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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맛집, 맛집을 찾아서

[여주맛집][세종대왕면맛집] 세종대왕님도 반한 제주보말칼국수가 영릉 근처에 있다고?

by 이류의하루 2022. 12. 28.

최근에야 제주한달살이 포스팅을 마쳤다. 지난해 11월 22일 완도를 출발하면서 시작된 두 번째 제주한달살이는 12월 23일 제주항을 출항하면서 끝났다. 포스팅 날짜도 1년 전과 일치하도록 노력했지만 몇 번은 지나쳤다. 당시 메모나 일기를 기준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다.

제주의 모습은 생생히 떠올랐다. 포스팅을 마치면 세 번째 제주한달살이를 떠난다고 약속했지만, 허언이 되고 말았다. 물론 완전히 포기한 상태는 아니다. 언제고 짐을 싸서 떠나면 된다. 여행의 즐거움을 오롯이 누리기 위해서는 여행을 마치고 나서 바로 여행기를 쓰기보다는 6개월 정도 지나 작성하면 여행의 감흥을 오래 간직할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을 충실히 따르다 보니 1년이 지났다. 

많은 추억이 스쳐 지나갔다. 특히 맛집이 가장 생각났다. 제주 흑돼지로 유명한 ‘숙성도’, 칼국수가 부드러운 ‘홍칼’, 보말칼국수가 맛있는 사계리 해변의 ‘바당칼국수’는 지금 건너가 먹고 싶다.

이천이나 여주에도 ‘제주보말칼국수’를 하는 맛집이 있다. 이천에서는 먹어본 적이 있었고, 여주에도 생긴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제주 보말칼국수집’이 영업 중이다. 오늘은 여주 신상 카페를 찾아가는 길에 보말칼국수 맛을 보기로 했다.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한파주의보 문자는 인근 시군까지 합세해서 계속 카톡 소리를 낸다. 혹한 속에 나들이는 조심할 일이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을 잠재울 수는 없다. 삶의 토대를 확고히 지탱해 주고 있는 식욕을 가장 낮은 차원이 아니라 진지하고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 세종대왕릉 인근 군부대 앞으로 갔다. 지금은 능서면이 아니라 세종대왕면으로 변경됐다. 맛집은 세종대왕이 묻힌 동네에 있다. 집에서 식당까지는 20분이면 도착한다.

 

 

식당 맞은편 눈 덮인 주차장에는 차가 가득하다. 주차 차량 수를 보고 맛집이구나 생각했다. 신선하지 않으면 권하지 않는다는 직원 일동의 홍보문을 읽으면서 들어간 ‘제주보말칼국수’집의 내부는 보통의 식당 모습 그대로였다. 절반 이상 테이블에 손님이 앉아 먹고 있거나 기다리고 있었고, 누군가는 계란 프라이 하기에 열중이다. 손님의 남녀 성비나 연령대 등 분포도 다양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라는 징표다.

 


‘매생이 보말 전’과 ‘매생이 보말칼국수’를 주문했다. 반찬은 김치 등 단 세 가지로 셀프다. 계란 프라이도, 밥도 셀프로 가져와야 한다. 매생이 보말 전의 두께는 생각보다 얇다. 매생이가 가득 넣고 반죽했고, 보말은 톡톡 튀어나왔다. 간은 약간 됐지만, 간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 난다. 전은 부드러웠고, 싱싱하다는 보말에서 제주의 향이 나는 듯했다. 막걸리를 딱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냉장고 속에 ‘능서 막걸리’는 보이지 않았고, 나보고 운전하라는 두 여자의 암묵적 지시를 성실히 수행하는 기사로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주문한 매생이 보말칼국수가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이 먹음직스럽다. 국물은 많은 듯했다. 생면으로 끓이는 국수라 면발은 아주 부드럽다. 끊김도 없었다. 입안으로 후루룩 넘어가는 소리가 부드러우면서 맛깔스럽다. 싱싱한 매생이도, 매생이 향도 가득했다. 보말칼국수라기보다는 매생이 칼국수처럼 느껴졌다. 숟가락으로 바닥을 휘저어보니 보말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갔다. 국수의 양은 적당했다. 국수를 먹기 전에 매생이 전을 먹었더니 연두는 국수를 나에게 조금 나눠주었다. 

 

메뉴판에 ‘밥을 말아 드셔야 더 맛있습니다’라는 문구에 따라 생면 칼국수를 다 먹고 남은 국물에 밥을 조금 퍼와 말았다. 바닥에 깔려있던 보말과 부스러기(?)를 밥과 함께 떠먹었다. 입안 가득히 퍼지는 보말의 향과 식감은 살아있다. 보말칼국수 맛의 화룡점정은 밥을 말아서 먹어야 한다.

 

매생이 전과 매생이 보말칼국수를 먹고 나오는데 속은 뜨듯하고 든든하다. 먹고 싶었던 제주의 맛을 고향에서 맛보는 일은 소소하지만, 행복은 크다. 세종대왕면에 있는 제주보말칼국수를 찾으시라. 국도 42번 군부대 맞은편에 있다. 가까이 세종대왕릉인 영릉이 있으니 둘러보는  보너스도 누려보시길.
          

 

위치 /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면 중부대로 2625-6

휴무 / 매주 토요일, 새해 첫날(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