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2/5, 13일 차 올레12코스 당산봉에서 차귀도를 바라보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12. 5.

12/5 13일차 / 올레12코스,  무릉 외갓집에서 용수포구까지 17.5㎞를 5시간 걷다. 

날씨는 바람은 쌀쌀하고 약간 구름이 낀 날이다.

지난밤 역시 뒤척였다. 오늘은 동광6거리에서 07:59분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해 조금 서둘렀다. 아침을 먹고 여유가 있게 주차장에 주차했다, 버스 일정을 메모한 쪽지를 두고 왔다. 숙소에서 메모지를 갖고 나온 후 다시 주차 후 6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다행히 버스는 시간을 맞춰 도착해 출발했다. 무릉리 소공원에서 하차한 후 무릉 외갓집까지 걸어갔다. 오늘은 올레12코스를 걷는다. 무릉 외갓집에서 출발해 용수포구까지 17.5㎞로 코스로 난이도는 중급이다. 평탄한 농로를 시작으로 녹남봉, 수월봉, 당산봉을 오르내리며, 바닷가 넓은 바윗길도 지난다. 

 


08:30분에 출발지점에서 스탬프를 찍고 출발했지만 또 서두르다 보니 100m 이상을 그만 직진하여 지나쳤다. 초반 마을에 4.3 추모비가 세워져 있었다. 코스는 주로 평지다. 특별한 매력은 없고 주변은 약간 어수선하다. 

어느 지점을 지나니 묘지의 형태가 다양하게 재조성 한듯하다. 사실 오늘이 어머님 기일이라 묘지를 가지런히 조성해 관리하는 분들이 부럽고, 또 잡인의 일로 인해 부끄럽기까지 하다.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부모님을 생각하며 걸었다.

 

신도 생태연못을 지나면서 보인 쌈지공원 안내문을 보고 빵 하고 웃음이 터졌다. 결국 의자 앉아 조금 쉬면서 차를 마시고 다시 출발했다. 녹남봉은 볼 것이 없어 보이는 봉우리 같은 데 왜 이리로 코스를 정했나 의구심을 갖고 올랐다. 

 

녹남봉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놀라웠다. 오름이 낮건 높건 간에 주변은 모두 평지다 보니 시야가 탁 트인 모습이 피로를 잊게 만들어 준다. 내려오는 데 마을 또한 예쁘다. 감나무가 주렁주렁 달려있어 정감이 간다. 중간 스탬프 찍는 선경 도예에 도착했다. 폐교에 공방이 있어 기대했는데 폐업한 분위기다. 

 

밭길을 따라 이리저리 돌다가 신도 해안가로 진입한다. 바람 쌀쌀하지만 푸른 바다가 가슴을 시원하게 해 준다. 바닷가에서는 낚시꾼들이 세월을 낚고 있고, 나는 속이 불편해 결국 신도마을회관에서 근심을 풀었다. 

다시 밭길 논길을 따라 이리저리 이어지면서 수월봉으로 올랐다. 수월봉은 오전이라 관광객이 많지는 않지만, 차귀도를 바라보는 풍경을 더없이 푸르고 멋지다. 수월봉 쉼터에서 꽈배기와 커피를 마시며 점심을 해결했다.

 

수월봉을 내려와 엉알길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가는데 특이한 지질 모습을 보면서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다 보니 차귀 포구에 도착했다. 오징어를 말리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낚시를 즐기는 이들의 복장이나 장비가 다양하다. 

 

당산봉 입구로 이동하여 오르는데 좀 가파르다. 원래 올레12코스는 고개를 넘자마자 바로 앞으로 가야 내려가는데, 나는 오른쪽 정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힘들지만 시간은 충분하고 위에서 보는 수월봉 동쪽 풍경이 궁금했다. 숨을 헐떡이며 정상에 올랐다. 한라산, 산방산, 수월봉, 신풍 풍차 마을 등등 풍경이 대단하다. 수월봉 앞의 고산 평야지대는 걸어올 때와는 달리 나름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내려오면서 직진할 줄 알았는데 다시 좌측으로 오른다. 능선을 따라 걷는데 차귀도의 전체 모습을 조금씩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다. 반대편에서도 여행객들은 계속 올라오고 있다. 

거의 다 온 듯했다. 힘들어 잠시 해안가에 설치된 의자 앉아 연두에게 힘들다며 문자를 보냈다. 다시 힘을 내면서 걷다 보니 김대건 신부님께서 제주에 표착했던 용수공소가 나타났다. 올레12코스 종점은 그 옆에 있었다. 

 

오징어를 말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5마리에 2만 원이란다. 스탬프를 찍은 시간은 1시 30분, 12코스 걷는 시간은 딱 5시간 걸렸다. 

용수공소에 들어가니 한 분이 기도 중이다. 나는 성호를 긋고, 사도신경과 주모송, 영광송을 바친 후 주일에 성당을 가지 못한 죄 또한 고했다. 어머님 기일을 맞이하여 그동안의 불효를 고백했고 용서를 빌었다. 물론 연두에 고마움도 고백했다. 기념관으로 올라가 관람을 한 후 나오는데 한 자매님께서 일하고 계시다. 버스 승강장을 물으니 친절히 안내하면서 차가 가끔 다닌다는 말씀도 하신다.

 

용수마을회관 앞에서 30분을 기다린 후 탄 버스가 차귀도를 돌아 고산에 정차했다. 202번 버스를 타고 화순 환승정류장(안덕농협)에서 하차했다. 20여 분을 기다린 끝에 151번 버스를 타고 동광6거리 도착하니 4시 30분이다. 2시간 반이나 걸려서 도착했다. 차를 몰고 숙소에 도착하니 오늘은 이래저래 힘들었다. 찬밥에 미역국을 데워 먹고 나니 피로가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