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도 참 아름다운 카페, 양평 <그린 망고>
양평 개군면 신내리는 소박한 맛집이 제법 소문이나 미식가들이 몰려드는 마을이다. 맑은 하천이 흐르고 있어 주변에는 콘도 등 숙박업소도 많다. 80년대 신병 교육을 마치고 이등병 계급장을 단 후 자대배치를 받기 위해 잠시 머물렀던 군부대는 아직도 건재하다. 다양한 이유와 상황이 만들어져 이곳을 방문하는 외지인이 상당하다. 물론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가끔 얼큰한 해장국을 먹고 싶다. 선지도 들어가고, 내장도 많으며, 고소한 콩나물도 가득한 <양평신내서울해장국>을 한 그릇을 비우면 답답했던 속은 후끈 달아오르고 좁아져 있던 가슴은 활짝 열린다. 인근에는 <신내보리밥집>도 있다. 나물 등이 가득한 그릇에 탱글탱글한 보리밥과 고소한 참기름을 넣고 비벼 먹으면 내가 지금 누구랑 와서 먹는지도 모르고, 다 비운 뒤에야 조심스럽게 쳐다보는 고약한 맛집이다. 소박한 맛집이 즐비한 신내리에 아쉬운 점은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카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무능이다.
최근 신내리 인근에 숨어있던 한 카페를 드디어 발견했다. 우연한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졌고, 연두랑 함께 현장을 찾아갔다. 물론 이천에서는 승용차로 40여 분이 넘게 걸린다. 커피값보다 기름 등 부대비용이 더 들어갈 수도 있다. 찾아가면서 설마 이 마을 어디에 있어? 하고 우려스러운 시선과 생각으로 달려갔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카페 맞은편에는 철조망이 쳐진 군부대가 있고, 마을을 관통하는 길가엔 낡고 오래된 집이 보였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커다란 돌덩이 간판이 반겼다.
약간 의구심을 품고 주차를 했는데, 분위기는 평범하지 않았다. 주차장은 청결하고 넓었다. 주차장과 담장이 쳐진 너머를 살펴보니 잘 가꾸어진 미로 같은 정원과 어린이 놀이 시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건물은 짙은 색으로 꾸몄고, 단정하면서도 소박했다. 아직 봄의 전령이 마른 나뭇가지 등에는 방문을 하지 않아 다소 을씨년스럽지만 자세는 맞은편 군부대의 군인들처럼 바르다.
카페 벽면에는 초록과 꽃이 가득했던 시절에 찍은 사진이 가득했고, 테라스에도 기하학적인 차가운 아름다움이 소실점을 향해 느껴졌다. 수입 도자기를 비롯해 구두 등이 디스플레이되어 있었다. 카페를 운영하면서 도자기와 구두 등을 함께 판매하나 보다.
노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카페 안을 보고 나와 딸은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내부가 가볍지 않고 단단하고 묵직하면서도 품위를 느꼈기 때문이다. 조명은 물론 다양한 테이블 등 가구, 창으로 보이는 정원, 나중에 이용한 화장실까지, 어느 하나 흠을 잡을 구석이 보이지 않았다. 딸아이는 구수한 커피 향이 가득한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우리는 피자와 커피를 주문했다. 피자가 맛있다는 소문을 확인하고 싶었다. 아침을 먹은 지 채 두 시간이 지나지 않아 한 판만 주문했다. 메뉴가 나오기 전 내부를 둘러보며 서빙 보시는 분께 사진 촬영 동의를 받은 후 카페 내부를 살폈고 사진을 찍었다.
단단하고 품격 있는 가구, 따듯하고 고급스러운 조명, 벽면 장식의 견고함과 절제, 유쾌한 거울 위치, 전반적인 청결함. 나는 이런 분위기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와 화가로 비유를 든다. 가수는 장혜진이다. 장혜진만큼 흔들림 없이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화가는 폴 세잔이다. 폴 세잔은 그림으로 세상을 견고하면서도 단단하게 표현했다. 추상적인 면도 엿보인다.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이다.
<그린 망고> 카페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가수 장혜진을 닮았고, 화가 폴 세잔의 그림 느낌이 난다. 카페를 은유하고 평가하는 데 있어서 장혜진과 폴 세잔을 언급했다면 내가 이 카페를 가장 좋아한다는, 내 취향에 완벽히 들어 들어맞는다는 찬사의 다름이 아니다.
반대편 문을 열고 나가니, 아직 봄이 오기 전이라도 영국식 정원은 어느 하나 흐트러짐이 없이 단정하다. 비록 지난해 피었던 수국이 마른 상태로 피어 있지만 마치 지난해 만개한 수국처럼 아름답다. 계절마다 피는 꽃을 달리 심다 보니 마치 환상의 정원, 천상의 정원, 꿈속의 정원이 아닐까 상상이 간다. 정원은 전문가가 조성했고, 양평군 공식정원으로도 선정됐단다.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나는 무조건 “얼죽아”다. 천천히 혀로 음미하면서 목 넘김을 즐겼다. 커피 맛은 고소했고, 향은 깊고 오래갔다. 고소하면서도 씁쓸한 맛은 마치 달콤한 꿀에 목숨을 건 작은 생물의 무모함이 느껴질 정도로 매력적이다.
직접 키워 만든 바질페스토와 국내산 자연 치즈를 사용한 피자는 ‘도우’의 다정함이 맛을 한 층 돋워 준다. 결국, 나는 한 판의 절반은 먹었다. 물론 아내와 딸은 나를 욕심 많은 남편이나 아빠로 나를 평가하지 않고, 고맙게도 피자가 맛이 있어 잘 먹는 남편, 아빠로 이해해 줬다.
다정하고도 고품격 분위기 속에서 또 다른 일정이 있어 문을 나서려니 아쉬움은 크다. 나의 시선은 아름다운 정원으로 향하고, 마치 관음증 환자처럼 카페 내부를 속속들이 살피고 눈에 담았다. 다음에는 또 다른 풍경이나 분위기를 기대하면서 다시 찾고 또 찾아야겠다.
< 그린 망고 >
위치 / 경기 양평군 개군면 개군산로 32
전화 / 0507-1341-2834
영업 / 09:00 – 19:00 / 매주 수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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