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가을, 강남으로 간다며 안녕이란 말도 없이 떠나 비어 있는 제비집.
그 앞 어머니 거친 손등처럼 갈라져 서까래에 걸려 있는 메주......
상처난 빈 속을 보여주기 싫다며 투터운 담을 쌓았지만,
결국 편편히 유린 당해 굴비엮이듯 엮인 마른 조각, 그리고 그 그림자.
집안 구석 구석 보이는 낮은 담장에 걸쳐있는 붉은 장미 한송이.
꽃은 햇볕과 팽팽한 기싸움을 하고, 봄 여름보다 더 날카로운 가시는 세월과 불화.
우유빛 속살을, 눈부시도록 붉은 속살을 숨겨야했던.....
지금은 퍼러럭 퍼러럭 소리내며 겨울 울음을 삼키는 종이꽃.
그리고 얼어서 검푸르게 멍든, 그래서 더 외롭고 쓸슬한 곳.
시골은 겨울로 깊어가며, 그래도 봄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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