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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2/11, 19일차 거문오름을 올랐더니

by 이류음주가무 2022. 12. 11.

12/11,  19일차  아침은 약간 흐리고 바람이 분다. 오전 이후 맑은 듯하지만 미세먼지가 낀듯했다.

 거문오름 / 상춘재 / 이중섭미술관 
       
오늘은 거문오름을 오른다. 아침을 먹고 여덟 시에 출발했다. 토요일 아침 제주 방향 차량은 한가했고, 반대 방향 서귀포행 차량은 많았다. 제주 시내 중산간 도로를 지나 동쪽으로 가다가 목적지인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 입장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했다. 차 안에서 잠시 쉰 후 집결 장소로 향했다. 

코로나19 접종 여부 등을 확인하고 열을 체크 한 다음 2천 원짜리 입장권을 구했다. 아홉 시 반에 안내표지판 앞에 모여 가이드가 일정을 설명한다. 오늘은 거문오름의 모든 코스를 돌 계획이다. 코스는 크게 3코스로 나뉘고 참가자 20명은 2코스까지 동행한다.

참가자 대부분 친구나 가족끼리 참석했고, 나와 다른 한 사람만 혼자 왔다. 아홉 시 반에 출발했다. 처음에는 삼나무 숲길을 오르는데 숨이 가쁘다. 이곳만 오르면 힘든 코스는 없다고 해설사는 말한다. 정상에 오르니 약간 흐린 날이라 사방의 풍광이 보통이다. 한라산은 물론 보이지 않는다. 해설사 말로는 1년에 50∽60일 정도만 한라산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구름 사이로 햇볕이 보이는 만큼 실망할 필요는 없단다. 정상에서 조망하고 내려오니 1코스다.

 

여기서 안내소로 가도 되지만 2코스인 분화구까지 모두 갔다. 중간중간 해설사는 거문오름의 분화구를 설명한다. 제주에서 가장 큰 분화구로 한라산의 세배나 된단다. 지질학적으로도 특별해 경관은 별로지만, 지하에 특별한 과학적인 비밀이 담겨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단다. 또한,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로 생긴 지 50여 년이 됐다고 한다. 곶은 숲이고, 자왈은 화산석으로 쌓아 돌덩이에 나무와 줄기 등이 엉켜 있는 곳이라 한다. 그래서 화산석이 있는 숲에 나무 덩굴이 우거진 곳을 곶자왈이란다.

 

곶은 들어가도 자왈을 들어가기 힘들다며, 옛날에는 자왈에 들어간 소나 말이 나오지 못해 죽기도 했단다. 일제 강점기에 파놓은 동굴을 비롯해 숯을 굽던 곳도 소개한다. 특히 돌무덤이 가득 쌓은 곳을 머들이라고 하는데, 농사를 짓다가 큰 돌이 나오면 그곳은 농사짓기 어려워 돌을 쌓아놓은 곳이라 한다. 풍혈도 있어 수증기 같은 게 보이기도 한다. 여름에는 춥지만, 겨울은 따듯하단다. 한 시간 반을 일행과 보내고 나와 또 다른 한 사람은 3코스까지 돌기 위해 일행과 헤어졌다. 

분화구 둘레를 도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데크로 만든 길도, 흙길도 걸었다. 나무는 정상을 경계로 분화구 쪽과 분화구 바깥쪽이 달랐다. 마스크를 벗고 걸었다. 공기는 정말 좋았다. 거문오름의  분화구는 기가 세단다. 

 

걷다 보니 관계자들이 탐방로에 깔판을 깔고 있다. 우리나라 등산로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깔판이다. 한 시간을 탐방하고 내려오니, 다른 팀이 기다린다. 명찰을 반납하고 영상 등 전시실로 입장했다. 무료인데 표를 발급한다. 

 

맞은편 전시관의 규모는 엄청나다. 방문자가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 생성 과정을 본 후 거문오름과 관련된 동굴 발굴 과정을 보았다. 전봇대를 교체하려다 바닥에서 울리는 소리 때문에 발견했단다. 규모나 지질학적 가치가 엄청나다. 그 속에서 물고기는 물론 신라 시대 토기까지 발견됐고, 문자까지 조각되어 있다고 한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한시가 넘었다. 근처에 있는 상춘재로 향했다. 상춘재는 봄에 가족과 한번 먹었던 맛집으로 주방장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한다. 한시가 넘었는데도 나는 5번째 입장이다. 

차 안에서 30여 분을 기다리다가 전화가 와 식당으로 입장했다. 자리를 잡고 뭉게(돌문어) 비빔밥을 주문했다. 맥주라도 한잔하고 싶지만 차가 있었다. 반찬 일곱 가지가 먼저 나오고, 비빔밥과 된장국도 나온다. 비빔장을 설명하면서 비벼서 드시란다. 장을 넣고 젓가락과 숟가락으로 천천히 비볐다. 

옆 테이블에 앉은 여성 둘은 계속 맛있단다. 성호를 긋고 나 역시 먹기 시작했다. 문어 식감은 쫀득하면서도 톡톡 튀는 성게 알과 맛이 조화롭다. 적당한 양념, 알맞은 식감은 입안을 춤추게 한다. 사진을 찍어 가족 톡에 올렸다. 30여 분 동안 천천히 반찬까지 먹으면서 혼자만의 여유로움을 즐겼다. 자신에게도 호의를 베푸는 일은 소중하다. ‘탐나는 전’ 카드를 내니 등록되지 않았단다. 

 


이중섭미술관으로 향했다. 도착 예정시간은 3시 10분이다. 몇 차례 관람했지만, 이번에는 이건희 컬렉션 12점이 전시된다 해서 예약했다. 세 시 반 입장했다. 1층엔 관람객이 가득해 위층부터 보길 권한다. 3층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2층으로 내려왔다. 2층은 이중섭 선생의 작품 활동 시기와 그때 그린 작품을 인쇄해 소개하는 공간과 이번에 기증한 작품 중 서너 작품을 고해상도의 사진을 찍어 영상 작업한 동영상 등을 보여준다. 1층으로 내려가니 관람객은 모두 2층으로 올라가 거의 없다. 제주도에 와서 그린 작품을 비롯해 은지화, 양면화 등 기증된 12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조금 사이즈가 큰 유화는 한 작품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원화를 보는 느낌은 특별했다. 서울삼청동 현대미술관에서 보려면 예약 자체가 힘들었다. 이중섭미술관에서는 전시 규모는 작지만 편안하게 반복해서 볼 수 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다가 아트숍에서 작품을 인쇄한 굿즈 하나를 구입했다. 이건희 컬렉션이 열리기 전 한 번 본 그림으로 쾌 인상에 남았던 작품이다. 닭 두 마리가 입맞춤하는 작품으로 ‘부부’란 작품의 굿즈다.

 

올레시장시장으로 향했다. 바람은 조금 불었고, 이중섭 문화의 거리에는 관광객이 많지 않다. 올레시장은 토요일인데도 지난번처럼 인산인해는 아니다. 맛집 몇 곳에서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제일 떡집에서 오메기떡 한 팩을 사서 숙소로 향했다. 두루치기와 오메기떡, 맥주 한잔으로 저녁을 먹고 나니 피로가 밀려온다. 잠시 눈을 붙이고 누워있다가 아니다 싶어 일어나 설거지를 했다. 샤워하고 나서야 하루를 마감했다.  

 

< 상춘재 >

제주시 조천읍 선진길 26(선흘리 1828-11)

휴무일 / 월요일, 설전날, 설당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