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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책방을 찾아가다

[이천 카페][이천 카페 추천][도화지 카페] 도화지 카페, 복숭아 과수원에 있다고?

by 이류음주가무 2023. 2. 17.

마치 무릉도원으로 가는, 그 한가운데에 있는 멋진 도화지 카페 

대월면 군량리 오른쪽으로 농촌의 길을 따라갔다. 옆에는 조금 낮은 논바닥이 내려다보인다. 차 하나 겨우 지나가는 좁은 길이다. 맞은편에서 차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운전하는 딸은 조바심을 낸다. 어떻게 이런 외진 장소에, 그것도 계속 좁은 길을 따라가야만, 도착할 수 있는 숨겨진 장소에 카페를 열 생각을 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느린 속도로 조심조심 운전했다.

오르는 듯한 길가에는 드문드문한 자리한 시골집이 다정도 하다. 우아한 한옥의 가옥도 나온다. 개가 짖거나 닭이 홰치는 소리는 고향 같다는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다행히 맞은편에서 다른 차가 나오지는 않았다.

카페에 도착하기 전에 좌우로 과수원이 슬슬 보였다. 아직 바람도 차고 그늘진 응달엔 엷은 얼음이 아침 햇살에 빛나고 있었다. 복숭아나무 가지마다 붉게 물들어 가는 모습을 보니 봄은 이내 오겠구나 하며, 고개를 넘어 능선 길을 따라가는데 주변은 온통 과수원이다. 복숭아 과수원이다.

 


거기에 도화지란 카페가 나 보란 듯 도도하고 순결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조금 떨어진 곳에 축사가 있어 가끔은 고향 냄새도 풍긴단다. 처음에는 도화지란 의미를 카페가 세워진 땅으로 생각했다. 높지 않은 높이의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땅은 평평한 면으로 보이고, 그 면에 건물과 복숭아꽃과 복숭아가 다양한 색과 형태로 사시사철 자라고 변하면서 그려지는 바로 도화지, 캔버스 말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놀라운(?) 상상이라며 나는 흐뭇했다. 물론 책을 좋아하는 주인장 하고 카페 이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물어보거나 답을 듣지는 못했다.

카페에 도착하고 나서 내 생각을 바꾸었다. 주변이 온통 과수원이다. 과수원도 모두 복숭아 농장이다. 이천에서 복숭아 농사로 유명한 칠성농장도 다정하게 이웃한다.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복숭아 밭이고, 과수원이고, 농장이다. 복숭아 꽃이 피는 땅이란 도화지로 카페 이름을 정했으리라 카페에 와서 확신했다. 주인장에게는 끝내 의미를 물어보지는 않았다.

 

흰색과 회색의 카페건물은 단아하고 단정했다. 늦겨울이라 쌀쌀한 기운이 아직은 감돌지만 주변보다 우뚝선 장소라 시원했다. 주차장도 불편이 없다. 주차 후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창문 너머로 복숭아밭이 눈에 들어온다. 문을 열고 카페에 들어서니 내부가 환하다. 건물 내부의 디자인이나 색, 테이블과 의자가 품격 있다. 정식으로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매장에는 축하 리본이 달린 화분들이 가득하다. 화분들이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하고 반갑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북측 창가 쪽으로 과수원 전경이 가득 들어온다. 반지하의 분위기다. 유리창 너머 잔디밭은 도화지처럼 깨끗하다. 복숭아나무 역시 열을 지어, 줄을 지어 자기 자리에서 건강한 자태를 농밀하게 뽐낸다. 아직은 꽃을 피기 이르다며 단호하게 서 있다. 과수원 둘레를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야자매트도 깔아놨다. 지난해에는 복숭아 꽃이 언제  피었는지 궁금해서 주인장께 물었다. 작년에는 4월 5일경 피었다고 말씀하신다. 지금 그 모습을 상상해도 즐겁다.

 


테이블이나 의자도 다양했다. 가볍지는 않았지만, 품격은 느껴진다. 주인장의 안목이 배어 나오는 대목이다. 벽면에 그림이 놓여 있어 혹시 본인이 그렸냐고 물어봤다. 그림은 좋아하지만, 친구가 선물로 주었단다. 그림을 축하 선물로 주는 친구가 있다니 부럽다. 그림도 카페의 분위기를 한층 북돋아 준다.

 

수수한 건물 내부를 화려하지 않은 밝은 색으로 표현한 그림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으니 카페의 수준과 품격을 더한다. 책을 좋아한다 해서 책장을 눈여겨봤다. 내가 대여해 읽었거나 서재에 꽃인 책이 제법 많다. 독서 취향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다만 그림(예술)과 관련된 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더니 서재에 많다며 친절하게 다음에는 손님들이 읽을 수 있도록 카페에 비치하겠단다.

 

딸아이의 말을 빌리자면 커피나 디저트도 수준 이상이라고 엄지척한다. 내 입맛에는 모두 좋았지만 까다로운 입맛을 고수하는 딸아이의 평가를 보면 역시 맛도 괜찮은 카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연두도 딸아이도 밖을 거닌다. 나는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디저트를 먹으며, 이웃 도도한복숭아 칠성공원 사장님댁에서 보내준 맛있는 복숭아약식떡까지 맛보며 그 풍경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바라보본다. 카메라와 가슴에도 담는다.

 

복숭아꽃이 피는 4월이면, 온통 붉은 꽃이 만발할 도화지를 생각하면 가슴은 설레면서 흥분된다. 무릉도원 같은 카페를 곧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은 행복하고 기대되는 고문(?)이랄까. 때로는 세월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지나간다고 한탄하고 원망하지만, 풍경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어서 2월이 가고 3월이 지나가고 4월이 오기를 기대하는 나는 ‘에곤 실레’의 <이중 자화상>을 가진 그 아이는 아닐까. 


<도화지>
이천시 대월면 대월로 373번 길 236
전화 0507-1360-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