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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았다

가다가 멈췄다가

by 이류의하루 2010. 2. 22.
일요일(2월 21일) 아침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아침 저녁으로 근력운동이 전부인 내게 애초 32키로는 무리였다. 그래서 달린 것이 하프였지만 이도 만만치 않음을 달림이들은 알것이다. 올해들어 다시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려고 마음을 잡았다. 그래서 한 것이 매일 출근해서 하는 하체 근력훈련이다. 그 덕분에 지난달 말 우리시에서 가장 높다던 원적산도 편안하게 올랐다. 비록 땀방울을 많이 흐렸지만 그 어느때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산행이었고 휴유증도 전혀 없는 완전한 산행이랄까.

그것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필드를 겨우 8키로를 뛰어보고 하프를 달린다는게 
무리임을 실감한 대회였다. 기록은 차마 말할 용기가 없다.  최고(장)의 기록이 나왔으니 말이다. 출발은 그래도 좋았다. 3키로 정도까지 천천히 달리기로 마음먹고 편안한 발걸음으로 달렸다. 그러나 달리면 달릴수록 다리가 무거워지고 근육은 긴장되어가고 있었다. 10키로 지점서 돌아갈까하는 유혹도 있었다. 하지만 추월해가는 부시장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완주는 하자면서 무거운 걸음을 떼었다.  반환점 돌기전 부시장님의 모습을 보았다. 힘든 기색이 역역하다. 순간 따라잡을까 고민했다. 일단 반환점을 돌았다. 13키로 지점이다. 하지만 그후가 문제였다. 소변도 보고 운동화 속도 좀 만져보고 달리니 근육은 더욱 굳어만 갔다. 할 수 없이 15키로 지점부터는 걷기가 더 많아졌다. 걷다가 뛰다가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면서 역시 연습없이 달린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느끼면서 말이다. 운동장에 들어오니 12시 55분 출반한 지 2시간 33분...

이천으로 오면서 그동안의 달린 대회가 주마등처럼 스친다. 최고기록 1시간 47분대에서 보통은 2시간 전후의 기록을 늘 유지했거늘 오늘처럼 2시간 33분대로 추락하다니 스스로 한숨이 난다. 하지만 당연지사. 훈련이 기록을 말하는 정직한 운동이 마라톤이 아니던가.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자. 달리자. 술은 가급적 멀리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 들녁에 나의 힘찬 발걸음이 들리도록 이 계절이 다시금 소중하게 느끼도록 크게 숨쉬고 달리자. 나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모습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