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누군가의 재능이 부러울 때가 있다.
어느 날 시골에 빵집을 오픈했다. 책에나 나오는 신기한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내가 사는 이천이란 동네, 그 지역도 백사면 도립리 산수유마을에 말이다.
산수유마을은 봄이면 봄을 알리는 전령이 산수유꽃이 노랗게 마을을 뒤덮는다. 두어 차례 꽃망울이 피어 다른 꽃보다는 조금 오래 마을사람들과 함께 한다. 그리고 늦가을 붉은 열매가 아침햇살을 머금을 때, 노을이 막 물들기 사작하는 저녁에 특히 눈부시도록 영롱하고 아름답다. 산수유를 보기 위해 찾는 이가 계절이나 시기적으로 단기간에 한정돼 있는데 그 마을에 놀랍고 용감하게 빵집 가게를 열었다.
빵은 맛있었다. 인터넷으로도 주문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나는 이 지역을 지날 때마다 구수한 빵냄새의 유혹에 넘어가 들리곤 했다. 빵을 굽는 사이사이 도자기에 꽃을 그리고 만들더니 어느 날 빵집을 그만두고 도자기를 만든다 했다.
이천도자기축제 때 그의 도자기는 원숙미는 없었지만 신선했다. 접시 세트를 구입해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튼튼하고 사용하기 좋아 실용성은 그때도 뛰어났지만 뭔가가 아쉬운 느낌이었다. 그 뒤로 동백꽃을 도자기에 담아 화려하게 변신을 했다. 그렇지만 무게감 등이 가벼워 보였다.
그런데 최근에 이천아트홀에서 전시회 한다고 문자가 왔다. 오프닝 때 참석 못해 다음날 연두랑 찾아갔다. 물론 손님은 적었지만 수많은 도자기는 조명 아래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도자기 하나하나 살펴보니 참 아름답다. 화려하지만 묵직한 보석 같았고, 선하나 흐트러짐 없이 담담하게 자기 위치에서 미를 뽐냈다. 색상을 표현하는 기법 역시 무광이라 그런지 단단했다. 마치 인상주의 화가에 반발하면서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한 폴 세잔의 그림처럼 도자기마다 균형이 잡히고, 색상이나 선이 자유로우면서도 조형감이 뛰어나 보였다.
제품 디자이너의 삶에서 시골빵집을 운영하다가 작가의 말대로 '인생의 끄트머리에서 만난 도자예술의 세상에서 흙을 만지며, 흙과의 타협으로 심신에 새살이 돋아나듯 숨을 회복하고 자유를 준 신비한 색 청화를 만끽하는 그의 삶'이 그래서 부럽다.
< 전시개요 >
기간 / 2023.11.23(일)까지
- 남편 사진전이 11.23.까지 열림에 따라 도자기 전시회도 23일까지 열린다.
장소 / 이천아트홀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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