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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2/8, 16일차 올레16코스, 고내포구에서 광령1리사무소까지 걷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12. 8.

12/8  16일차 / 바람은 잔잔하고 하늘은 맑다 

고내포구에서 광령1리 사무소까지 올레16코스를 걷다

숙소 근처에 있는 '홍칼' 칼국수 맛이 끝내준다

일찍 눈이 떠지는 아침이다. 밖을 보니 날씨가 좋다. 바람도 잔잔하게 부는 게 마치 초봄 같다. 아침 식사는 매일 미역국과 밥, 김치와 김이 전부지만 만족스럽다. 어제 산 호두과자와 고구마, 천혜향 2개, 제주전통 한과를 2개를 배낭에 넣었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마치고 곧바로 고내 포구로 출발했다. 오늘은 고내 포구에서 광령1리 사무소까지 약 16㎞를 걷는 올레16코스를 걷는다. 난이도 역시 중이다. 

 


동광6거리에서 서쪽으로는 어디든지 30여 분 내외 걸린다. 고내 포구 역시 마찬가지다. 8시 50분에 고내 포구에 도착해 주차 후 자원봉사자께 광령1리 마을사무소 앞에서 고내 포구까지 오는 택시비를 물으니 만 오천 원 정도 한다며 지금 출발하면 두 시 반 고내리로 오는 버스를 충분히 탈 수 있다는 정보도 알려준다. 

 

여섯 시간 사십 여분 지난 뒤라면 천천히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기다리며 카페에서 차를 한 잔 마셔도 충분할 시간이다. 8시 52분에 시작지점에서 스탬프를 찍고 해안가를 따라 출발한다. 어제는 미친 듯 난폭하게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더니 오늘은 물도 빠지고 바람도 잔잔하다. 파도 역시 거세된 수퇘지처럼 얌전하다. 

 


해안가를 따라가면서 바다를 바라보니 지난해 포르투갈 여행 시 봤던 해변을 닮은 듯하다. 관광객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자전거 타는 사람도 힘차게 달린다. 여행 가방을 끌며 숙소를 나서거나 버스를 기다리는 젊은 친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해안가를 5㎞ 가까이 가니 구엄리 돌 염전이 보인다. 해안가로 가지 않고 구엄마을로 오른다.

 

수산봉에서 준비해간 음식 절반을 해치우고 내려오는 데 젊은 친구들이 그네를 타러 온다. 소나무에 그네가 매여있고, 그 앞에 수산저수지는 물론 한라산까지 잘 보인다. 저수지와 한라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러 오는 듯하다. 그 사진이 궁금하다. 수산저수지에는 수령이 4백여 년 넘은 소나무가 위용을 자랑한다. 소나무 둘레가 어마어마하다. 이제까지 본 소나무 중 둘레가 큰 소나무 같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는 데 마침 관계자가 살피고 간다.

 

두 시 반 버스를 고려하면서 카페가 나타나길 고대하며 걷는데 마침 ‘영희의 정원’이란 카페가 보인다. 손님은 없고 주인장은 책을 보고 있다. 독서에 방해되지 않나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반갑게 인사한다. 아메리카노(아이스)를 주문했다. 카페 이야기, 땅값 이야기, 비행기 소음(학비, 보청기, 샷시 등 지원) 등 이야기하다가 이천에 서 왔다고 하니 주인장 이모가 여주에 사신단다. 여주에도 왔었단다. 수다는 길어졌다. 땅값을 물으니 바닷가가 보이면 2백 정도고 안 보이면 1백 정도 한단다. 이천보다 비싸다고 하니 놀란다.

 

카페 운영보다는 펜션 수입이 더 낫단다. 제주 시내가 가깝고, 전망도 좋아서 괜찮다고 한다. 여주와 이천에도 농장을 겸한 카페에는 수도권 사람들이 찾아오며 신상 카페도 많다고 했다.  제주에도 귤 농장 카페나 바다가 완전히 조망되는 카페에는 손님이 많다고 하니 공감한다.

사단법인 아름다운 제주에서 제작한 2021년 판이 나왔다고 건네준다. 거기에 나오는 카페가 정말 괜찮냐고 하니 실제로 손님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농담 삼아 제주에는 비닐과 쓰레기가 많다고 하니 공감한다. 문도지오름에서 한라산을 조망할 때 유일하게 비닐하우스나 농장 등이 안 보인다고 하니 한 번 가겠다고 한다. 오설록 티 뮤지엄에서 저지예술인정보화마을까지 제주 올레길 중 숲길로는 최고로 괜찮고, 문도지오름을 만날 수 있다고 했더니 가봐야겠다고 맞장구친다. 

저지예술인정보화마을에 이천에서 온 직원이 살고 있다고 하니 그 마을은 살기도 좋고 집도 비싸다고 한다. 차를 마시고 수다 떨고 사진을 찍은 후 블로그에 올리겠다니 블로그 이름을 알려주었더니 검색해본다. 1년이 지난 이제야 그 약속을 지킨다. 올레16코스를 걷다가 '영희의 정원' 카페를 만나면 꼭 들러 차 한 잔 마시고 가시길 권한다.   

 

비행기는 거의 1분마다 제주항으로 향한다. 귤밭 등을 전경으로, 동백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재미가 쏠쏠하다. 비행기 소리만 나면 사진 찍기에 바쁘다.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고 또 오르니 항몽유적지가 나온다. 토성이 있고, 위로 비행기가 지나간다. 

 

유적지를 지나 삼거리에 중간스탬프를 찍고 샛길로 접어드니 토성이 나오고 다시 토성을 지나 마을 길로 접어든다. 비행기는 계속 제주항으로 낮게 날아간다. 광령초등학교가 나오고 제주시 방향으로 조금 지나니 광령1리 마을사무소가 나타났다. 스탬프를 찍는 곳을 발견하지 못해 조금 지나쳤다. 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스탬프를 찍으니 1시 56분이다. 

 


버스가 오려면 30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인근 정자에 앉아 남은 음식을 모두 비우고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렸다. 15분 뒤 버스는 손님을 하나도 태우지 않고 빈 차로 와 멈춘다. 자리에 앉으니 한사람이 헐레벌떡 탄다. 이후 버스는 이 마을 저 마을을 돌고 돌아 35분 정도 달려 고내리에 도착했다.

 

그때까지 한 사람도 타지 않는다. 고내리에서 내려 출발지점으로 걸어갔다. 바람은 불지만 시원하고 상쾌하다. 출발지점으로 가니 아침에 버스출발시간을 알려주신 자원봉사자께서 알아본다. 고맙다고 인사했다. 추자도 올레길은 당일치기로는 가능한가 물으니 젊은이들은 당일 도착해서 네 시 반 배를 타고 왔다고는 하는데 하루로는 힘드니 1박을 하라고 권한다. 

샤워 후 인근에 있는 맋집 메밀 짬뽕집에 갔더니 수요일은 휴무란다. 이틀 연속 헛걸음이다. 검색을 하지 않고 간 내 잘못이다. 해장 칼국수 등 면 종류가 먹고 싶어 검색해보니 인근에 ‘홍칼’이란 칼국수집이 있는데 평가가 아주 좋다. 

 

홍칼에 도착하니 손님은 한 테이불에서 먹고 있다. 나는 칼국수를 주문했는데 조금 지나니 젊은 친구들 두 팀이 입장한다. 칼국수는 부드럽고, 또 쫄깃쫄깃해 먹기가 좋았다. 고추 양념을 넣으니 언젠가 어디서 먹어봤던 맛인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만두가 김치만두가 아니란 점 빼고는 최고의 맛이다. 김치도 달달하다. 맛집으로 즐겨찾기를 해놨다.

 

안덕농협 대신 대정농협 하나로마트로 향했다. 거리가 12㎞이니 안덕농협이나 별 차이가 없다. 대정농협 하나로마트는 크고 넓으며, 종류도 다양했다. 노을이 지는 모습이 궁금해 대충 기본적인 물건만 구하고 나왔다. 모슬포 바닷가로 가니 노을은 기대만큼 황홀하지 않다.  조금 전 망설였던 방어회 한판을 살 걸 후회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장소를 확인하고 냉장고 안에 있는 곶자왈 IPA 맥주를 따니 맛은 씁쓸하고 바디감은 묵직했다. 한잔을 마셨는데도 취기가 확 올라온다.      

 


일기를 작성하는 중에 연두가 전화한다. 무심히 전화를 받았더니 핀잔이다. 자기는 만사 제쳐놓고 전화를 받는다며. 전화 받는 태도를 문제 삼는다. 하루를 잘 보냈다. 내일 올레17코스를 걷고 나면 추자도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