다거나 주 메뉴가 다른 맛집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소리도 절대 아니다. 다만 대중적이지 않은 염소탕, 삼계탕 또 거시기탕 등의 메뉴다 보니 좀 나이가 든 남자 손님이 친구들과 함께 많이 찾는 곳이다.
잘하건 못하던, 나이가 같거나 적거나 많거나 상관없이 족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토요일마다 서너 시간씩 땀을 흘린다. 이날 역시 땀을 많이 흘렸고, 새로운 장소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멤버 중 일부가 몸 보신하자는 제안을 했다. 누군가가 염소탕을 먹자고 했고, 누군가는 삼계탕을 먹겠다고 했다. 그래서 찾아간 맛집이 바로 이천 <송정영양집>이다.
토요일 초저녁이라 손님은 우리 외에 한 테이블밖에 없었다.
나는 염소탕을 주문했다. 나이 든 사장님 내외가 주문을 받으면서 하시는 말씀이 밥을 솥에 지어야 하기 때문에 20여분 정도 걸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 시간 동안 휴대폰을 보면서 그날 족구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금 지나니 밑반찬이 서너 가지 나왔다. 곧이어 염소탕과 삼계탕도 먹음직스럽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테이블에 놓였다. 염소탕에는 된장을 넣어 끓였고, 염소 고기는 생각보다는 많지는 않았다. 주인장을 탓하기보다 물가가 많이 오른 작금의 시대 상황으로 돌렸다.
곧이어 마치 기차소리처럼 칙칙칙하는 소리와 함께 김을 뿜는 작은 솥밥이 나왔다. 밥을 짓는데 20분 정도 걸렸다고 하니 맛이 다른 때보다 궁금했다. 솥밥이라 해도 대부분 나무 뚜껑이 덮여서 나오는데 <송정영양집>처럼 작은 압력솥 그대로 나오는 쌀밥집은 아마 처음인 듯했다.
뜨거운 솥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자 구수한 밥향이 콧속으로 들어와 미각을 뒤흔들어 놓는다.
모두가 솥뚜껑을 여는데 구수한 냄새가 식당 안을 가득 채운다. 어느 예술가는 향을 소재로 삼아 미술관을 방문한 관람객의 반응까지 생각해 설치작품을 만든다고 하는데, 쌀밥집에서 나는 매력적인 향을 이용한다면 모든 관람객은 행복한 표정을 지을듯하다. 어린 시절 가을햇볕으로 멍석에 말린 벼를 풍구가 돌아가는 창고에서 다시 적당한 습도를 유지시키면서 보관한 벼를 방앗간에서 갓 도정한 쌀을 사용해 밥을 지을 때만 나오는 구수한 향이었다.
숟가락으로 밥을 푸는데 향은 그치질 않았고, 질벅한 쌀밥은 부드럽고, 끈질기게 입안에서의 모든 촉각과 후각을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돌아가며 따듯하게 허기진 뱃속으로 부드럽고 찰지게 들어갔다. 어린 시절 집 뒤란에 있는 감나무 옆에 설치된 굴뚝 위로 흰 연기가 하늘로 길게 올라가는 어느 겨울날을 상기했다. 초가집 부엌에서 소나무 생가지를 잘라 불을 때면서 밥을 짙는 어머니도 생각났다. 그 옆에서 기다리던 여동생의 호기심 어린 얼굴이 떠올랐고,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기다리시던 아버지도 생각났다. 그 솥밥의 밥향은 오육십 년 전 기억과 추억의 터널 속으로 나를 빠르게 인도했다.
며칠 뒤에 다시 <송정영양집>으로 연두를 데리고 갔다. 물론 친구 내외와 또 다른 친구도 함께 갔다. 주인장께 맛있어서 다시 왔다면서 또 구수한 밥 한 사발과 누룽지까지 모두 비웠다. 물론 연두도 좋아했고, 친구는 물론 그 부인도 좋아했다.
입맛이 없을 때 어쩌면 우리에게는 구수한 쌀밥이 입맛을 되찾는 데는 최고다. 갓 수확한 벼를 따가운 가을 햇살에 적당한 습기가 유지된 상태로 멍석에 말린 후 바로 도정한 쌀을 깨끗이 씻어 가마솥에 넣고 물을 엄지손가락 첫마디보다 조금 낮게 부어 불을 때면 지금 <송정영양집> 밥맛처럼 그 맛이 났다. 지금은 그 과정 자체가 모두 신속히 인위적으로 과정을 거치다 보니 사실 아무리 좋은 벼를 도정해 쌀밥을 짓는다 해도 밥맛을 제대로 내기는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이천 송정동에 있는 <송정영양집>의 솥밥은 그때 그 맛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밥 한 그릇만으로도 다른 메뉴를 먹지 않아도 좋을 만큼 맛있는 밥집이 바로 <송정영양집>이다. 밥맛이 그릴 울 때 찾는 맛집 바로 <송정영양집>이다.
위치 / 이천시 증신로 345번 길 107(송정동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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