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24. 나오시마 섬 / 이우환미술관, 밸리 갤러리
다음 역시 <안도 다다오>의 건축이 주위와 서로 어울려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인 이우환 미술관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계단 이래로 내려갔다. 미술관은 크지 않았지만, 야외 공간은 넓었다. 야외 잔디밭 공간에는 그의 작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철학자이기도 한 이우환 작가는 한국의 대표 예술가다. 2011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가진 세계적인 작가이기도 하다. ‘돌은 시간의 덩어리다. 지구보다도 오래됐다. 돌에서 추출한 물질이 철판이다. 결국, 돌과 철판은 서로 형제다. 돌과 철판의 만남, 자연과 문명의 대화를 통해 미래를 암시하는 일이 내 작품의 발상이다‘라고 이우환 작가는 노트에 적었다.
자연을 상징하는 돌, 산업사회를 대표하는 강철판 등의 <관계항> 시리즈 작품은 그래서 나오시마 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 같다. 야외 작품 앞에서 감상하고 사진을 찍고 있으면서 시간을 보내니 입장하라고 독촉한다.
미술관으로 입장했다. 벽을 따라갔다. 그의 70년 초기 그림이 점과 선 시리즈 몇 점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은 거울에 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가 만든 돌과 철은 어두운 바닥에 설치되어 있었다. 작가는 문명(산업), 자연, 사람이 서로 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한다며 ‘관계항’이라는 작품으로 늘 자신의 철학을 강조했다.
최근에 만들어진 작품은 ‘무한문(2019)’이다.
무한문의 아치는 바다로 나갈 수 있는 문, 산골짜기로 들어오게 하는 문, 그야말로 막힌 벽이 없이 사람과 자연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무한한 우주의 통로처럼 보였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작품 앞에서 두 팔을 들어, 점프하며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못내 아쉬워 자꾸 뒤를 돌아봤다. 그때 미술관 뒤쪽 산 위로 흰 구름이 묘하게 어떤 형상을 지으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람에 실려 조금씩 이동하면서 형상을 만들어 낸 구름은 드디어 이우환의 작품의 일부인 둥근 원주 위에 걸렸다.
묘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마침 어느 외국인 사진가가 사진을 찍고 있었고, 그 앞에 우리 일행인 안말환 작가님이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메라 셔터가 몇 차례 기계음을 울렸다.
세 번째 관람지는 최근에 문을 연 밸리 갤러리이다.
애당초 관람 일정에 없었던 갤러리였다. 이우환 미술관 맞은편에 자리 잡았다. 호박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은 <쿠사마 야요이>의 스테인리스 공을 전시한 ‘나르시소스 정원’과 <오자와 쓰요시>의 ‘불상 88-88(2006/2022)’로 구성했다.
작은 우물에 떠 있는 공은 바람에 따라 이리 몰리고 저리 움직인다. 미술관 건물 안에도 여기저기 공이 놓여있었다. 누군가 궁금해 만지려고 하니 놀라 제지한다. 무게와 재료가 궁금했다.
특히 <오자와 쓰요시>가 만든 불상의 재료는 나오시마 전역에 남아있는 광석에서 금속을 빼낸 찌꺼기인 슬래그로 만들었다.
예술가들이 재료를 대하는 발상이나 인식이 놀랍고 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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