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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다

텃밭에서 호박, 고추, 쌈, 대파, 감자를 수확하다.

by 이류음주가무 2014. 6. 17.

어머님 돌아가신 후 집 앞 텃밭을 올해부터 여동생 내외와 직접 가꾸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아내가 전담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만 

3월 말에 여주 장터에서 감자를 시작으로 고추((3종류), 토마토, 대파, 들깨, 쌈, 땅콩, 옥수수, 고구마, 호박 등을 사다가 작은 텃밭이지만 능력보다는 크다고 생각된 텃밭에 심었지요.  

 

시골집이 마을 한가운데 위치 해 있다보니 텃밭에 갈 때마다 지나 다니시는 마을 어르신들의 훈수가 일상이 됐습니다. 구경하면서 십여분 이상 말씀하시죠. 그동안 힘쓰는 일에는 제법이었는데 막상 각론에서는 꽝이다보니 다소곳 귀 기울이며 경청할 수밖에요.

 

그럭저력 어른신들의 지혜를 따르며 두어달이 지난 지금 토마토도 그렇고, 고추도 제법 달렸습니다. 호박도 꽤 열렸지요. 고추와 호박은 몇 차례 이미 따 먹었고요. 

 

어른신 훈수에 망쳤다는 예감이 들었던 감자를 몇 포기 캐보니 의외로 수확이 토실토실합니다.  그제는 윗마을 친구 어머님이 지나가시면서 또 훈수듭니다. 아내가 여동생인 줄 알았다면서요. 

아내가 수확한 호박 두개를 드렸더니 엄청 기뻐하십니다. 아내가 직접 재배한 것을 드린 것이지요. 만날 사먹거나 얻어 먹었지만 이젠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아내의 텃밭이고, 여유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작은 형에게도 수확한 호박 두개를 줬죠. 

 

그랬더니 지나가던 후배가 대파 심으라고 한 단을 던져 줍니다. 아직 이르다고 사양했더니 묻어놨다 심으면 된다며 주고 갑니다. 이웃집 친구도 호박 수확했다며 먹어보라고 네개를 가져 옵니다.   

 

주고받고 주고받고.....

 

 

 

햇살은 뜨거워지고 제비와 까치의 소리는 점점 탁해지며 커져갑니다.

들판의 벼는 점점 검푸르게 익어가고

새콤한 살구의 파란 속살이 검붉어가는 초여름의 제 고향 풍경입니다.

 

농사는 혼자하는 게 아닙니다.

혼자 먹을 식량을 생산하는 것도 아닙니다.

 

농사는 여럿이 함께 하는 일입니다.

여럿이 먹는 식량을 생산하는 거룩한 사명입니다.

 

그래서 옛부터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 했나요. 

아내의 얼굴은 햇볕에 조금 붉어졌지만 표정은 흐뭇한 모습의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2014. 6. 15. 여주 능서 용은2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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