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20일차 / 제주도예원 / 환상숲 곶자왈 / 나의 뮤즈 관람하다.
아침에 밖을 보니 산방산이 보이지 않는다. 동광육거리 숙소에서 아침마다 산방산을 보는 즐거움으로 하루를 시작했지만, 안개인지 미세먼지 때문인지 산방산을 볼 수 없다.
일요일이라 늦게 일어났고, 아침밥도 천천히 해 먹는다. 말린 홍합을 넣고 미역국을 끓였고, 밥도 다른 날보다 조금 많이 했다. 계란 프라이는 두 개를 만들었다. 밥을 먹는데 내가 만든 미역국이 정말 맛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연두가 칭찬한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설거지한 다음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오늘은 무엇을 할까 생각해봤다. 조금 걸을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다 보니 최근 언론에 보도된 환상숲 곶자왈이 떠올랐다.
동광육거리에서 멀지 않은 곶자왈로 마을에서 가꾸고 해설사가 재미있고 맛깔나게 해설해준다고 한다. 현장에 도착하니 11시 조금 넘었다. 그런데 일요일은 한 시부터 운영한단다. 제주에서는 카페, 책방, 식당 등을 가던 운영시간이나 브레이크 타임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인근에 있는 제주도예촌이 떠올랐다. 도자기 하면 물론 여주, 이천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주 도예원이 궁금했다. 환상숲 곶자왈로부터 10여 ㎞ 떨어진 장소에 있어서 거기를 보고 점심을 먹은 후 곶자왈을 산책하는 일정을 속으로 계산을 하고 제주도예원으로 떠났다.
제주도예원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좀 허술했다. 입구도 일부 무너지고 부서지고,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다. 주차를 하는데, 관계자분이 나오신다. 제주도예원 원장님이시다. 마당에는 옹기가 가득했다. 항아리를 만드는 옹기 제작소인가 생각했다. 제주 청자나 백자 진사 또는 분청도자기를 기대했었다. 원장님께서는 혼자 온 나를 반갑게 전시장으로 안내해주셨다. 제주도기에 대한 역사, 제작 과정 그동안 유지 보전시켜온 노력, 사라져 가는 전통가마에 대한 문화재 지정 문제 등을 상세히 설명해주신다. 열정이 대단하셨다.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그동안 제주도기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여러 책으로 출판했지만, 제주도 등 관계기관이나 전문가에게 오히려 실망하면서도 여기까지 발전시켜온 원장님의 헌신은 대단하다.
판매장에 들어갔다. 도기로 만든 다완, 화분, 잔 등이 크고 작은 작품이 다양했다. 찬찬히 보면서 막걸리 잔 두 개를 6만 원 주고 샀다. 두 시간 가까이 제주도기를 보고 공부하고 느끼는 소중한 기회였다.
한 시 넘어 '환상숲 곶자왈'로 이동했다. 코스를 관람하는데 40여 분 소요된단다. 두 시부터 보려면 식사를 해야 했다. 환상숲 앞에 식당이 몇 개 있는데 ’묘한식당‘을 추천받았다. 돈가스를 잘한다는 맛집이라 했다. 차는 곶자왈 주차장에 세워두고 걸어갔다. 먼저 온 두 팀이 있으니 20여 분 기다리라 한다. 전화번호를 남겨놓고 인근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 들어갔다.
'쏘잉사롱'에는 소품은 많지 않지만 주로 바느질과 관련된 예쁜 굿즈가 판매를 기다린다. 컵은 마음에 드는데 좋아하는 동백꽃 무늬가 있는 컵은 없다. 동백꽃을 수놓은 손수건을 샀다. 어디를 가나 제주에서는 동백꽃이 시선을 끌고 여행객의 주머니를 열게 한다.
입장하라고 문자가 왔다. 사전에 메뉴를 주문했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 기다렸다. 제주 에일맥주 한 병을 추가 주문했다. 제주 시내 ’온차‘란 맛집에서도 제주 흑돼지로 만든 돈가스는 바삭바삭 맛이 있었다. ’묘한식당‘도 돈가스 맛집으로 소문났다. 돈가스에는 돈가스와 밥 그리고 감자와 야채 등이 나무 목판에 가지런히 나왔다. 맥주 한 잔을 따라 마시니 속이 시원하다. 돈가스는 역시 바삭바삭하다. ’온차‘와의 차이가 있다면 바삭바삭하면서도 고기에서 육즙이 나오는 듯 부드럽다는 점이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돈가스 한 조각 먹으니 먹는 즐거움을 또 느꼈다. 특히 삶은 감자는 왜 그렇게 고소하고 맛있는지 모르겠다. 양도 충분했다. 누군가 돈가스를 먹고 싶다면 ’묘한식당‘을 추천해야겠다.
환상숲 곶자왈 입장료는 5천 원이다. 한 시간마다 해설사를 운영하는데, 우리는 젊은 여성 해설사가 담당했다. 곶자왈의 유래, 숲 속의 식생, 지질 관계 등을 쉽고 재미있게 손짓을 하면서 찰지게 사십 분 동안 탐방객에게 곶자왈의 전모를 쉼 없이 전달했다. 환상숲 곶자왈 해설을 들은 관람객 모두는 곶자왈을 누구보다 애정을 갖고 홍보하는 홍보맨으로 거듭났을 터다. 환상숲 곶자왈 규모는 작지만, 모든 곶자왈의 축소판 같았고, 설명은 완벽했다. 관람객 모두 만족한 표정으로 나왔다.
환상숲 곶자왈에서 한 시간 정도 보내고 나니 세 시가 조금 넘었다. ‘제주신화월드서머셋’에서 열리는 ‘그대 나의 뮤즈’란 디지털로 만나는 거장 4인의 영상 세계를 관람하러 갔다. 관람보다는 숙소를 체크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입장권을 끊고 2층으로 올라갔다. 전시장엔 '칸딘스키'의 구성이란 작품과 고흐의 작품이 영상으로 흘러나왔다. 삼면 가득한 화면은 그 크기 등으로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물론 원화에서만 느끼는 생생한 질감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림을 확대해 영상으로 감상하는 재미도 울림은 크다.
다음은 ‘구스타프 크림트’의 ‘키스’ 등을 영상 화면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키스’라는 작품은 오스트리아 현장에서 직접 원화를 적이 있어 보면 볼수록 설렌다. '고흐' 영상관 역시 그의 다양한 작품을 영상으로 제작하지 않고 몇 작품을 집중적으로 보여주었다. 고흐의 강렬한 노란색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고, 특히 고흐의 예술관을 동생 태오에게 보내는 장면에서는 감동이 오래가도록 꾸몄다. ‘드가’의 전시관은 발레 소품과 함께 발레 연습과정 등이 중점적으로 펼쳐졌고, 마지막 ‘마티스’ 관은 붉은 방을 중심으로 영상을 만들고 그가 노후에 만든 가위질로 만든 작품이 화면으로 나왔다. 특히 성당에 설치한 스테인드글라스는 기존의 형태와 다르게 매우 현대적이면서도 숭고했다. 비록 15,000원으로 원화가 아닌 영상을 관람했지만, 예술적 가치는 충분했다.
저녁을 먹고 그동안 숙소에 모아둔 재활용품을 분리수거통에 넣었다. 저녁 바람이 강하다. 이제까지 분 바람 중에 가장 강하다.
< 묘한식당, 환상숲곶자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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