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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아보니

[제주한달살이] 10일 차 / 올레 4코스에서 먹는 ‘제주고사리문어라면’의 맛은?

by 이류의하루 2021. 6. 9.

[제주한달살이] 10일 차 / 올레 4코스에서 먹는 ‘제주고사리문어라면’의 맛은?

- 올레4코스에서 만난 ‘고팡당 동산’, ‘달무지개(moonbow)’, ‘모카다방’

어느덧 제주한달살이 3분지의 1이 지났다. 툭하면 비 오고 흐렸던 날씨와 달리 오늘은 가장 쾌청한 날이다. 바람도 제주답지 않게 잔잔한 편이다. 한라산 일부를 가린 구름은 마치 그동안 꽉 막혔던 분화구가 활짝 열린 것처럼 묘한 형상을 하루 내내 만들어 분출했다. 

 

오늘은 올레4코스를 걷는 날이다. 올레4코스는 숙소 인근인 표선해수욕장에서 남원포구까지 구간으로 총길이 19㎞로 소요시간은 5∼6시간 예상된다. 난이도는 중급으로 오름과 바닷길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 험난하지는 않지만, 해안도로를 따라 오랫동안 걷기 때문에 단조로워 지구력이 필요한 코스다. 해안가를 따라 걷다가 토산에서 송원 구간만 마을 경유하는 약간 경사진 산 아닌 산 같은 동네를 지난다.

 

숙소에서 조금 이르게 출발했다. 9시에 출발 스탬프를 찍은 뒤 빠르게 해안가를 걸었다. 하지만 날씨가 워낙 제주답게 아름답다 보니 중간중간 수시로 멈추었고, 또 지정된 코스만이 아니라 조금은 다른 길로 새다 보니 예상시간은 지체됐고 거리는 길어졌다. 어느 지점을 지날 때는 코스를 이탈해 거의 1㎞를 더 걸어야 했다.

 

바다는 그 어떤 날보다 잔잔하고 평화로웠고, 바람은 산 너머 남촌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따듯했다. 걷는 내내 풍경은 아름다웠고, 약간 지루한 코스라고 평을 듣지만 대신 바다가 좋았다. 한라산에서는 구름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중간 스탬프를 찍는 ‘알토산 고팡’을 지나치기도 했다. 사실 그 지점에서는 리본을 보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 바닷가로 가다가 보니 어느 사이 올레 리본이 사라졌다. 분명 ‘잘못 들었구나’ 생각하고 검색해 확인해보니 거의 500여 미터를 지나쳤다. 좌회전을 하지 않고 직진하여 사거리를 건너 마을로 진입해야 하는데, 바닷가로만 걸었다. 다시 사거리로 되돌아 와 사거리를 건넌 후 오르막길로 겨우 접어들었다. 

 

마을은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고팡당 동산’이란 카페 겸 식당은 사진 찍기에도 좋은 맞춤형 식당처럼 보였다. 식사 시간이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나는 그들과 좀 떨어져 빈자리 창가 쪽으로 앉았다. 

사실 ‘문어라면’이 궁금했고 또 먹어보고 싶었다. 지난번 올레2코스 돌 때도 주변 음식점의 간판이나 문에 ‘문어라면’이 많이 표시되어 있어 궁금했었다. 막걸리와 제주 고사리 ‘문어라면’을 주문했다. 다른 맛집에서의 식사라면 당연히 제주‘에일맥주’를 주문했겠지만, 제주 막걸리가 있어 오늘은 막걸리를 마셔보기로 했다. 

 

우선 반찬 5가지가 나왔다. 보기에도 맛깔스럽다. 양은 조금 많았다. 시원한 생유산균 제주 막걸리도 나왔다. 양은잔에 가득 부었다. 입안으로 한 잔을 들이 마시니 몸속으로 빠르게 퍼져가면서 시원하고 또 속이 오므라들 듯 짜릿한 반응이 즉각 일어난다. 또 한잔 마시고 안주겸 반찬으로 나온 오징어 젓갈을 걸치니 호강을 누리는 기분이 마치 높고 시원한 파도처럼 몰려온다. 곧 어질어질해진다.

 

‘문어라면’이 나왔다.

 

한그릇 가득한 문어 라면을 보시라.

 

문어 다리를 하트모양으로 세팅했다. 다리는 굵고 튼실하다. 갓 잡아 꿈틀거렸던 문어 다리처럼 싱싱하다. 조형적인 미를 연출해준 주인장의 정성과 배려가 고맙다. 시각만으로도 맛을 보증하는 수표처럼 느껴진다. 붉은 색감은 보기에도 매콤함이 우러나오는 듯하다.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시각과 미각을 유혹한다. 다리를 잘게 자른 후 한 조각을 먹었다. 부드럽지만 쫀득했다. 주인장 말마따나 매일 지인으로부터 배달받는 싱싱한 문어다. 라면 면발과 얼큰한 국물의 조화는 경이롭다. 제주 막걸리 한 잔을 또 마셨다. 

 

맵지는 않았다. 고사리 양은 적었지만, 다른 야채 등과 문어 맛을 살리는데 한몫을 하는 듯했다. 사장님 내외는 수시로 반찬이 부족한지 공깃밥은 필요한지 친절히 살폈다. 반찬이 혼자 먹기에는 조금 양이 많다고 하니 고맙단다. 다음에 와서도 먹고 싶은 식당으로 기억속의 저장 회로에 넣는다. 

맛있게 또 풍족하게 먹고 마신 후 약간 오르막길을 오르니 숨은 거칠어진다. 마을 속으로 들어갈수록 정겨운 풍경이 제주다웠다. 어느 지역에서는 무인 귤 판매대도 보였다. 조금 전 식사를 하지 않았다면 하나 구입했을 터인데 침을 삼키며 그냥 통과했다. 

 

마을 길을 걷다가 만난 기념품 숍이 ‘달무지개’다.

 

색깔 있는 의자가 마당에 놓여 있고, 작은 건물은 오래된 창고를 닮았다. 밖에서 그 안이 몹시 궁금할 정도로 무엇인가 색깔 있는 귀여운 선물이, 보석이 가득 숨겨져 있는 듯했다. 

 

마침 주인은 없었다.

 

혼자 둘러보며 숍 내부를 몇 컷 찍었다. 사고 싶은 물건도 있었다. 고르고 있다 보니 주인장이 들어왔다. 민박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 방을 정리하고 있었단다.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허락을 받은 후 다시 찍었다. 그리고 동백꽃이 프린트된 손수건과 성산 일출봉이 그려진 엽서를 샀다. 선물 가게 구석구석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보이도록 세팅해 놨다. 내부에서는 그림 그리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나 보다. 밖으로 나와 혼자 셀카 놀이도 즐겼다. 다음에 다시 제주에 온다면 달무지개를 또 방문하리라 생각했다. 

 

다시 해안가로 접어들었다. 멋진 바다는 지루할 정도로 계속 이어졌다. 한라산은 아직도 분화구가 터진 모양으로 계속 구름이 그 중심에서 분출하여 서귀포 방면 해안가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바다와 잘 어울리는 노란 벽면의  ‘모카다방’이 보였다.

 

배낭 속에는 캔 커피 하나가 남아있지만 예쁜 다방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손님은 없었다. 점심을 얼큰하게 먹은 뒤라 또 제주 막걸리 한 통을 미신 뒤라 맥주 대신 아메리카노(아이스)를 주문했다. 창가에 앉아 주인의 동의를 얻어 창밖이나 카페 내부 사진을 찍었다.

 

커피가 나온 후에도 창가에 커피를 놓고 푸른 바다나 여행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숨겨진 이야기가 많아 보인다. 커피를 천천히 마셨고, 지나가는 여행객들이 다방 앞에서 사진 찍는 모습을 지켜봤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시간의 구애됨이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으니 행복했다. 연두가 없어서 한편으로는 아쉬웠지만 말이다.

 

 

오늘의 목적지 ‘남원 포구’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여행객이 도착해 쉬고 있었다. 스탬프를 찍었고 계단에 앉아 준비해 온 콜라비를 아삭아삭 먹었다.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올레 안내소에 들러 표선으로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느냐고 물었더니 봉사자께서 밖으로 나와 건물 뒤가 버스 다니는 도로이고, 오른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버스정류장이 있다고 친절히 안내해준다. 고맙다고 인사 후 발걸음을 돌렸다. 알려준 장소가 남원읍사무소 버스정류장이다.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는 남원 읍내 도로 방지턱을 덜컹덜컹 넘으면서 빠져나왔다. 표선리까지는 겨우 20여 분이 소요됐다.


숙소에 도착했다. 외식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세탁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밥을 해 먹기로 했다. 밥을 먹고 표선도서관에 갔더니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단다. 해안가를 따라 마을 한 바퀴를 돌았다, 곳곳에 빈 상점과 빈집도 많았다, 치킨집은 제주에도 많았다.  

쓰레기 버리는 장소에서 어르신 두 분이 지키고 계셨다. 어떻게 버리나 봤더니 육지와는 조금 다르다. 비닐은 재활용이 불가하고 페트병도 색깔별로 분리하지 않는다. 페트병에 붙은 비닐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재활용 상자에 넣어도 된다. 그러니 제주에 쓰레기가 많다며 수다다. 돌 바람 여자가 많은 게 아니라 비닐하우스, 쓰레기, 날파리도 많다.
 
며칠 전 강풍이 밀어닥친 해안가를 다녀봤다. 고기 잡는 그물 등 어구, 고기를 포장하는 스티로폼, 페트병 등 온갖 쓰레기 잡동사니가 해안가에 넘쳐 흘렀다. 냄새도 진동했다. 다시 거친 물살이 일면 씻겨 버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인지 그냥 방치하고 있었다. 해안가 어디나 쓰레기가 대단했다. 그런 쓰레기 더미와 자란 해산물을 먹는 인간이 위험하다는 르포기사가 거짓이 아니고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또 하루가 지나갔다.(2021.3.6.) 


< 제주한달살이 소소한 팁 >
- 올레4코스는 표선해수욕장에서 남원포구까지 총길이 19㎞로 소요시간은 5∼6시간 예상된다. 난이도는 중급이다. 특히 9km 지점에서 코스를 이탈하지 않도록 주의하시라.
- ‘고팡 당동산’에서 중간 스탬프를 찍는다. 점심시간이라면 ‘제주고사리문어라면’을 꼭 드셔 보시라. 
- ‘달무지개’를 비롯해 인근에 핫한 책방, 카페 등 볼거리, 먹을거리가 모여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마시라.

- 카페 내부 등 사진을 찍을 경우 사전 동의를 구하는 예절이 필요하다.
- 표선도서관 등 공공기관의 도서관은 운영시간을 반드시 확인하고 방문하시라.
- 음식 쓰레기는 물론 재활용 쓰레기를 저녁에 버릴 때 지키고 계신 동네 어르신께 물어보고 버리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