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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다

논에 하얀 보풀꽃이 앙증맞게 피는 여름에

by 이류음주가무 2011. 7. 18.

싼타페를 다녀온지 며칠 지났는데요.
시차는 이제 완전히 극복했나 봅니다. 

잠자는 패턴만 약간 변했는데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형으로요. ㅋㅋ 
아침 5시에 일어나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6권 경복궁(경복은 큰 복이란 뜻으로 시경에서 따옴)
편 몇 페이지를 읽고, 페이스북까지 했죠

어젠 여주 어머님께 다녀왔습니다.

귀국 인사드리고 매봉재(용은리와 매화리의 경계지역) 논의 논두렁 풀을 베었는데요.
비오듯 쏟아지는 땀이 눈을 가릴 정돕니다. 
흐린 하늘을 보며 비라도 내리면 시원하지 않나 싶기도 했고요.

매봉재 논두렁 풀 베기를 마치고 앙증맞게 핀 예쁜 꽃을 담았습니다. 

물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로 보풀이라고 하는 꽃인데요.

뿌리잎은 긴 잎자루 끝에 화살 모양의 기다란 잎이 달리죠.
7월부터 9월까지 30 - 80cm 높이로 자란 꽃줄기에 흰색꽃이 층층으로 돌려 가며 피는데요. 
초록으로 짙어가는 논에 숨어 핀 흰꽃은 청순 그 자체입니다.

 작은 형 집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집 앞 정원으로 들어갔습니다.

몇 달 전 화사하게 장식했던 꽃들이 제법 열매를 맺어 커 가고 있었는데요.
사과, 자두, 배, 그리고 복숭아까지요. 
  

능소화가 요염한 자태로 뽐내고 있지만 지는 일은 어쩔수 없나 봅니다.

활짝 핀 도라지꽃도 저마다 세상을 향해 나를 봐달라며 빵빵 터지고요.

햇빛을 피해 느티나무 그늘에서 바라본 플라타너스, 벚나무 등의 잎이 숭어 비늘처럼 반짝반짝 빛납니다.


십 수년 전 고향으로 오라며 나를 꼬득였던 들녁의 바람은 지금도 상쾌하고 시원한데요. 
거긴 내 유년의 기억이 잠겨 가끔씩 꺼내보는 정신적 쉼터입니다. 

논두렁 예초작업을 마치려는 순간, 소나기가 쏟아지는데 참 시원합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갔는데 하늘이 뻥뚫린 것처럼 폭우가 장난 아닌데요.
금새 마당이 저수지처럼 변합니다.

힘겹게 버티고 있는 접시꽃, 그래도 이 비 그치면 당신을 향해 활짝 웃겠지요. 

폭우로 불어난 죽당천은 수량이 제법인데요. 흙탕물이라도요. 
백로가 물 가장자리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데 불어난 물살 때문에 고기가 보일런지 괜한 걱정이 듭니다.

그래도 들녘은 여름으로 여름으로 질주하고,

힘들었지만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행복한 오후는 또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