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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4일 차 / 제주4.3평화공원, 아라리오뮤지엄, 이호테우 등대

by 이류음주가무 2021. 9. 2.

[제주한달살이] 14일 차 / 2021.3.9.(화) 

- 제주 4.3평화공원, 제주시립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이호테우 등대.

오늘은 연두와 다연이가 제주에 온단다. 5박 6일 일정이다. 밤 10시, 제주공항에 도착한다. 오늘은 제주 시내 투어로 계획을 세웠다. 아침 식사 후 표선도서관에 가 자료검색과 이천문화원에서 진행하는 문화프로그램을 접수했다. 지인 몇 사람에게도 신청하라고 정보를 공유했다. 신청 여부는 그분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집주인에게 미리 이불을 추가 요청했다. 일주일간 추가 비용은 오늘이나 내일 아침에 입금하겠다고 약속하고 제주 시내로 향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제주 4.3평화공원’이다. 

 

제주 4.3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김대중 대통령이 본격 시작해, 노무현 대통령께서 국가를 대표해 사과했고, 역사적 평가도 제대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역사적 평가와 제도적인 마련을 했지만, 아직도 일부는 역사적인 평가와 다른 신념을 주장하고 있어 안타깝다.

 

제주에 왔으니 반드시 한번은 방문해봐야 할 장소이기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사진에 담았다. 해방 이후의 서구 열강 속에서 역사적 평가와 단죄를 제대로 이행치 못한 결과로 시대의 비극과 불행을 짊어져야 했다. 그 처절한 상황이, 그 아픈 역사가 곳곳에 전시돼 있었다. 건물의 규모나 역사적 평가 등에 비해 찾는 사람이 극히 적은 듯해 아쉽기만 하다. 곳곳에 동백꽃의 목이 댕강 잘린 모습이 그대의 상황을 보는 듯 마음이 아프고 처연하다. 관람을 마치고 아트숍에서 동백꽃이 담긴 손수건과 메모지, 그리고 임철우 소설책 한 권을 구매했다.

 

제주시립미술관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 무엇인가 잘못 안내하는 듯 구불구불 복잡했지만, 미술관 앞에는 도착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다. 미술관 인근 맛집을 검색해보니 인근에 ‘옹기밥상’ 식당이 평가가 좋다. 두 시가 넘었는데도 사람들이 가득하다. 양은 혼자 먹기에 적당했고, 맛은 다음에 온다면 또 먹을 만한 식당이다. 

 

식사를 마치고 미술관으로 향했다. 건축 설계자를 모르겠지만 역시 노출콘크리트 형식이다. 특히 건물 앞에 해자(물정원)를 둔 상태라 건물 자체도 매력적으로 비친다. 물에 비친 반영이 균형 잡혀 아름다웠고, 조각 작품도 건축물을 돋보일 수 있는 공간에 자리 잡았다. 

 

아침에 표선도서관에서 오후 2시 30분 관람을 예약하려 했으나, 하루 전까지 예약할 수 있어 그냥 방문했다. 다행히 방문하는 관람객이 적어 예약 없이도 입장할 수 있었다. 

 

기획전, 지역 작가전 등은 물론, 회화, 조각, 사진 등 작품은 다양했지만, 제주도립현대미술관의 좌혜선 작가의 그림처럼 딱히 확 잡아끄는 작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작가가 종이 등을 활용해 만든 조각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외부에는 조각 작품이 많이 설치되어 있지는 않았다. 

 

다음 코스는 아라리오뮤지엄이다.

 

어느 책에서 보았다. 제주에 아라리오뮤지엄이 들어왔다는 사실은 놀라움이라고. 극장 건물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했다. 전시 작품의 명성이 어마어마하다.

 

백남준, 키스 해링,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등 동시대 미술사에서나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서다. 전시된 작품의 크기 또한 대작들이다. 5층 전시실부터 보면서 내려왔다. 현대미술, 그것도 추상화나 설치미술을 올바로 이해한다는 일은 난감하다. 그냥 보면 된다. 작품 의도나 작가 노트 등은 인쇄해 작품 옆에 부착됐다. 잘은 모르지만 한 시간 반을 천천히 감상했다. 제주시립미술관에서의 감상과 비교하자면 그 감흥은 감동적이면서 달랐다. 도록을 구입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단다. 여섯 시에 미술관을 나왔다. 

 

아직도 두 여자가 도착하려면 네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노을이 지는 저녁이니 이호테우 해변으로 향했다. 노을은 구름과 함께 서쪽 바다를 서서히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주차 후 말 모양의 등대가 있는 방파제로 향했다. 해는 지고 붉게 물든 노을은 어두운 구름과 선명히 대비됐다. 

 

하지만 삼각대가 없다 보니 장노출을 담기가 불편했다. 할 수 없이 해안가 방벽 위에다 수동으로 카메라를 설정하고 찍고 또 찍었다. 수평이나 수직선을 잡기가 좀 어려웠지만, LED 화면에 찍힌 풍경은 괜찮아 보였다. 

 

오후 8시 넘어 저녁 먹을 식당을 찾았다. ‘남순이네 칼국수’집이 보였다. 보말칼국수를 주문했다. 젊은 주인은 친절했다. 가게는 작았지만 단정하다. 맛도 아주 담백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근처 경치 좋은 카페에 들어갔다. 다행히 열 한시까지 영업한다고 한다. 오렌지 주스를 주문했고, 한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면서 두 여자가 도착할 시간을 보냈다. 열 시에 제주공항 주차장에 주차했다. 곧이어 두 여자가 웃으며 나타났다.

두 여자를 태우고 97번 도로를 횡단하면서 표선리로 향했다. 

밤은 점점 깊어갔다. 표선리로 갈수록 차량은 줄어들었다. 중간 산 지대의 하늘은 별들로 반짝반짝거렸다. 잠시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함께 하늘을 바라봤다. 별들은 크고 선명했다. 이렇게 수많은 별을 바라본 적이 있었는가 하고 잠시 생각해봤다. 어린 시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던 여주 고향에서 한여름 밤이면 모기에 물리면서도 멍석을 깔고 누워 하늘을 바라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많던 별들의 무리, 은하수, 북두칠성 등등. 물론 지금도 북두칠성은 선명히 반짝거린다. 바람도 서늘했다.

오후 11시에 숙소에 도착했다. 두 여자는 생각보다 한 남자가 잘살고 있는 상황에 조금은 당황하고 놀라는 눈치다. 내일 연두랑 한라산 산행을 위한 준비를 완벽하게 마치고 잠을 청했다.        

< 제주한달살이 소소한 팁 >
-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는 월요일 휴관한다.
-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 I, II는 임시 휴관 중이다.(월요일 휴관)
- 아라리오뮤지엄 탑동시네마 입장료는 15,000원이나 카드별 할인 및 포인트 적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