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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아보니

[제주한달살이] 16일 차 / 물영아리오름, 서귀다원, 흑돼지맛집, 송악산, 귤밭다락, 그리고 통큰수산

by 이류의하루 2021. 9. 17.

[제주한달살이] 16일 차 / 2021.3.11.(목) / 물영아리 오름, 서귀다원, 흑돼지맛집, 송악산, 그리고 올레시장

어느 밴드에 ‘녹산로유채꽃도로’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만개했을 때 사진 한 장을 찍고 싶은 대한민국 제1의 드라이브코스란 설명도 덧붙였다. 새벽에 서둘러 달려갔지만, 사진과는 개화 현황이 다소 차이가 났다.

 

오늘 일정은 주로 다연이가 골랐다. 흑돼지 먹는 코스도 있고, 다원도 방문한다. 

제일 먼저 방문할 곳은 '물영아리오름'이다. 가시리 동백꽃이 아름답고 또 슬프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지나가던 관광객은 물론이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잠시 멈춰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진다. 

 

물영아리오름은 람세스 늪지로 지정된 오름으로 보존이 가치가 높은 오름으로 높이도 상당하다.

 

목장길 같은 길을 따라가다 보니 노란 복수초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직선 코스인 계단 길로 정상을 오르면 힘이 들고, 주변 경치도 볼 수 없어 우회도로를 이용해 걸었다. 산나무 숲의 청량한 공기가 시원하다. 천천히 오르다 보니 다른 어떤 숲보다도 아름답다는 느낌이 든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노루귀도 피어 있었다. 올해 처음 보는 야생화다. 오름을 둘러 오르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니 주변의 오름이 다양하게 솟아 있다. 대한항공 공항도 보인다. 풍력발전기도 곳곳에 줄지어서 돌아간다. 물영아리오름의 전망대에서 본 풍경은 정말 멋지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있어 습지로 내려갔다. 초봄이라 습지에는 식물과 개구리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오름 속에 습지가 자리를 잡은 자연이 놀랍기만 하다. 오름 습지에서 다시 계단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데 계단의 경사도가 장난이 아니다. 이런 경사가 진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면 하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곱게 자란 나무가 마치 캐나다 여행에서 본 나무와 닮았다. 

 

다음은 '서귀다원'으로 향했다.

 

제주에 오면 대부분 오설록 다원을 찾는다. 우리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크지는 않지만 작은 찻집도 있는 서귀다원을 방문했다. 주차장에는 이미 십여 대의 하얀 차가 주차해 있다. 한눈에 봐도 다원은 깨끗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특히 다원 중간에 오래된 쪽동백나무가 붉은 동백꽃을 한창 피우고 있었다. 찻집서 차를 마시는 일이 주가 아니라 동백꽃 아래에서 사진을 찍는 일이 주 관광목적인듯하다. 동백나무를 참 예쁘게 가꾸었다.

 

찻집에서 차를 주문했다.

 

우려낸 차를 마시며 다원을 보고 있으니 계속 동백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다원보다 오히려 동백나무가 더 아름답다고 뇌가 중얼거린다, 주객인 전도된 분위기다. 하지만 주인장의 말씀에 의하면 4월 중순쯤 다원이 연둣빛으로 물들면 그때는 다원이 더 아름답단다. 약간 씁쓸하면서도 중독성이 강한 녹차를 계속해 마시다 보니 오늘 밤 잠자리가 슬며시 걱정된다.

 

차를 마시고 흑돼지 맛집으로 소문난 ‘목포고을’로 차를 몰았다. 

다연이가 친구와 먹었던 맛집이다. 제주에 간다고 하니 친구가 맛집을 가보라고 했던 모양이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도착하니 가게는 한산했다. 포장마차처럼 꾸며진 가게 내부가 시원했다. 밖에서는 새소리가 요란했다. 참새도 가게 안까지 들락날락한다. 자리가 넓으니 셋이서 먹기가 편했다. 고기는 세 부위로 구워졌다. 

 

천연소금과 마늘 고추 등이 들어간 새우젓 된장 장, 그리고 부추장아찌 등과 함께 흑돼지 맛을 보니 그 맛이 온몸을 전율케 한다. 잘 익은 비곗덩어리도 쫀득하니 식감에 거부감이 들지 않고 고소하며 담백하다. 모처럼 기억에 남게 먹는 흑돼지 맛에 직원의 친절함이 돋보인 순간이다.

아내가 '송악산'에 가자고 한다. 

 

과거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 강한 바람으로 중간에서 포기한 추억이 있어 이번에 다시 가보자 한다. 다연이도 흔쾌히 엄마 의견에 따른다. 

 

송악산 입구의 주차장은 만원이다. 주변도로도 가득하다. 올레길, 송악산, 마라도 관광객 등 그야말로 인산인해 관광의 제철이다. 바람은 거셌고, 우리는 한 시간 반 정도 걸었다. 송악산 정상은 휴식년제 적용으로 오를 수 없었지만 올레코스를 걷다 보니 가파도와 마라도가 눈에 정겹다. 이번에는 마라도를 꼭 갈 계획이다. 비가 조금씩 뿌리는 상황에서 서귀포매일올레시장으로 향했다. 

 

중간에 ‘귤꽃다락’이란 카페에 들렀다. 

 

귤 선별장소를 개조해 만든 카페로, 젊은 친구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멋진 카페다. 창가로 보이는 귤밭도 카페의 일부분이다. 창가에는 포토존도 설치해놨다. 요즘의 취향을 그대로 반양한 멋진 카페다. 제주에 또다시 온다면 역시 재방문하고 싶은 카페다.      

 

이중섭미술관 주차장에 주차 후 이중섭 문화의 거리를 지나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 도착했다. 벌써 다섯 번째 방문이다. 천혜향 1박스를 택배로 작은형과 여동생에게 보냈다. 맞은편에 있는 제일떡집에서 또 오메기떡을 샀다. 올 때마다 나는 한 봉지 산다.

 

다연이는 앱을 이용해 소비자 평이 좋은 ‘통큰수산’에서 펄떡이는 ‘벤자리와 고등어’ 회를 그 자리에서 뜨고, 숙소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제주 에일맥주를 구입했다.  

 

싱싱한 회는 쫀득했다. 식감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맛도 그만이었다. 한 잔씩 마신 에일맥주에 얼굴이 불게 물든다. 모처럼 셋이 함께 여행한 날이다. 다연이 덕에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즐긴 하루였다.
   

< 제주한달살이 소소한 팁 >
- 물영아리오름을 계단으로 오르지 말고 빙 돌아서 오르면 힘들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 ‘녹산로유채꽃도로’는 유채꽃과 벚꽃이 함께 필 때 반드시 방문하시라.
- ‘서귀다원’은 다소 한적하다. 한라산을 등지고 있어 아름답다. 
- 흑돼지를 먹고 싶으면 ‘목포고을’도 괜찮다, 맛도 좋고 직원이 정말 친절하다.
- 귤밭에 있는 ‘귤꽃다락’이란 카페는 크지 않지만 포근하고, 정겹다.
- 서귀포매일올레시장 내 ‘통큰수산’은 싱싱한 회는 물론 가성비도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