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2/6, 14일차 용수포구에서 저지예술인정보화마을까지 올레13코스를 걷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12. 6.

12/6 14일차 / 올레13코스를 걷고, 한라산 1100고지휴게소, 박수기정을 가다

어제 종점에서 탄 버스가 동광육거리에서 8시 15분에 출발한다고 한다. 아침 식사 후 간식을 준비한 후 동광 6 거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어제 그 자리가 또 비어 있다. 2정류장으로 이동했다. 771-1번 버스에 오르니 나 혼자다. 버스가 조금 달라니 학생 1명과 여행자 복장을 한 2명이 탄다. 한경면에 접어들자 어르신들이 타기 시작했다. 학생과 여행자는 중간에 내렸다. 

 

한 어르신께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타자 버스 기사가 한 말씀하신다.  '어르신 마스크 쓰시래요' 해도 그냥 싱글벙글하시며 창밖 할머니와 손을 흔드신다. 결국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마스크를 꺼내 주섬주섬 쓰시는데 오래된 마스크이면서 방역 마스크도 아니다, 조금은 때가 낀 일반 마스크를 쓰셨다. 마스크가 있다면 하나 드리고 싶었다.

한경면 소재지에서 모두 내리신다. 아홉 시 조금 넘어 '주구 동산'에 도착했다. 조금 걸어가니 ‘용수 성지’가 보인다. 성모상 앞에서 성호를 그은 다음 출발지점인 용수포구로 이동했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포구는 한산하다. 잠시 후 트럭에서 내린 일행 3명이 출발한 후, 나 역시 스탬프를 찍은 후 출발했다.

 

오늘은 올레13코스를 걷는다. 용수포구에서 저지예술인정보화마을까지 약 16㎞로 난이도는 중급이다. 특전사의 도움을 받아 개척한 폭이 좁은 올레길을 여럿 지난다고 한다.

용수 마을을 지나는 데 아기자기한 공방도 있지만, 손님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큰길을 건너면 나타나는 용수저수지가 비경이라고 해 기대했지만, 조류 독감 등으로 출입을 금한다는 띠가 붙어 있다. 새가 날까 봐 조심조심 걷지만, 비경이라기보다는 지극히 평범한 저수지다.


순례를 위한 작은 교회가 있어서 들어가 성호를 그은 후 나왔다.  특전사에서 만들 올레길에 기대를 걸었지만, 코스는 사유지가 때문에 일부 변경됐다. 약간 밋밋한 오름길로 느껴진다. 

'낙천리 아홉 굿 마을'에 이르러 뭔가 색다를 볼거리를 기대했다. 마을 벽화는 다른 마을보다 잘해놓았다. 관망탑이 보이고 의자가 여기저기 설치돼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의자 마을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한다고 추진했겠지만 보러 오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전망대를 오르는데, 계단의 나무판은 생각보다 얇다. 정상에서 본 모습은 다른 오름에서 본 모습보다는 다르지 않다. 지나가는 순례자가 있어 몇 컷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 데 여성 순례자 2명이 올라오면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넨다.

 

'뒷동산 아리랑길'이란 길을 걸어가는데 다소 숨이 부친다. 주변에 묘지도 많다. 바로 앞에 저지오름이 있었다. 목적지까지 거의 다 왔다는 표시다. 저지는 닥나무의 한자어로 저지오름에 닥나무가 많아 저지오름이 됐다고 한다. 

 

지난번에 한 차례 올랐던 오름이라 곧바로 내려왔다, 입구에 무인 판매하는 ‘올레향 감귤농장’ 가판대가 보인다. 5천 원을 넣고 한 봉지를 들고 왔다. 저녁에 숙소에서 먹어봤는데 달콤했다. 결국 작은형과 동생에게 한 박스씩 택배로 보냈다. 저지예술인정보화마을에서 스탬프를 찍는데 시간은 한 시 사십 분이다.

 

개업식 때 먹었던 식당으로 들어가 고사리 몸국을 주문했다. 물론 맥주 1명도 함께 달라했다. 앞다리 고기 맛이 궁금했다. 다 먹기는 부담스럽다며 반 정도만 파느냐고 물었더니 주인이 그렇게 준단다. 고기는 족발의 다른 이름이었다. 부드럽고 쫀득쫀득하고 향도 있어 먹어본 족발 중 최고인 듯했다.

 

포만감을 느끼며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했는데, 20여 분을 기다려야 한다. 올레 안내소로 들어갔다. 세종시에 살다가 5년 전에 제주로 왔다는 자원봉사자와 대화를 나누고 귤도 맛을 봤다. 양말을 두 켤레 샀다. 820-1 버스를 타는데 역시 지난번처럼 손님은 혼자다 동광6거리 4정류장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데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절묘하다. 결국, 한라산 1100고지가 있는 휴게소로 차를 몰았다. 35분 정도 걸리지만, 휴게소까지 오르는 도로는 환상적이다. 

주차 후 6백여 미터에 이르는 생태 숲길을 걸었다. 길을 걷는데 구름의 형태가 마치 삼족오를 답은 듯 묘하다. 1100고지 상징물인 사슴 조형물을 구름을 배경으로 찍으려니 한 여성이 자신도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박수기정으로 이동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았지만, 해안절벽은 어둡다. 절벽의 붉은빛이 도는 풍경은 일출 전 아침에 와야 할 듯하다. 해가 지고 나오는데 산방산을 둘러싼 노을은 장난이 아니다. 그 노을 때문에 도저히 차를 운전할 수 없다. 적당한 장소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이처럼 황홀하고 장엄한 노을은 처음 같다. 초승달까지 반짝이니 숭고하다.

 

숙소에 도착해 찬밥과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 간단히 먹었다. 내일은 올레15코스를 걷기로 했다. 또 하루는 빛나는 노을처럼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