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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2/1, 10일차 무지개를 따라 걷는 올레7-1코스, 맥주 맛은?

by 이류음주가무 2022. 12. 1.

12/1 10일 차. 올레7-1코스를 걷고 마시는 수제 맥주의 맛은?
날씨 / 바람은 거세다. 흐리다가 비가 내린다. 사락 눈도 내리다가 무지개가 떠 제주를 아름답게 만든다.

지난밤에 유독 바람이 거셌다. 아침까지 여기저기서 달그락 소리 등 계속 들리는 바람에 잠을 설쳤다. 잠을 설치는 일은 일상이다. 일곱 시 반에 일어나 정리를 한 후 어제 지은 밥과 끓인 미역국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동광6거리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주차 후 환승 버스정류장에서 282번 버스에 승차했다. 남측 창가에 앉아 ‘완전한 이름’이란 책을 읽으며 이동했다.

 

서귀포 터미널에 도착을 알리면서 올레7-1코스를 걷는 손님은 이번 정거장에서 하차하란 소리에 놀라 여긴가 하고 얼떨결에 내렸다. 알고 보니 올레7-1코스의 시작점과 종점을 혼동했었다. 오히려 제대로 안내를 받고 내린 꼴이다. 올레7-1코스는 서귀포 신시가지인 서귀포 버스터미널 앞에서 시작해 중산간을 지나 제주올레 여행자센터까지 약 16㎞로 4∽5시간이 걸린다. 

 

아홉 시 반 경 서귀포 버스터미널 앞 올레안내소에서 스탬프를 찍고 대로를 지나 공원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부부처럼 보이는 두 분은 비가 간간이 뿌리기 시작하자 우비를 쓰고 출발했다. 나 역시 그분들을 무심코 따라가다가 코스를 벗어났다. 청소하시는 나이 많으신 할머니께 이 길이 올레 코스가 맞냐고 물었더니 뭐라고 말씀하시는 데 도통 제주도 사투리를 알 수가 없다. 네이버 지도를 확인해보니 약간 위로 일탈했다. 다시 내려가 코스를 확인하고 걷기 시작했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하나 터득한 진리는 당연한 일은 없다는 사실이다. 길도 의심하고 또 의심하면서 확인해야 한다. 어쩌면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출발부터 바람이 거세게 불고 비가 뿌리는데 조금 높은 곳으로 오르니 싸락눈도 날린다. 날씨가 정말 지랄염병 같다. 

 

한 시간을 걷다 보니 월산동을 지나는데 예쁜 귤 농장이 나온다. 사진을 찍기 좋게 여기저기 젊은이들이 좋아하게 세팅을 해놨다. 쉬면서 십여 분 이상을 사진을 찍다가 그냥 가기가 좀 계면쩍고 미안해서 카페에 들어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해 마시고 있자니 젊은이들이 몇몇이 와서 사진을 찍고 또 카페에서 차를 마신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엉또돌다카페농원'이었다.

 

엉또폭포에는 물이 없어서 폭포를 구경할 수 없다. 한 바퀴 돌고 나오는데 젊은 친구가 폭포 물이 있느냐고 물어본다.

 

허기가 지고 힘들어 쉴까 하다가 고근산 정상까지 오르기로 했다. 비는 아직도 간간이 내린다. 열두 시 조금 넘어 고근산 정상에 올랐다. 원래는 오른쪽으로 한 바퀴 돌아야 하나 정상까지 올랐다. 한라산은 수시로 변하고 있고, 무지개도 뜨고 지고를 반복한다. 반대로 돌아서 구 서귀포시가지를 조망하는데 서귀포 앞바다 빛 내림이 장관이다. 인근에는 아직도 진달래가 피어 있다. 다시 정상으로 와 중간 스탬프 찍고 내려왔다. 

 

큰 길가로 나오는 데 또 무지개가 황홀하게 다리를 놓는다. 조성 중인 정원을 구경해도 된다고 해서 들어갔다.

 

한 시 반경 허기를 참을 수 없어 어느 감귤밭에 들어가 오메기떡과 사과 그리고 따듯한 커피로 점심을 먹었다. 감귤밭 너마 한라산을 배경을 낮게 깔린 무지개가 황홀하다.

 

호근마을에 책방이 있어 올라갔으나 오늘은 휴무다. ‘인터뷰책방’으로 수요일은 쉰다. 조금 더 걸어오는데 무지개가 또 반원을 그린다. 봉림사를 지나는데도 또 무지개 곱다. 봉림사를 지나자 가톨릭 성지 자리가 있어 들어가 살폈다.

 

하논분화구가 넓게 자리를 잡았다. 비닐하우스 등이 농사를 짓고 있었다. 샘물이 나오는 곳이 있고, 데크를 따라 오르니 하논분화구방문자센터가 나온다. 손님은 없다. 전망대에서 관찰해보니 다소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큰길 옆으로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가 좌회전 후 조금 지나니 본격적으로 시내로 진입한다. ‘걸매생태공원’을 지나다 보니 지난해 제주 여행 시 갈치조림을 해준 분의 영업장이 생각났다. 3시 20분 경 드디어 이번 코스의 종점인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 도착했다. 

 

스탬프를 찍고 수제 생맥주를 마시고 싶어 안으로 들어갔다. 입장하면서 QR코드를 찍었다. 수제 맥주 중 가장 쓴 맥주가 어느 맥주냐고 했더니 ‘맥파이포터’ 흑맥주를 추천한다. 실눈을 뜨고 보니 맥파이 IPA는 60 IBU다.

 

맥파이 IPA를 한 잔 주문해서 마시니 수제 맥주의 맛은 이래야 해 하는 생각이 절로 나온다. 한잔을 더 마시고 싶지만, 약간 취기가 올라와 나왔다. 대신 맞은편 기념품 가게인 ’제주별책부록‘에 들어가 노트, 손수건, 맥주 두 병을 샀다.

이중섭미술관 근처 ’옛날팥죽‘ 집에 가서 팥죽을 먹을까 하다가 숙소에 가서 김치찌개에 남은 밥을 먹어야지 하며 천천히 시장을 구경하면서 버스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서귀포등기소 앞에서 타야 하는데 맞은편으로 한참을 걷다가 아니지 싶어 등기소 앞으로 가 15분 정도 기다린 후 182번 버스에 올랐다. 책을 보면서 오는데 눈이 침침해져 덮으니 동광6거리란다. 주유소 앞에서 하차 후 주차장으로 이동해 차를 몰고 숙소로 왔다.

환승 버스정류장을 가끔 이용하다 보니 숙박료에 비해 교통이 생각보다 좋은 숙소다. 연두가 알려준 대로 돼지고기와 김치를 볶다가 물을 넣고, 간을 보니 조금 밍밍하다. 다시다를 약간 뿌리니 그제야 맛이 굿이다. MSG의 위력이다.

< 제주별책부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