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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2/2, 11일차 올레9코스 군산오름을 오르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12. 2.

오후 3시 반에 수풍석뮤지엄을 예약했기 때문에 오전에는 무엇을 할까, 어떤 일정을 소화할까 고민하다 새벽 4시 20분쯤 일어났다. 결국, 오늘은 가장 짧은 거리인 대평 포구에서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까지 올레9코스를 걷기로 했다. 거리는 6㎞ 정도로 3∽4시간 걸리지만 난이도는 상이라 했다. 

어제 지은 밥과 김치찌개를 데워 먹고 양치질만 하고 화순금모래해수욕장 즉 종점으로 이동했다. 주차 후 가로질러 빠르게 걸으면 출발지점까지 한 시간 조금 안 걸릴 듯했다. 올레코스는 3시간 정도 걷는다면 오늘은 총 9㎞에 4시간이면 충분하고,  예약한 시간 안에 수풍석뮤지엄에 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덟 시 십 분에 화순에 주차를 한 후 시작점인 대평포구로 향했다. 서둘러 걸었다. 발전소를 지나면 급경사를 올라야 하는데, 다소 힘이 들었다. 흐린 날이라 멋진 일출은 접었지만 다행히 박수기정이 있는 해안가는 절경이다.  

 

아홉 시 조금 안돼 시작점인 대평 포구에 도착했다. 대평 포구에서 스탬프를 찍는데 제주올레 가이드와는 달리 코스가 변경됐다. 거리는 9㎞에 난이도 상에 5∽6시간이 걸린단다. 고민 끝에 쉼 없이 빠르게 걷는다면 늦어도 한 시 반까지는 화순에 도착할 수 있을 듯했다. 

 

빠르게 걸었다. 화순에서 대평 포구로 가던 중 만난 사람을 군산오름에서 따라잡았다. 군산오름은 사연이 많은 오름이지만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서귀포 앞바다, 산방산, 새별오름, 한라산 등 어느 방향으로든 시원하게 조망이 가능하다. 

 

핫 플레이스로 소문이 자자하다 보니 택시들도 오름 바로 아래 주차장까지 올라온다. 오름을 오르는 중에 일제시대에 판 굴이 있는데 길이도 엄청나단다.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시원하다. 비록 구름이 있어 아쉬움이 있지만 충분히 기억할 만하고 날 좋은 날에 다시 방문하고 싶다. 스탬프를 찍고 서둘러 내려왔다. 

 

안덕계곡으로 가는데 계곡물이 막걸리 탄 듯 희뿌연 색깔이다. 물이 많이 흐를 때는 모르겠지만 지금 보기에는 딱하다. 다행히 오늘도 무지개가 또 황홀하게 보인다. 

 


계곡 주변을 계속 따라 걷는데 한 무리의 소가 한가로이 앉아 멀끔히 큰 눈으로 바라본다. 순례객이 지나가도 피하지 않는다. 건너편에서 어린 학생들의 재잘대는 소리가 시끄럽다. 외국어학교 학생들이 모처럼 현장학습을 나왔다며 인사한다. 

 

발전소를 지나 마을로 접어든다. 마을은 건물마다 제주 특유의 색이 칠해져 있다. 열두 시 반쯤 목적지인 화순금모래해수욕장 앞 올레 안내소에 도착했다. 스탬프를 찍고 나서 지난번 먹었던 보말칼국수 집으로 가려다가 숙소로 방향을 틀었다.

 

숙소에 가서 남은 밥과 국을 데워 먹고 나서 세탁과 샤워를 한 후 조금 쉬었다 가면 충분히 수풍석뮤지엄에 도착할 듯했다. 세탁 시간은 한 시간 8분이 걸린다. 얼른 식사하고 또 샤워한 다음 세탁물을 꺼내어 널고 나니 시간이 조금 남는다. 

밖은 아직도 구름이 있고, 약한 바람은 불지만, 간혹 구름 사이로 빛이 내린다. 뮤지엄 가는 길에 예쁜 카페도 여러 개가 보인다.  다음 기회에는 숙소 주변에 있는 카페도 한 번씩 둘러봐야겠다. 

 

단아하면서 숭고한 ’방주 교회‘에 먼저 들렸다. 도로변 등에 차량이 엄청나다. 주차한 후 사진을 찍은 후 3시 10분경에 본태박물관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본태박물관 외관의 반영사진을 찍고 있자니 우리를 인솔할 차량이 도착했다. 참석한다고 확인을 한 후 포도호텔에 있는 화장실로 가 볼일을 보고 나왔다. 

 

3시 반부터 돌, 바람, 물 뮤지엄 순서로 한 시간 동안 안내자와 함께 여행을 했다. <수(水) ∙ 풍(風) ∙ 석(石) 뮤지엄은 제주도의 으뜸 요소인 물, 바람, 돌을 각각의 테마로 삼고 있는 공간으로 포도호텔을 설계한 건축가 이타미 준이 디자인했다. 미술품을 전시하는 일반적인 뮤지엄이 아닌 ‘명상의 공간으로서의 뮤지엄’을 제시하고 자연을 경험하는 그 자체로 작품이 되는 건축을 구현하였다>고 한다. 디자인한 이타미 준의 원래 이름은 유동룡으로 앞서 방문한 방주 교회 역시 그의 작품이다.

각각의 뮤지엄마다 설치한 용의 형상이 그의 사인처럼 설치하거나 부착됐다. 다행히 바람과 빛이 있어서 매우 뜻깊고 사유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타미 준의 건축 세계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

 

뮤지엄 투어가 끝났는데 일몰 장면이 그럴듯하게 보여 송악산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네 시가 넘어 '카멜리아 힐' 앞을 지나는데 주변 차량이 엄청나다. 날씨가 다시 흐려져 송악산으로 가다가 보말칼국수를 먹으려 가니 오늘은 문이 닫혀 있다.

일몰과 별개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산방산과 한라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모슬포항까지 갔다. 날은 어두워졌다. 다음 기회에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차량 통행도 적당하고 도로 상태도 구불구불하면서 약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으니 달리기에 최적지로 보인다. 언제가 아침에 보니 외국인이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달리고 싶은 욕망이 타올랐었다.

 

모슬포항에 도착해 맛집을 검색해보니 별표가 많은 식당은 눈에 띄지 않는다. 숙소로 이동하면서 동광6거리 회전교차로의 과속 방지턱을 천천히 지나는데 한쪽에서 경적을 울린다. 나이 든 여성분이 어두운 횡단도로를 무심히 건너오고 있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만약 경적이 울리지 않았다면 나도 못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바로 오른쪽에 있는 ’한촌설렁탕‘ 집에서 만둣국을 먹었다. 옆에 있는 ’청춘당‘ 꽈배기 집에서도 꽈배기 한 세트를 샀다. 숙소에 왔는데 따끈해 한 개를 먹었더니 맛이 꿀맛이다. 결국, 3개를 먹었다. 입맛은 좋은데 몸 상태는 별로다. 목구멍은 칼칼하고 머리의 특정 부위를 누르면 조금 아프다. 괜한 걱정 속에 잠이나 잘 잘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