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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2/9, 17일차 올레17코스, 광령1리사무소에서 간세라운지까지 걷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12. 8.

12/9 17일차 / 올레17코스 광령1리 사무소에서 간세라운지, 관덕정까지 걷다  

불면이다. 위층 물소리가 늦도록 선명하다. 새벽 한 시 반이다. 뒤척이니 다섯 시 반, 밖은 어둑하다. 문을 열어보니 약간 흐리다. 오늘은 섬의 마지막을 걷는 올레17코스다. 올레17코스는 광령1리 사무소에서 관덕정, 간세라운지까지 18km 정도다. 난이도 중급이며, 높지 않은 오름과 완만한 바닷길, 험하지 않은 숲을 품은 코스로 비교적 평탄한 길이다. 일어나기를 주저했지만 밥을 먹고, 고구마, 사과, 천혜향을 준비했다. 먹거리가 많은 코스라 커피는 생략했다. 

직접 광령1리 사무소 앞까지 가는 버스는 한차례 환승을 해야 한다. 한번 타는 버스는 내린 후  800m를 걸으면 출발점이다. 제주 시내로 진입하다가 평화로 광령1리 마을에서 멈췄다. 천천히 걸어갔다. 광령1리 마을사무소 앞에 도착하니 여덟 시 오십 분이다. 여성 두 분이 17코스 가냐고 묻는다. 자기들은 16코스로 간다고 한다. 

올레18-1코스 다녀오셨냐 물으니 당일치기로 다녀왔단다. 당일치기가 가능하냐고 다시 물으니 아침 배를 타고 빠르게 걸으면 충분하단다. 1박 2일로 예약했지만, 당일치기로 다녀올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올레17코스는 주로 해안가를 걷는다. 해안가로 접어들기 전에 무심천을 걷는데 여기엔 소형 버스까지 버린듯하다. 하늘이 열리는 나이트클럽을 광고하는 버스 같다. 버스를 뒤로하고 걷는데 하늘에서는 계속 굉음이 울린다. 1분마다 비행기 한 대가 내려온다. 손님이 가득한지 모르겠다. 오늘도 가면서 프레임 안에 비행기 담기 놀이를 하면서 걷는다.

 

  
외도 포구를 지나 알작지 해변을 지난다. 제주도 지명은 정말 독특하다. 현사 포구를 지나 이호테우 해수욕장을 지난다, 밤에 보는 등대가 인상적이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해변이다.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불어서 바닷가에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낮 등대 주변도 덤덤하다. 해안가 일부 가게는 예쁘게 꾸몄지만 들어가기는 이른 시간이다. 

 

11시쯤 한적한 해안 도로변에 카페가 눈에 띈다. 제주 맥주를 판단다. 한 손님이 차를 마시고 있다. 가방을 내려놓고 맥주를 판매하냐고 물었다. 제주 맥주 중 알코올 농도가 가장 높은 술을 주문했다. 나운 맥주는 곶자왈 IPA다. 어제 숙소에서 한잔 마셨는데 제법 씁쓰름하고 바디감도 좋았다. 맛이 맞다. 함께 나온 과자를 맛보며 목 넘김을 즐긴다. 이 맛이지 하며 혼자 낄낄댄다. 

 

맥주 한잔을 마시고 나와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도두 추억거리를 지나는데, 손님은 거의 없다. 도두봉 정상에 오르기 전 다리 조형물이 섬뜩하다. 제주에는 언캐니 한 조형물이 많다. 생선 머리와 꼬리 부분을 잘라 이쪽저쪽 설치했다.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착륙하는 비행기를 배경으로 한 장 찍고 도두봉으로 오른다. 정상에서 보니 사방이 시원하다. 날씨가 흐려 조망은 다소 선명하지는 않지만 볼만하다. 한라산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비행기는 계속 오르고 내린다. 여기서 잠깐 앉아 간식을 먹고 출발한다. 

안쪽으로 잠깐 들어왔다가 다시 해안가로 향했다. 비행기의 굉음은 계속 들린다. 해안가 바람은 이제 싸늘하고 해안도로를 지나가는 하얀 차의 행렬은 이어진다. 어영소 공원에서 중간 스탬프를 찍고 계속 해안길로 걷는데 비슷한 풍경이라 지루했다. 

 

용두암이 나온다. 오래전에 갔던 장소다. 술판이 벌어졌다. 해녀분께서 직접 걷어 올린 해산물을 판매한다. 해안가 쓰레기도 엄청나다.

 

용두암을 지나 주택가로 접어든다. 어느 지점에는 아예 색으로 덮었다. 알고 보니 관덕정이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말인데 횡단보도를 걷너 오른쪽으로 가 다시 왼쪽으로 가니 책방이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갈까 하다가 지나친다. 다른 공방도 있다. 간세 라운지에 도착했다. 한시 35분이다. 스탬프를 찍고 나니 피로가 몰려온다. 

 

관덕정으로 들어가 맥주와 오징어 먹물 떡볶이를 주문했다. 올레 안내소 봉사자와 얘기했다. 추자도 당일치기 가능하냐고. 제주 사투리로 말씀하시고 나는 나 대로 말했다. 맥주 역시 맛이 최고다. 오징어 먹물 떡볶이도 매콤하니 맛이 제법이다. 

 


동문 시장으로 향했다. 오메기떡이 먹고 싶었다. 동문 시장 11번 출구에 있는 진아 떡집을 찾아가니 택배를 주문하는 손님이 앞에 한 사람 있다. 한 팩을 구해 가방에 넣고 중앙로 중앙 성당 앞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동문교에서 내려 동광육거리 가는 버스로 환승을 했다. 책을 조금 읽다가 피곤해 잠시 눈을 감고 오니 동광육거리다. 숙소에 도착해 샤워 후 밥을 먹고 세탁기를 돌렸다. 어제 보낸 황금향 맛이 달콤하다며 장모님께서 고맙다고 전하란다는 문자가 왔다.

 

<간세라운지, 관덕정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