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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았다

어머님 집 처마에 매달려 있는 게 뭐지?

by 이류의하루 2012. 12. 24.

늦 가을, 강남으로 간다며 안녕이란 말도 없이 떠나 비어 있는 제비집.

그 앞 어머니 거친 손등처럼 갈라져 서까래에 걸려 있는 메주......  

 

상처난 빈 속을 보여주기 싫다며 투터운 담을 쌓았지만,

결국 편편히 유린 당해 굴비엮이듯 엮인 마른 조각, 그리고 그 그림자.   

집안 구석 구석 보이는 낮은 담장에 걸쳐있는 붉은 장미 한송이.

꽃은 햇볕과 팽팽한 기싸움을 하고, 봄 여름보다 더 날카로운 가시는 세월과 불화.           

우유빛 속살을, 눈부시도록 붉은 속살을 숨겨야했던.....

지금은 퍼러럭 퍼러럭 소리내며 겨울 울음을 삼키는 종이꽃.

 

그리고 얼어서 검푸르게 멍든, 그래서 더 외롭고 쓸슬한 곳.     

시골은 겨울로 깊어가며, 그래도 봄으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