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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2일차 / 올레2코스, 혼인지가 뭐지? 몸국은?

by 이류음주가무 2021. 7. 23.

[제주한달살이] 12일 차 / 2021.3.7.(일) 

- 올레2코스, 광치기해변, 성산성당, 오조리, 대수산봉, 혼인지, 온평포구  

어제는 미술관, 오늘은 다시 올레코스다. 그동안 올레 1, 3, 4코스를 걸었다. 순서대로라면 중간 먼저 2코스를 걸어야 하는데 빠졌다. 무엇인가 정리하고 기억하는 데 조금 불편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빠진 코스인 올레2코스를 걷기로 했다. 아침을 해먹고 표선리에서 버스를 타고 광치기 해변에서 내렸다.

 

올레2코스는 ‘광치기 해변’부터 ‘온평 포구’까지 15.6㎞로 4∼5시간 소요된다. 

 

오늘도 역시 흐린 날씨에 바람은 다소 쌀쌀했다. 조금 긴 코스를 선정했는데, 코스 초반부에 조류독감으로 통행이 제한된 상황에 직면했다. 내가 상황을 모르고 온 탓이다. 올레2코스 중 경유하는 '오조리'란 마을은 꼭 보고 싶었다. 올레코스 중 마을을 특별히 통과하면 그 마을은 대부분 제주의 본모습을 고이 간직한 마을이다. 특히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마을이다. 

 

성산포성당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오조리’란 마을이 나온다. 

 

우선 성산포성당에 들렀다. 일요일이라 미사를 봉헌해야 하는데, 코로나로 타 본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기가 서로 불편할 수 있다. 할 수 없이 나의 신앙의 스승이신 연두님의 지시대로 하루를 시작했지만, 성모상 앞에서 경건하고 빠르게 성호를 긋고 십자가의 길을 천천히 걸었다. 궂은 날이라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이 경건하게 다가온다. 하루하루를 올바로 살라는 강렬한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성산포성당에서 나와 오조리로 향했다. 성산 일출봉이 손에 잡힐 듯하다. 중간중간에 공사가 중단된 건물이 보인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이 무너지는 모습이며, 또한 오조리란 마을의 이방인으로 마을과 동화되지 못한 불협화음처럼 보인다.

 

식산봉을 오르려고 했더니 여기도 조류독감 때문에 출입금지다. 본격적으로 오조리란 마을에 진입했다. 노인을 위한 마을로 옛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살기에는 불편이 있겠다 싶다. 잠시 지나가는 관광객에게는 기억을 소환할 향수를 불러일으키겠지만 말이다.

 

오조리 마을을 나와 동마트 앞에서 중간 스탬프를 찍었다. 

 

이어 창고형태의 낡은 카페가 보였다. 

 

휴식을 취할 시간이 되어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손님은 없었고 내가 첫 손님처럼 반긴다. 창고 건물 내부에는 ‘성산 감귤 선별장’이란 글씨가 보인다. 과거에는 감귤 선별장으로 활용한 창고지 싶다. 요즘은 ‘레트로’ 풍의 카페가 인기이다 보니 이 건물도 낡고 오래된 옛 모습 그대로 활용한듯하다. 

 

벽면에 ‘그라피티’로 된 낙서와 그림이 그려져 있고, 일부 무너진 천장은 유리로 막았는지 자연채광이 밝게 카페로 내려온다. 다양한 테이블과 의자가 색상별로 멋을 부렸다.

 

빵과 커피 등을 주메뉴로 하는 카페로 ‘어반 그레이스’는 ‘사하’란 상호로 변경될 예정이란다. 마치 강화도 ‘조양방직’ 카페와 유사하다. 사진 찍기도 좋다. 그렇게 차를 마시며 20여 분을 넘게 혼자 쉬다가 밖으로 나왔다. 

 

삼거리에 귤 무인판매장소에서 한 봉지를 살까 고민하다가 그냥 지나쳤다. 조금 더 가니 ‘빛의 벙커’가 나왔다. 익숙한 장소였다. 하지만 올레길 표시하는 리본은 보이지 않았다. 아차 싶어 지도를 확인하니 이미 지정된 코스를 이탈하고 있었다. 어차피 오늘은 우회로를 이용해 다소 짧은 길을 걸었기 때문에 조금 더 걷는다고 힘이 들거나 원망스럽지는 않다. 

 

무인 판매대가 있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해야 하는데 직진한 것이다. 뒷걸음질 치면서 스스로 나를 탓했다. 대수산봉 오르는 길은 약간 경사졌지만, 숲은 아름다웠다. 정상에 오르니 ‘성산 일출봉’이 손에 잡힐 듯하고, 섭지코지도 한눈에 들어온다. 올라오느라 흘린 땀도 이내 시원해진다. 

 

다시 반대편으로 하산한다. 나지막한 산간지대 밭에는 무밭이 많았고, 수확하는 장면도 곳곳에 보였다. 길은 구불구불 도는 느낌을 받았지만 빼어난 풍경은 아니고 조용했다. 한시 반경 오메기떡과 과일로 허기를 해소했다.        

 

유독 물 고인 부분이 많았다.

도로 시공업자가 평형을 잘못 잡은 듯하다. 오히려 비포장도로는 정말 걷기 좋았다

 

혼인지에 도착했다. 

 

혼인지는 제주도의 혼인 신화가 전해오는 연못이라 하는데 관광객도 없고, 다소 쓸쓸한 분위기가 풍경 지나쳤다. 여기서도 잠깐 코스를 잘못 잡았다. 눈앞에 있는 방향을 지시하는 화살표를 그만 놓쳤다. 온평 마을을 지나갔다. 역시 어르신들이 주로 사시는 마을이라 옛 제주 가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렇게 해서 오후 2시 반에 ‘온평포구’에 도착했다. ‘온평포구’에 도착해 쉬면서 남은 과일을 다 먹고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샤워 후 시간이 여유가 있어 차를 몰고 섭지코지에 있는 유민미술관으로 향했다.

 

오후 5시 조금 넘어 도착했더니 입장 마감이란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 내부를 보고 싶었다. 주변에 유채꽃이 예쁘게 피었고 관광객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나도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찍고 또 찍었다.

 

오는 길에 순댓국 맛집을 찾다가 숙소 근처에서 먹기로 했다. 숙소 주인이 지역 사람들이 자주 찾는 장흥식당을 추천한 기억이 나서 찾아갔다. 몸국이 무엇이고 맛은 어떤지 궁금했다.

 

된장국에 시금치 들어간 듯했다. 그런데 주인장이 말하길 뼈에 붙은 살코기에 제주 고사리 등을 재료로 끓인 국이란다. 첫맛은 약간 밍밍한 듯했다. 그런데 여기에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를 넣고 먹으니 그 맛이 칼칼하고 시원하다. 맥주 한 컵을 마시며 먹는 곰국, 다음에 또다시 방문한다면 한 번 더 먹고 싶다.

< 제주한달살이 소소한 팁 >
- 올레2코스는 광치기 해변에서 온평 포구까지 약 15.6㎞로 4∼5시간 걸린다.
- 조류독감으로 내수면 둑방길 출입이 금지돼 있는지 확인하시라.
- 우회로를 이용할 경우 오조리 마을도 한번 걷기를 추천한다. 
- 혼인지는 특히 수국이 피는 계절인 6∼7월이 제격이다
- 유민미술관은 운영 마감 시간 1시간 전까지 표를 구입해야 입장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