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저학년 때 봄 가을 소풍은 무조건 세종대왕릉이었죠.
김치국물 흐르는 도시락을 어깨나 허리에 매고 줄지어 가면 족히 두어 시간은 걸렸지요.
비포장 신작로를 따라, 마을 어귀를 지나, 산을 넘고 넘어서 말입니다.
전교생 모두 걸어 갔으니 그 모습이 짐작되겠지요.
그렇게 가고 또 가서 도착한 곳이 능서 왕대리에 있는 영릉이었죠.
지금이야 차를 몰고 가니 눈 깜작할 사이에 도착하지만요.
지난 토요일 오후 영릉을 찾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듯 언제 후득후득 떨어질지 모를 은행나무의 노란 잎과 숲 속에서 자체 발광하는
단풍나무 몇 그루가 핏빛으로 물드는 모습이 늘 궁금했거든요.
은행나무와
숲 속에서 단풍을 담던 중 무리지어 걸어가는 학생들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형형색색의 자유로움이 이 가을보다 더 가을처럼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들이 가을보다 더 가을답다는 생각에 불현듯 시선이 간거지요.
보세요.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지요.
어려서 그런가요. 아니면 빛이 내리는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빛나서 그런가요.
우리 사회에는 책임있고, 존경받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분들의 모습이 궁색한 요즘인데요.
단풍이 곱게 물드는 가을의 오후처럼 따듯하고 아름답게 인생의 터널을 건너는 행복한 사람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저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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