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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그 기억을 담아

[일본여행] 안도 다다오, 그를 만나러 갔다.(1)

by 이류의하루 2023. 6. 18.

지난 5월 23일부터 5월 26일까지 이천문화원에서 주관하는 일본문화탐방을 아내와 다녀왔다. 일본의 전통춤과 인형극, 그리고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관람하고 방문하는 일정에는 37명이 참가했다. 마치 내가 활동하는 동아리를 위한 문화탐방 코스처럼 보였지만, 아쉽게도 20여 명의 회원 중 4명 정도만 참가했다. 여행지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기쁨은 오래오래 잔상이 남았다. 물론 짧은 일정에 아쉬움도 컸지만, 언젠가 또다시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가는 날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어 아쉬움을 희망으로 바꾸어 보련다.

여행의 묘미는 낯선 장소를 대면하는 기대와 설렘에서 시작된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로의 비행은 더더욱 흥미롭다. 

제1일 / 2023.5.23. 
안도 다다오, 그를 만나러 갔다.

새벽 세 시 반에 설봉공원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가까운 일본이고 기간도 길지 않아 전날 짐을 겨우 마무리했다. 여행 가방 역시 작고 가벼웠다. 그래도 설레는 여행이고 새벽에 출발한다는 부담으로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두 시에 알람이 울려 일어났다. 각자 샤워하고 우유를 한 잔 마신 뒤 설봉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새벽이라 도로는 한가했다. 가로등 불빛은 마치 졸음에 겨워 흔들리는 듯했지만, 운전대를 잡은 나는 조심조심 차를 몰아 세시 조금 넘어 설봉공원에 도착했다. 출발은 세 시 반이고, 집결시간은 세시 십오 분인데 몇 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반가운 사람, 모르는 사람, 처음 보는 사람 나이가 많고 적고 모두가 다 개별적이다.

세 시 반 참석자는 모두 자리에 앉았다. 버스는 일행 37명을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어두운 버스 안에서 공통경비 2만 원씩을 갹출했다. 다섯 시경에 공항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사람들이 붐빈다. 출국 절차를 밟은 후 다섯 시 반 경 안으로 들어갔다. 비행기 표를 보니 나랑 연두의 좌석이 떨어져 발권됐다. 나중에 좌석을 양보해 달라지 하는 마음이지만 조금은 섭섭했다. 

가이드가 조금 일찍 도착해 달라는 부탁이 있어서 공항 밖에서 하려던 식사를 공항 안에서 하려고 일찍 공항에 도착해 출국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식당 개점 시간은 오전 6시부터란다. 서른일곱 명 모두가 30여 분 기다려야 했다. 나랑 연두는 갈비탕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식사를 마치고 지정된 탑승 장소로 종종걸음을 하면 이동했다. 갈비탕을 먹은 식당과는 정반대 끝에 탑승 장소가 있다. 일곱 시 넘어 탑승은 시작됐다. 비행기 뒷부분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문화원 사무국장과 자리를 바꾸어 앉았다. 저가 항공기라는 ‘에어 서울’은 예정 시간에 공항 활주로로 진입하면서 서서히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비행기 몸체를 가볍게 들어 올리더니 이내 하늘로 솟아올랐다.

사실 일본여행은 제주도 여행처럼 몸도 편하고 마음도 가볍다. 비행시간도 채 두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비몽사몽 졸다 보니 간사이국제공항에 곧 착륙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간사이국제공항은 소박하다. 물론 대부분 일본 공항이 그렇다. 입국 절차를 조금 일찍 마친 우리는 다른 편에 있었다. 화장실을 보고 났는데도 일행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중앙 안쪽으로 가 보니 그쪽에 서서 전용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뒤 전용 버스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버스는 소박하고 청결했다. 출입문 계단을 편하게 타도록 앞쪽을 천천히 내려줬다.
 
일행을 모두 태운 버스는 서서히 출발했다. 몇 년 전, 해일이 발생해 공항이 침수됐을 때 화물선이 도로까지 올라와 한동안 운행이 중지됐던 교각이라며 가이드는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는 오사카항을 돌아 돌아 아카시대교를 건너 ‘아와지시마’로 이동했다. 내해를 끼고도는 데 풍경은 오래됐지만 잠잠하다, 귀에 들어온 여행지 정보는 많았지만, 기억에 남는 정보는 극히 드물다.

 

일본여행의 첫 방문지는 아와지시마에 있는 복합문화리조트인 ‘유메부타이’다. 

 

 

원래 간사이 국제공항 등의 건설을 위해서 흙이나 모래의 채굴장이었던 아와지시마는 폐허였다. 베네세그룹 회장인 <후쿠다케 소이치로>는 아름다운 섬과 순박한 사람들을 접하면서 함께 ‘잘 사는 삶’을 고민했다. 그는 <안도 다다오>를 찾았다. 그에게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국제 캠핑장을 조성하니 감수를 맡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불면의 밤과 새벽 이동, 두 시간의 비행, 버스 안에서 흔들림의 힘든 상태임에도 버스에서 내리니 바닷가의 비릿함과 서늘함이 함께 몰려왔다. 풍경은 깨끗하고 단정했다. 하늘도 맑았다. 구름은 이따금 지나간다. 시간이 지나니 날씨는 흐려졌다.
 

계단식 정원이 있는 ‘유메부타이’로 걸어갔다. 눈에 익숙한 토끼풀이 보이고 다정한 참새 소리가 들린다. ‘유메부타이’ 풍경은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물의 정원에는 수산시장에서 엄선해서 가져왔다는 백만 개의 조가비가 열과 오를 맞추어 하얗게 반짝였다. 식사하기 전 잠시 건물 안을 살폈다. 

 

열두 시가 넘었다. 일행은 식당 안으로 입장했다. 개인별로 가지런한 상이 나왔다. 배가 고픈 상태라 튀김 하나를 입에 물었다. 따듯하고 부드럽고 바삭거렸다. 맛은 역시 하나 흠잡을 데가 없었다. 잘 먹지 않는 새우튀김까지 다 먹었다, 새우회(?)가 들어간 회 밥도, 가락국수(우동)도 그밖에 모든 음식도 내게는 맛이 불만스럽거나 이상한 점은 하나도 없었다.

 

일본에서 첫 점심을 서둘러 먹고 나서 연두랑 다시 건물을 살폈다.

 

점심식사가 끝나자 모두 모여 기적의 별 식물원으로 입장했다.

 

다양한 각도에서 식물의 매력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기적의 별 식물원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식물과 꽃들이 다양했고 아름다웠다. 포토존에서는 피곤함을 잊고 약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기 시작했다. 일본 관광객은 별로 없어 즐기기에 편했다. 간혹 일본 고유의 옷을 입은 젊은이는 보였지만 극소수였다. 

 

식물원에서 나와 백 개의 네모 화단으로 향했다. 몇몇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내리자 풍경은 넓고 시원했다. 점차 흐려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계단식 화단에는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지며, 오사카 만의 시원한 바람을 품고 있었다. 꽃이 일부 진 화단도 있었다. 다른 일행 역시 대부분 계단을 타고 끝까지 올라갔다. 바람은 불었고 시선은 막힘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추억을 남기기에 분주하다. 

 

전용 버스는 <안도 다다오>의 또 다른 건축 작품 ‘물의 절’로 이동했다.

 

한적한 마을에 있는 ‘물의 절’인 ‘본복사(혼푸쿠지)’는 ‘수면을 뒤덮은 연꽃’에서 착안해 지었단다. 묘지를 지나 들어가면 <안도 다다오> 특유의 둥글게 열린 긴 벽을 지나면 둥근 연못이 나왔다. 연못에는 작은 연꽃이 조금 피어있다. 멀리 보이는 마을도, 곁에 있는 대나무도 수면 위로 반영됐다.
 

중앙에 있는 계단 아래로 내려가니 법당이 나타났다. 지하 둥근 법당을 보려면 샌들로 갈아 신어야 했다. 붉은빛이 가득한 법당 안은 약간 어두웠다. 향이 가득한 법당을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돌았다. 누군가는 두 손을 모아 합장했고, 누군가는 시선을 주었다. 법당 안은 어둡지만 자연 채광을 반영한 덕에 자못 숭고하기까지 했다. 

 

박희영 제공

1991년에 지어진 이 법당은 건축 기본을 충실히 반영한 덕분에 고베 대지진 때도 무너지지 않았다고 한다.            

연못 지붕 아래 지어진 ‘물의 절’을 관람하면서 자연 친화적이고 종교의 의미를 섬세하게 반영한 한 건축가의 애정을 느낀다. 건축물과 식물, 바다가 공존하는 ‘물의 절’에서 <안도 다다오>의 애정을 온전히 느껴진다. 그래서 그의 건축은 값지다.

 

오늘의 마지막 방문지인 ‘다카마츠’의 특별한 명승지인 ‘리쓰린 공원’으로 이동했다. 

 

‘리쓰린 공원’은 일본의 3대 정원이라는 칭송받고 있는 정원이다. 4백 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에도 시대 초기의 정원이다. 밤나무 숲이라는 의미의 ‘리쓰린’이라 불리는 이유는 별정 조성 당시 밤나무가 많았기 때문이란다. 

 

일보일경(一步一景,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다른 경치가 보임) 천하절경 리쓰린으로 불리는 정원 안에는 금붕어가 노니는 작은 호수, 장인의 손질을 거친 천여 그루의 무성한 소나무가 반긴다.

 

곳곳에 용트림하듯 소나무 자태는 놀랍다. 저녁 빛이 서서히 지는 시간이라 빛도 남달랐다. 공원의 작은 도로는 깨끗했고, 마감 시간이라 인적은 드물었다. 한 시간 정도 관람한 후 밖으로 나왔다. 

 

마침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 맥주와 아이스크림을 골라 여행자 카드로 결제하는 데 작동이 되지 않는다. 알고 보니 다른 카드를 발급받았다. 다른 카드로 결제를 하고 밖에서 시원하게 한 캔을 비웠다. 저녁이라 날씨도 쌀쌀했다. 

 

식당으로 이동했다. 해는 지고, 바닷가 바람은 제법 불었다.

 

첫날 저녁 식사는 소고기 돼지고기를 무한 리필해 먹을 수 있는 샤부샤부 맛집이다. 맥주 한 잔일 들어가고 식당 내부는 왁자지껄 소란스러웠지만 즐거웠다. 여기저기 웃음소리도 가득했다. 곁들인 시원한 생맥주, 말 그대로 목 넘김이 짜릿했지만 한 잔으로 충분했다. 그냥 먹어도 쫄깃한 가락국수 냉 생면은 여행 첫날의 피곤함을 일시에 날려 버렸다. 그렇게 먹고 마시고 웃고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국 고기는 처음 나온 양도 다 먹지를 못했다. 

 

아홉 시 넘어 <다카마쓰 항> 인근에 있는 <호텔 클레멘트>에 도착했다. 우리는 14층을 배정받았다. 동쪽이라 아침 일찍 일출도 볼 수 있는 방이다. 호텔 옆에는 <다마모 공원>과 <다카마쓰 역>, 그리고 시장이 나란히 붙어 있다. 

 

짐을 푼 뒤 호텔 인근에 있는 일레븐이란 편의점에 갔다. 맥주와 안주 등을 샀다. 그런데 여기서도 원망스럽게도 여행자 카드는 작동되지 않는다, 연두는 결국 현금을 인출 했다. 나중에 보니 없다던 수수료도 붙어 있었다. 여행 첫날이라 밖에서 마시기에는 너무 피곤해 숙소에서 맥주 한 잔씩 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를 돌자며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