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확률도 100%란다. 숙소에서 조금 늦게 나왔다. 표선농협 주유소에서 주유를 마치고 자연사랑미술관으로 향했다.
자연사랑미술관 역시 한 사진작가의 노력으로 폐교를 리모델링해 세워졌다. 서재철이란 사진작가의 열정이 빚어낸 결과다. 제주의 다양한 풍경 사진이 걸려있고, 또한 수집된 카메라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 교육도 진행하고 있는 듯하다.
인근에 있는 사진작가 김영갑갤러리 두모악과의 쾌적성은 다소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빈 운동장이 다소 을씨년스럽다고나 할까. 비가 내리니 더욱 초라한 느낌이다.
사려니숲길이 궁금했다. 이번 여행에 반드시 혼자 걷을 여행지 중에 하나다. '붉은오름'과 함께 있어서 주변 갓길 등에 차량이 많다. 다음에 222번 버스를 타고 와서 걸을까 하며 사전 답사격의 탐방이었다.
비자림으로 향하던 중 산굼부리 안내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올 때 필수 코스가 아니었던가? 주차장에는 승용 차량이 몇 대 있었다. 입장료는 다소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상으로 한 계단 두 계단 오르다 보니 드라마 촬영지 간판도 있다. 천천히, 가능한 한 돌아서 조금이라도 멀리 걷기로 했다.
주변을 둘러싼 낮은 산이 안개 속에 묻혀서 모습이 희미하다.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산굼부리는 안갯속에서 흐릿하다. 산굼부리 상징물을 보고, 편백나무 숲길을 걸으며 빗속 제주의 냄새를 맡아본다. 비와 나무와 풀의 비릿함이 더없이 편안하고 싱그럽다.
내려오다 보니 묘지도 산굼부리의 관광자원으로 한몫하는 모습이다. 아직 잎이 나지 않은 나목과 주변에 자리 잡은 묘지가 지금 차분한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오래된 관광시설이다 보니 보수를 필요하는 시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한 시간을 빗속에서 홀로 차분하게 걸었다.
비자림으로 이동했다. 주차 후 우산을 들고 입구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그냥 입장했다. 입장료는 3천 원이다. 발열 체크 등을 한 후 입장했다.
‘천연기념물 제374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비자림은 448,165㎡의 면적에 500∼800년생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다. 나무의 높이는 7∼14m, 직경은 50∼110㎝ 그리고 수관폭은 10∼15m에 이르는 거목들이 군집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비자나무 숲이다. 예부터 비자나무 열매인 비자는 구충제로 많이 쓰였고, 나무는 재질이 좋아 고급가구나 바둑판을 만드는 데 사용되어 왔다. 비자림은 나도풍란, 풍란, 콩짜개란, 흑난초, 비자란 등 희귀한 난과 식물의 자생지이기도 하다. 녹음이 짙은 울창한 비자나무 숲 속의 삼림욕은 혈관을 유연하게 하고 정신적, 신체적 피로 해소와 인체의 리듬을 되찾는 자연 건강 휴양 효과가 있다. 또한 주변에는 자태가 아름다운 기생화산인 월랑봉, 아부오름, 용눈이오름 등이 있어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벼운 등산이나 운동을 하는데 안성맞춤인 코스이며 특히 영화 촬영지로서 매우 각광을 받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비자림 (대한민국 구석구석,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에 이처럼 아름다운 숲이 있을까 신비했고 놀라웠다. 나무의 둘레는 물론이고 그 형태가 대단하다. 한 시간 이상을 천천히 걷는 내내 감탄사가 절로 났다. 캐나다의 어느 지역과도 비교해 보았다. 캐나다 나무는 곧고 길며 높았지만, 비자림 술은 굽었고 굵고 넓었다. 곶자왈과도 다른 분위기였다. 곶자왈이 가지라면 비자림은 기둥이었다. 다음 주에 연두가 온다고 하니 연두랑 재방문해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나왔다.
편의점으로 향했다. 우유와 빵을 샀다. 차 안에서 먹고 마시며 다시 사려니숲길 주차장으로 향했다. 비는 더 거세졌다. 주차장의 규모라든가 궁금했다. 주차장은 넉넉했다. 사려니숲길 입장할 때 예매는 필요가 없단다. 또한 ‘붉은오름’ 앞에는 버스가 다니지만 여기는 개인택시 사업자의 반발로 버스 운행이 중단됐단다. 주차장에서 우산을 쓰고 조금 숲길로 걷다가 나왔다. 나무가지에 우산이 걸리고 또 일부 여행객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갔다. 몇 곳 카페를 확인했다. 대부분 맥주를 함께 판매하지 않는다. 간판이 유난히 반짝이는 ‘디카포’란 카페로 건너갔다. ‘카페앤펍’이다. 330㎖ 제주 에일맥주가 9천 원이다. 비싼 느낌은 들었지만, 자릿세도 포함했으려니 생각했다. 맥주는 시원했고, 바디감은 가볍지 않았다. 에일맥주의 풍미가 약간 느껴졌다. 목 넘김은 부드럽다.(2021.3.4.)
< 제주한달살이 소소한 팁 >
- 산굼부리는 신혼여행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 제주 숲길에서 '비자림'을 그냥 지나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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