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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기억을 담아

예술의 도시, 천사의 도시 싼타페를 가다(17)

by 이류음주가무 2012. 4. 6.

드디어 오늘이 이곳을 돌아볼 마지막 날입니다. 점점 이곳이 좋아졌는데 마지막 날이라니 우울해집니다만 그래도 볼 건 봐야겠지요. 이침 식사를 맛나게 했습니다. 식당 종업원과도 많이 친해 졌는데 말입니다. 역시 Sabrina가 우리를 픽업하러 왔습니다. 이지적인 모습에 농담하기도 좀 거북스러웠지만 마지막 날이라 그동안 고맙다는 말과 함께 몇 가지 질문을 하며 일정을 시작했는데요.  

먼저 궁금한 것이 이곳에서 법적으로 제재를 하지 않는 동성애와 마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요. Sabrina는 ‘자기 여동생도 동성애자다. 아무렇지 않다.’ 마약의 경우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용인된다’고 하더군요. 다양한 인종들의 고유하고 이질적인 문화도 하나하나 인정해주는 모습이 정말 천사의 도시지요. Sabrina의 운전 솜씨는 좀 파워 있고 거칩니다만 나름 매력이 많은 분이더군요. 한 곳에서 15년을 근무했다고 하니 나름 자기 분야에서는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고요.  이천에서 열린 국제포럼에서도 자신 있게 발표했던 모습이 이제야 떠오르네요. 

          
신시가지를 지나면서 Santa Fe University of Art and Designs를 통과했는데요. 당초 이곳은 사립 기독교학교였으나 재정상 어려움이 있어 지금은 Santa Fe 시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200여명이 재학하고 있다네요.

 

 

 

 

 

 

 

 

다음 방문한 곳은 Second Street Studios입니다.  

 

 

 

 

 

 

 

 

 

Santa Fe의 예술지구 중 하나로 작업과 생활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구성된 예술단지, 즉 예술인 마을로 작가들이 임대해 입주하고 있지요. 이곳에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원자재판매소, 법률사무소, 매거진, 렌탈 사업, 레스토랑 등 예술관련 비즈니스와 생활을 겸하기에 불편함 없이 조성돼 있는데요, 이천시가 신둔면 고척리 일대에 조성하고 있는 도자예술촌도 롤 모델로 참고해 볼만하다고 느꼈습니다.


조각이나 도자기 작품을 더 보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려 Poeh 아트센터로 향했는데요.

 

산 중턱에 있는 Santa Fe 오페라 극장도 보입니다. Santa Fe 시를 한참 벗어난 곳에 위치한 Poeh아트센터는 미국 고유의 인디언인 푸에블로(Pueblo)족의 전통예술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직접 설립해 운영하는 박물관으로 입장은 무료더군요.  

 

 

 

 

 

 

 

  

 

 

 

 

원주민의 작품은 물론 이천시립박물관처럼 원시인(조상)의 생활상을 모형으로 제작해 전시해 놓았더군요. 전시물은 많지는 않지만 원주민에 대한 자부심은 그 어느 인종보다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Poeh 아트센터 옆에 있는 Roxanne Swentzell 갤러리에는 푸에블로 족이 창작한 현대조각품을 주로 전시하고 있는데요. 마침 한 전시장에는 우리가 방문했던 Institute of American Indian Arts(IAIA)의 졸업생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절반 정도는 이미 판매되었더군요. 작품 감상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를 환대해준 Santa Fe 시장님, 부시장님을 비롯해, 안내를 해준 관계자를 초청해 오찬을 준비했죠. 시간이 조금 일러 Sabrina는 왔던 고속도로를 약간 벗어난 길로 차를 몰았는데요. 우리가 원하는 곳을 더 보여주기 위한 배려였지요. 한적한 산길을 달려 간 곳이 Tesuque Glass Works였습니다.  

 

 

 

 

 

 

이곳은 작업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도록 꾸몄더군요. 물론 현장에서 유리 공예품도 구입할 수 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더군요. 오가는 길의 교각이나 벽면, 바닥에는 Santa Fe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그림이나 조각품들이 곳곳에 그려지거나 설치되어 있는데요. 일정부분 지역의 예술가와 협업해 공공 시설물에 예술작품을 입히는 작업으로 우리나라도 일부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는 도시가 있지만 아트 이천을 지향하는 이천시야말로 지역 예술가의 협업을 조례로 정해 의무화 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굴뚝같습니다. 내가 만약 시장이라면, 내가 만약 조례를 만드는 시의원이라면요. ㅋㅋㅋ

파워풀한 운전 솜씨 덕에 이르게 Santa Fe 시의 전경이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막상 이곳에서 보니 모두가 어도비 형식의 건축물은 아니더군요. 그래도 일정한 높이를 금지시키면서 황토색으로 통일시킨 Santa Fe란 도시가 신비스럽게 다가오더군요.

 

 

 

 

 

 

 

우리의 부탁으로 Santa Fe에서 예약한 Hotel Sanfrancis의 레스토랑에 이르니 바람이 불고 소나기가 쏟아질듯 합니다. Santa Fe 시 방문에 도움주신 분들을 위해 우리시 즉 저와 진섭 군, 한 도현 작가가 준비한 오찬인데요.
물론 우리나라의 격식을 따져보면 형편없이 결례라고 생각되지만 그분들은 우리를 이천시의 대표자로 인정을 해주었고, 또한 최고의 도자 예술가를 동반해서 그런지 오찬에는 David Coss 시장님과 Rebecca 부시장님 그리고 Sabrina, Andrea, Julie, Kim Song(김행자), Heidi Lowen 등이 참석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작별의 담소를 건네며 식사를 했는데요. 식사 중간에 부시장님 남자 친구 분께서 한 도현 작가와의 이별을 아쉬워해 선물을 준비해 오셨더라고요. 아쉬운 석별의 포옹을 하고 먼저 떠났지요. 시장님과 부시장님께서는 우리들의 주머니 사정을 배려한건 지 간단한 식사를 주문해 드시더군요.

 

 

 

식사가 끝날 무렵 드디어 소나기가 무섭게 쏟아집니다. 도로에 물이 금방 흐를 정도로 내렸는데요. 식사 중에 오고간 얘기지만 도자기는 불을 잘 다스리는 게 핵심 중에 하나로 불을 다루는 솜씨가 빼어난 이천시의 도예작가가 Santa Fe를 방문했기 때문에 60여 일 간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던, 그래서 그동안 45일 이상 산불을 진화하지 못했던 Santa Fe 시는 자연적으로 산불을 진화할 수 있겠다며 이천시가 비를 몰고 왔다고 이야기꽃을 피웠지요. 귀구 후 김 행자 여사님께서 보내 온 메일에도 이천시 때문에 비가 내렸다는 얘기가 Santa Fe 시에서 회자된다며 좋아하시더라고요. 오찬이 끝난 후 한 도현 작가와 Heidi Lowen은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했지요.

 

정말 뜨겁게 포옹을 하며 다시 만날 인연을 간절히 빌며 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