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9시 미사를 마치고 여주 어머님을 뵈러 갔습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만 되면 제 아내가 오지 않나하고 늘 기다림으로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계시지요.
전 날 봉평에 다녀온 후 아내의 허리 통증도 크게 완화돼, 나는 카메라를 챙기고 아내는 후배가 준 능이버섯을 포장해 우리는 산촌리로, 죽당리로, 용은2리로 차를 몰았지요. 태풍 '산바' 때문에 하늘은 가을을 가렸지만 들판은 이미 가을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아내는 능이버섯을 삶고 나는 이웃집 마당에 핀 코스모스를 담기위해 삼각대와 랜즈를 챙깁니다.
산들거리는 코스모스가 어지럽게 피어 있지만 요란하지 않습니다.
어디 방향으로, 어느 꽃에 렌즈를 고정, 담을까 세밀하게 관찰합니다.
향기를 맡고 날아온 벌들 또한 분주히 이 꽃 저 꽃으로 날개짓합니다.
한참 담다보니 아내가 점식먹으랍니다. 지난번에 사뒀던 감자 수제비를 능이버섯으로 삶은 국물에 끓였는데 그 맛이 특별합니다. 떨리는 손으로 젓가락을 꼭 쥔 어머님은 담백한 능이버섯으로만 집중합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요. 우산을 들고 다시 코스모스를 찍으러 갔습니다. 하늘로만 향했던 코스모스는 빗물에 제 얼굴을 지탱하기 힘들었는지 저와 시선을 맞춥니다. 비에 젖었지만 청순하기는 그지없는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코스모스.
제 아내처럼 많은 사람들이 본인을 닮았다며 좋아하는 코스모스.
코스모스는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꽃인데요. 원산지가 멕시코라고 합니다. 1910년대 선교사에 의해 들어오게 됐다죠. 꽃말은 '순정'을 의미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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