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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맛집, 맛집, 그 맛집

[이천여행][이천맛집][이천이탈리아음식][이천카페] 트라토리아 마르조, 가장 맛있는 메뉴는?

by 이류음주가무 2022. 5. 28.

연두랑 결혼한 지 30년이 훌쩍 넘었다. 함께 살아오면서 다양한 경험과 상황이 벌어지고, 또 희비도 있었다. 그렇지만 참 잘했다는 생각이다. 현재까지 건강하게 또 원망 없이 살아왔고, 자녀 역시 자기 역할을 다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한 달 전 결혼기념일이 지나갔다. 이맘쯤이면 매번 아내에게 무엇인가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은 빚을 지고 살고 있긴 하다. 하루하루 그 빚을 갚으려고 은연중에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가끔 나서는 사람이 바로 딸 다연이다. 태어날 때부터 내가 곁에 있지 못해 늘 미안했지만 잘 성장했고, 나를 놀라게 하는 결정을 상의 없이 수시로 했지만, 결과는 늘 옳았다. 그래서 자랑스럽다.



결혼기념일 이벤트를 고민하고 있던 내게 맛있는, 아니 특별한 음식을 사주겠다며 구원투수로 나선 딸이 안내한 식당이 바로 도자예술촌 내 카페의 거리에 위치한 ‘트라토리아 마르조’란 이탈리아 식당이다.

 

사실 이곳에는 OUI 등 몇 군데 카페가 좋아 차를 마시러 갔었고, 막국수 맛집이 있어 친구와 가끔 점심을 먹으러 가기도 했다. 그런데 ‘트라토리아 마르조’란 식당은 미처 보지를 못했다. 그만큼 숨은 맛집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열두 시에 예약을 했지만, 식당의 노란 문은 열리지 않았다. '뭐 이런 데가 있지' 하고 전화를 거니 곧 문을 열어주신다. 알고 보니 열두 시에 예약한 우리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리를 안내하고 나서 메뉴판을 들고 와 설명한다.

 

내가 어떤 메뉴이고 맛인지 알 수 없고, 딸아이가 계산한다고 하니 다연이가 결정하는 대로 수긍하기로 했다. 나는 내부를 찬찬히 살폈다. 넓지는 않은 공간이다. 창가로 문을 열고 나서 보니 거기에 ‘마르조’란 작은 간판이 겨우 보인다.

 

식당 내부는 소박하고 또 차분하다. 많은 사람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식사하는 장소도 아닌 듯 따사로운 햇볕이 가게 안을 조용히 밝힌다. 각종 와인 등 술병도 가득하고, 오래된 듯한 음향기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정중동 속에서 주방장이 준비하는 요리의 분주함을 연주하는 듯하다.

 

메뉴는 계절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딸아이에게 메뉴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설명하는 모습이 고맙다. 결혼기념일이라며 딸아이는 다섯 가지 요리를 주문했다. 나는 맥주 한 병을, 두 여자는 무 알코올 와인을 주문했다. 

 

첫 번째 나온 요리는 새우가 들어간 ‘제주 딱새우 따야린’이란다. 원래 새우는 좋아하지 않지만, 며칠이 지나고서도 ‘마르조’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이스크림처럼 입안에서 식감을 느낄 틈도 없이 살살 넘어간다고 할까? 시원한 맥주 한 모금씩 들이키니 이렇게 새롭고 맛있는 새우요리는 처음인듯하다.

 

다음에 나온 음식은 이천 쌀로 만든 ‘이천 쌀 대파 아란치니’란다. '아란치니'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유명한 밥 튀김이라고 하는데 이천 쌀로 만들었다고 해서 먹어봤다. 

 

이어 나온 음식은 '파스타'다. 부지깽이나물과 가평 잣이 들어간 봄나물 ‘페스토 탈리아탈레’란다. 이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지만, 쫀득한 면에 푸른색의 나물과 잣이 들어가니 고소하고, 몸과 정신이 건강해지는 느낌도 가득하다. 

 

다음은 ‘이베리코 라구 딸리아뗄레’다. 이름은 복잡하지만, 면에 어떤 소스(돼지고기?)가 들어갔는데 그 소스가 들어간 음식을 칭하는 듯하다. 네 번째 나왔지만, 소스의 특이한 맛에 또 접시를 비우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나온 ‘트러플 안심 스테이크’다. 김제인가 정읍에서 주문한 한우로 요리했단다. 잘게 조금씩 썰어 맛을 보았다. 마치 임실치즈처럼 부드럽고 살살 녹는다. 스테이크가 이렇게 맛있는 식당은 마르조가 처음 같다. 소금을 조금 찍어서 먹기도 했지만, 그냥 먹어도 생즙이 잘잘 흐르면서도 부드럽다. 맛이 최고이다 보니 다섯 번째 나온 음식임에도 한 점을 남길 수가 없었다.

 

지난해에는 두 여자만 가서 먹었다. 그날 약속이 있는 나는 제외되고, 두 여자만 가서 먹었다고 얘기하니, 주인장이 부산에서 막 올라왔다며 덜 익은 듯한 작은 토마토를 각지게 썰어 서비스로 준다. 토마토는 빨간색이어야 잘 익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푸른색이 도는 작은 토마토가 의외로 찰지고 달콤하다. 껍질도 단단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드럽다.

 

‘트라토리아 마르조’는 대한민국 각 지역의 주요 특산품을 직접 소량 구매해 요리한단다. 예를 들자면 김제(정읍) 한우, 이천 쌀과 딸기, 제주 딱새우, 가평 잣, 완도 전복, 서천 가을 전어 등등. 그러다 보니 요리에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식재료에 근본적인 자부심이 그 어느 식당보다 강했다. 그래서 맛을 보장한다.

 

지금도 마르조를 생각하면 처음 먹었던 ‘딱새우 요리’와 마지막 ‘한우 스테이크’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그리고 입안의 침이 자동으로 꿀꺽 삼켜진다. 내년을 기다리기보다는 올여름 나의 생일에, 가을 아내 생일에 또다시 가서 맛보고 싶다. 계절마다 요리가 조금씩 다르다고 하니 비록 가격은 조금 부담이지만, 여름에, 가을에 맛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메뉴가 또 기다려진다.


♧ 위치 / 이천시 신둔면 도자예술로 62번 길 27-9(1층) / 트라토리아 마르조 
♧ 운영 / 예약제로 운영하며, 1인 1 주류 필수다.
♧ 휴무 / 매주 월, 화는 휴무다.

♧ 바로가기 /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