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도 권력일 수 있을까. 유난히 맛이 있다고 평가받는 집을 찾아가면 권력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다. 가장 배고픈 시간에 몇십 분을 기다려야 하고, 먹을 수 있는 시간도, 입장할 수 있는 손님 수도 제한되어 있다. 메뉴도 달랑 두 가지라면.
손님이 오히려 불리한 상황인데도 자발적으로 찾아가고, 기다리고, 허탕을 쳐도 웃으며 다음을 기약하는 맛집이라면 권력이 아닐까.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하는 권력, 나는 그 권력을 선한 권력을 행사하는 맛집이라 부르고 싶다.
이천 시내에서도 한참 떨어진 시골 마을, 주변에 <샘표 공장>, 단내성가정성지가 있고, 물류창고도 있지만 바람 부는 날이면 건너편 마을에 있는 축사 냄새까지 맡을 수도 있다. 매곡초등학교 옆에 있는 ‘고기국밥’이란 맛집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맛도 궁금했지만, 예술가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사실이 더 궁금증을 자아냈다. 건물 외부는 낡고 오래됐지만, 내부는 단정하면서도 청결했다. 쇠파이프와 압력계 등을 활용한 테이블부터 다양한 장식물까지 식당이 설치미술 공간처럼 느껴졌다. 열두 시 전인데도 손님은 가득하다.
아내와 나는 따로 주문했다. 두 가지 모두 맛을 보기 위해서다. 국밥의 양은 많았고, 선지나 내장 등은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했다. 국물 한 모금을 먹는데 아내와 나 동시에 감탄사가 나왔다.
지난달 부산역 옆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 먹었던 국밥보다 더 맛있다. 양이 다소 많아도 남길 수가 없었다. 다 먹은 후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밖으로 나오니 아직도 손님들은 차례를 기다린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천의 맛집으로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다. 기다리다 내 차례 앞에서 하루 물량이 소진된다 해도.
* 영업시간은 10:30 – 14:00까지다.
* 하루에 100인분만 제공한다.
* 메뉴는 단 두 가지다.
* 1인 손님은 12:30분 이후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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