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일 / 5.25.
도판에 새긴 명화 오츠카 미술관 관람, 그리고 전통무용을 배우다.(1)
제3일 차 문화탐방 마지막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젯밤에 본 시내를 돌았다. 이른 시간이라 차량 통행은 물론 걷는 사람도 드물고, 도시는 조용했다. 간밤에 본 풍경을 아침에 보니 일본의 다른 도시보다 조금은 오래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쇠락하고 있는 분위기다.
밤에 본 하천은 매우 작고 물도 맑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골목이건 큰길이건 도시 자체는 깨끗하다. 역사에 이르니 아직 운행시간 전이라 조용하다.
숙소로 돌아와 이르게 식사를 했다. 뷔페식이지만 마치 어느 결혼식장 피로연 같은 분위기다. 온천욕을 마친 복장 그대로 걸치고 식사하는 사람도 많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1층 온천욕장으로 향했다. 어제와 목욕 장소가 교체됐다. 서로 기를 받기 위해서다.
오늘은 현대미술과 전통예술을 체험한다. ‘오오나루토 교’과 ‘오츠카 미술관’을 구경하고 ‘아와주로베 저택’의 인형극과 ‘아와오도리 공연’을 관람한다.
전용 버스는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도쿠시마에 도착했다. 나루토 교 아래의 소용돌이치는 물결을 보기 위해서다. 버스에서 내려 오 분 정도 걸어 매표소에 도착했다. 제법 관람객들이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하니 물결이 그렇게 역동적이지는 않았다. 한 배가 그 물결 속으로 들어갔다. 폭풍우 몰아치고 천둥 번개 치는 날 방문하면, 입장할 때 나눠 준 엽서에 나오는 장면처럼 한 번에 집어삼킬 괴물 같은 파도의 소용돌이를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싱겁다.
오츠카 미술관에 도착했다. 일본 최대의 상설 전시공간을 보유한 도판 명화 미술관이다. 포카리스웨트 음료를 만든 오츠카 그룹이 창립 75주년 기념사업으로 도쿠시마에 세웠다.
원화는 환경오염이나 지진, 화재 등으로 퇴색하거나 훼손되지만, 도판 명화는 2000년 이상 색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작품 수가 천 점 이상으로 지하 3층, 지상 2층까지 넓은 공간을 원형 공간에 전시했다.
입장권을 구매하는 동안, 미술관 앞에 게양된 만국기를 하나하나 바라봤다. 우리 국기는 보이지 않았다.
입장권을 들고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관람하기 쉽게 번호와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시간은 한 시간 정도 주어졌다. 처음부터 고대의 무덤 등으로 보는 데 너무나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원래 공간이 바로 오츠카 미술관 같았다.
바티칸 시스티나성당의 천장벽화를 비롯해 고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근대, 현대미술로 이어지는 작품을 짧은 시간 안에 보려니 마음은 급했다. 다른 일행과 관람 일정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보는 작품마다 거의 모두 예술사 책에서 본 그림이고 도판이다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보고 싶은 욕심은 끝이 없었지만, 관람하라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끝이 다가왔다. 결국, 유명 작가의 작품만 찾아 휙 보고 내려와야 했다.
그래도 <페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비롯해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고 원화도 많이 소유한 <빈센트 고흐>의 ‘해바라기’ 전시실에서는 원화를 보듯 질감도 느껴보며 관람할 수 있었다.
고흐의 ‘해바라기’에서 보이는 작가의 붓 터치까지 도판에 그려낸 섬세한 손길은 일본의 복원 기술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물감을 바르고 구워내기까지는 미술 기법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도자기 제작기술까지 놀라울 뿐이다.
내려오라는 시간은 겨우 일이 분 남았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다 그만 3층까지 올라갔다. 잘못 내렸는데 거기에는 그 유명한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드롭 페인팅)의 그림이 도판으로 나란히 장식하고 있었다.
조금 덜어진 거리에서도 질감이나 색상을 느낄 정도로 대단했다. 결국, 현대미술은 두 작품만 볼 수밖에 없었다. 30여분 이동 후 맛있는 점심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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