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1년생인 딸아이와 점심자리를 어렵게 마련했다. 무엇을 먹을까 의향을 떠보니 부발 무촌리 ‘매지물 묵밥'집의 전병이란다. 오늘 소개할 이천맛집은 바로 ‘매지울 묵밥’이다.
정말 맛있는 집이다. 비오는 날이면 더욱 생각나는 맛 집이지만 이런 날은 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지 선 듯 가기가 엄두를 내지 못한다. 사전 예약이 필수일 정도다.
‘매지울 묵밥' 맛집의 주 메뉴는 묵밥이다. 10년 전 부발에 근무할 때부터 단골이었다. 그때는 메뉴에 만두도 이름이 올려 있었다. 어느 순간 그게 사라졌다. 만두를 직접 만들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묵밥보다 만두를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주인장이 야속했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계속 묵밥을 탐했다. 만두만큼 묵밥도 맛있기 때문이다.
그날도 찾아갔더니 주차할 장소가 없다. 차가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꽉 차있었다. 맛집 출입구로 나와 겨우 한 쪽에 주차했다. 앞에 두 팀이 대기 중이다. 일단 주인장에게 주문 후 기다렸다. 곧 단체 예약손님이 한꺼번에 식사 후 나가자 우리 자리까지 생겼다.
전병이 나왔다.
전병 하나에 만원이지만 그 내용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값은 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영월 시장 내에서는 개당 천원이지만 ‘매지울 묵밥' 집의 전병은 그 전병과 차원이 달랐다. 나보다 딸아이가 더 좋아하는 전병이다.
집사람이나 딸아이가 많이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 물론 내가 많이 먹었다. 전병 속 내용물을 일일이 확인하고 싶었다. 뭔 재료가 혼합돼 있어 이리 맛이 있을까. 내 입맛에는 두부만 잘게 다져 양념한 게 전부인 듯했다. 그런데 입안에만 들어가면 그것만이 아님을 금방 느낄 수 있다. 맛 집마다 특유의 비법이 있을 터 물어봐야 ‘네네 뭐뭐가 들어갑니다.‘고 할 텐데 물어보는 이만 이상한 사람을 취급받을 터, 물음은 접었다. 그냥 맛이 있으니 먹기만 했다. 여기에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고 싶지만 운전대를 잡았으니 가당찮은 생각이다.
도토리 묵밥도 나왔다.
한 여름이니 난 시원한 얼음이 얹어진 ‘시원한 묵밥’이고 아내와 딸아이는 ‘따듯한 묵밥’이었다. 노란 좁쌀이 섞인 밥이 같이 나왔다.
적당량 넣어 천천히 섞기 시작했다. 한 숟가락을 떠 입안에 넣었다. 좁쌀의 약간 거친 느낌이 묵의 부드럽고 자유분방함에 포로가 된 듯 묘한 조화를 입안에서 부렸다. 이래서 이 집 묵밥을 찾는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손님들은 계속 변했다. 아내도 비웠고, 딸아이도 비웠고, 나도 다 비웠다. 세 그릇 모두 훤했다.
대부분 도토리묵밥과 전병을 주문하지만 도토리들깨칼국수, 도토리해물파전, 도토리비빔국수, 도토리묵무침도 일품인 ‘매지울 묵밥' 맛집. 딸아이가 오면 저녁에 가서 전병에 막걸리을 한 잔 해야겠다.
위치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중앙로 60-16(효양아파트 지나자마자 우측)
전화 031-631-7651
휴무 매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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