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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전동, 초보동장의 하루

[이천소식][창전동] 초보동장의 하루(14) - 창전동 글판, 이 여름에는

by 이류의하루 2018. 6. 2.

초보동장의 하루(14)
      
창전동 글판 / 정호승 풍경소리


광화문 글판은 늘 설렘이다.
힘 없이 늘어진 무기력을 
상큼한 과일에서 뿜어지는 달콤함으로 바꾼다.

 

이천시에 글판 제작을 제안했지만 답은 없었다.
어느 날부터 육교에, 설봉공원에 글판이 달리기 시작했다.

지인들로부터
이천시도 시나브로 변하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붉은색 신호등 앞에 차를 멈추고 잠깐 읽으면
종일 가슴에 남는다.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된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퇴근할 때 다시보면
무거운 눈꺼풀은 가장 빠른 속도로 가벼워진다.
글판이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은 글판을 사랑한다.     
 
창전동에서도 도입했다.
지난 봄, 이춘희 시인께서 싯구를 보내왔다.

 

키 큰 목련 한 그루
햇살 옷을 입으시네
순백의 누이가
웃음 짓는 봄

 

 
하루 하루 30도를 넘는 날씨가 계속된다.
기다리지도 않아도 온다는 봄은, 봄이 아니라 여름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여름은 벌써 왔다.

 

초보동장에게는 두번째이자 마지막 글판이다.
이 책 저 시집 읽고 검토할 시간도 없다.

 

 

구부러진 길이 좋다
들꽃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이준관 시인)

 

 

먼 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정호승 시인)

 

직원들에게 물어봤다.

정호승 시인의 문구는 너무나 유명해서
나는 내심 이준관 시인의 문구를 선택하기를 바랬다.

 

기대는 희망이고 소원으로 끝났다.

직원들은

올 여름 창전동 글판을 
정호승 시인의 '풍경 달다'로 정됐다.

 

 

 

몇 년전 한 여름 양평 수종사를 담은 사진을
바탕으로 정호승 시인의 시를 넣었다.

지치고 힘든 삶 속에
둘도 없는 친구나 벗의 보고 싶은 마음이

시민 누구에게나 전해지면 좋겠다.

 

* 초보동장 임기가 이번 달까지다. 4,320시간이 곧 지나간다.

  누군가가 창전동으로 와도 창전동 글판은 이어지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