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도자예술마을에는 많은 도예 작가가 흙을 빚으며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죠. 그중 도자기를 구면서 느꼈던 감정 등을 시집으로 발간한 작가가 있는데요. 바로 「별을 담은 그릇, 나를 닮은 그리움」이란 시집을 낸 공방 <도공 이야기>의 손호규 작가입니다.
처음부터 시인이 되겠다는 꿈은 없었지만, 군 시절 정지용 시인의 향수라는 시가 정말 좋아 늘 흥얼거렸고, 시를 모방하기도 했답니다. 도자기를 만들면서도 고단하거나 시상이 떠오를 때는 계속 습작을 써오면서 자신만의 시 세계를 조금씩 구축했지요.
2001년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에서 동상을 탔을 때인데요. 어느 날 전문기자 겸 시인이 공방을 찾아왔답니다.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엽서 크기의 접지에 쓰인 시가 기자 눈에 띄었죠. 틈틈이 쓴 20여 편의 시를 보여줬고, 기자는 시집을 발간하도록 출판사를 연결해 줬답니다.
<석양>
오래된 시계처럼 힘이 풀리고
마디마디 흔들리는 얼굴
밤에 잠긴 입술은 말을 못 해도
붉게 물든 영혼은 구름에 흘러갑니다
차가운 바닥에서 깨어나
파란 하늘 위에서 뜨거웠던 이름이여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아름다운 날이여
행복했던 아침의 시는
이제, 어둠 속에 티끌로 사라집니다
허공에 타올랐던 위험한 고독은
끝내 가슴 저미는 노을이 되었습니다.
손 작가가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애정하는 시인데요. 시집을 준비하는 2년 사이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쓴 시로, 끝까지 자식들 걱정하시는 부모 모습과 심정을 에둘러 석양으로 표현했답니다.
사실 <도공 이야기>의 도자기 특징은 단아하고 미니멀한 색상, 균형과 파격으로 빚은 형태, 향수를 자아내는 동화 같은 그림 등이 소박하게 표현됐다는 점인데요. 그의 도자기에서 시적 감흥이 느껴지는 대목이죠.
고객 연령층이나 성별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 민트색, 파랑, 노랑, 흰색 등 4가지 색을 주로 사용하는데요. 마치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 자연을 고요하면서도 따듯하게 노래하는 듯하죠. 작가가 좋아하는 색상은 파랑인데 시장에서는 노랑을 더 선호한다는군요.
오랫동안 색상 표현을 위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한 결과, <도공 이야기>의 작품은 ‘현대백화점이나 신세계 백화점’ 등 행사장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시장은 늘 새로움을 갈망한다며 전통 도자기도 매력이 있지만, 기존 도자기보다 색상이나 형태 등을 달리하면서 도전하는 흔적, 작가 정신이 반영된 도자기 제품을 소비자는 원한다네요.
대학 진학을 포기했을 때 정말 후회를 했다는 그는 적성에 맞는 도자기 만들면서 후회할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단단하게 자신을 단련해 왔다는데요. 공방과 전시관을 오픈할 때 부모님께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하시던 모습을 상상하면 지금도 기쁘다는군요.
두 아들 역시 도공의 길을 걷고 있는데요. 아직은 올바른 선택인지 모르겠다네요.
다만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면서 가족이 정을 나누면서 같은 일을 하고, 함께 사는 일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네요. 아들과 함께 같은 방향을 향해 걷는 길, <도공 이야기>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도공 이야기>를 운영하는 손호규(55세) 작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20세에 ‘영창도예’에서 재래식 방식으로 반죽하는 수비를 시작으로 도예에 입문했다. 1997년 수광리에서 본인의 공방을 내면서 35년간 활동했고. 이천도자예술마을이 오픈할 때 입주했다. 2000년 <대한민국 도자전>에서 특별상을, 2001년과 2003년에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에서 동상과 입선을 수상했다. (* 이 글은 이천시 블로그에 포스팅한 내용입니다)
공방위치 /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도자예술로5번길 59
운영시간 / 매일 09:00 - 21:00
연락처 / 0507-1313-5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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