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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맛집, 맛집을 찾아서

[이천맛집]외할머니집, 묵밥과 막걸리가 그렇게 맛 있냐?

by 이류의하루 2013. 7. 11.

아미동성당사진동호회 회원과의 첫 출사지는 성호호수 연꽃단지였다. 이어 송라리 메타세콰이어 숲길, 이천농업테마공원을 방문했다. 허기가 졌고,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이천맛집이 바로 ‘외할머니집’이다. 

< 외할머니집 단상 >
나의 ‘외할머니집’은 부발 수정리에 있었다.

 

능서 용은리에서 매화리를 거쳐 수정리로 가는 길은 멀고 무섭고 지루했었다. 지금은 도로가 직선으로 포장돼 있고, 자동차를 이용하면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그때는 비포장에 꾸불꾸불한 길을 걸어서 한 시간을 넘게 걸어 갔었다. 신작로를 따라 가다가 논길을 위태위태하게 걸어서 다시 조용한 산길로 접어들었다. 새가 울고 낮 선 들짐승이 다녔던 고즈넉한 산길을 걸을 때면 등 뒤에서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더 빠르게 돌아보지 않고 걸었었다.

 

식은땀까지 흘리며 외할머니집에 도착했다. 쌀 방앗간도 운영했던 외가는 어린 내가 한 눈에 봐도 우리 집과 달리 웅장했다. 우리 집은 ㄴ자형 초가집이고, 외가는 으리으리한 ㅁ자형 기와집이었다. 우리 집은 머슴이 없었고, 외가는 머슴까지 있었다. 그 외가는 나를 기죽게 만들었다.

 

그렇게 거기서 어머니를 뵈었고, 어머니는 더 할 일이 있으니 밥 먹고 얼른 가라했다. 어린 나는 그곳에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내가 놀고 뛰어 다닐 곳은 우리 동네 초가집이고 들판이고 산이고 개울(양화천)이었다.

 

지금은 변했고, 그런 집도 크게 보이지 않지만 외할머니집 생각하면 그런 첫 느낌이 오롯이 생각난다. 어린 내겐 걸어가기가 먼 길이었고, 혼자 간다는 게 무서웠으며, 대궐 같은 기와집에 위압감을 느꼈던 곳. 이렇게 주절대는 이유는 오늘 소개하는 맛 집 이름이 ‘외할머니집’이어서 그렇다.  

< 맛집 외할머니집은 >
‘외할머니집’은 이천 시내에서 많이 떨어진 외진 곳에 있다.

 

마음 먹고 찾아가야 할 그런 곳에 있다. 그만큼 멀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가끔 그곳을 찾으면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어떻게 알고 이곳까지 맛을 보러 왔을까 생각이 든다. 근처에 골프장이 몇 군데 있고, 물류창고도 여럿이다보니 그 손님이지 싶다. 

출사를 마치고 그 맛 집을 찾았다. 물론 빈자리도 보였다. 토요일이라 평일처럼 열두시에만 손님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도 열두시 넘어서 도착했으니 말이다. 류현진의 역투를 보며 자리에 앉자마자 막걸리와 김치두부를 주문했다. 묵밥과 콩나물밥(2인 이상 가능)도 시켰다.  

하얀 막걸리와 김치두부가 나왔다.

 

막걸리 역시 시원했다. 한 잔씩 따랐다. 막걸리 잔에서 손으로 느껴지는 이 시원함이라니. 한 잔 들이키는 데 목넘이로 느끼는 맛과 시원함이 예사롭지 않다. 첫 잔을 단숨에 비웠다. 짜릿한 느낌이 전율로 온몸으로 즉시 퍼져나갔다. 막걸리는 이 느낌과 맛, 그리고 멋으로 마시는 게 아닌가. 

 

 

접시에 나온 두부김치가 신선하고 먹음직하다. 묶은 김치를 볶아 참깨를 얹어 놓고, 그 옆에 가지런히 포갠 두부, 그 둘의 색감이 조화롭다. 두 종류가 섞여 맛이 좋아야 최고지 색감이 좋다고 느껴지는 분위기는 뭐야 하며 생각할 틈도 두 번째 젓가락질은 김치와 두부로 바로 향했다.

 

그리고 다시 한 잔이 입속으로 거침없이 흘러들어갔다. 그렇게 맛있다며 시원하다며 고소하다며 먹다보니 한 동이는 턱없이 부족했다. 다시 주문했고 그렇게 해서 형제님과 두 동이를 마셨다. 자매님들은  두부김치로 족했고, 오늘의 출사에 대한 수다는 술잔 안에서 계속 맴돌았다.

 

빛깔 고운 반찬이 한 상 나왔다.  

적당한 량에 보기 좋게 차렸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만 가져왔나 생각이 들 정도다. 맛을 내기 위한 인위적인 지나침도 없어 보였지만 지나치게 자연스러운 맛이 우려 있었다.    

 

 

 

 

묵밥이 나왔다. 콩나물밥도 나왔다.  

 

콩나물밥에 양념을 넣고 비비는 모습을 보고 침을 삼켰다. 나는 묵밥인 걸 어떻게 하냐며 묵밥을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 정말 시원했고 부드러웠다. 내 입맛이 그 양념에게 들킨 것처럼 궁합이 잘 맞았다. 콩나물밥은 이미 안중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먹으면서 내부를 살폈다. 토속적으로 만든 여러 조각품이 장식돼 있었다. 옛 물건들도 보였다. 유명인사의 사인도 걸려있다. 맛있게 마시고 먹는 사이 괴물투수(?) 류현진은 잘 던졌고(결국 승리투수가 됐다), 손님들은 가득했다. 이 맛과 분위기에서 음식의 가격도 착하다는 평가다. 

 

 

 

 

나의 외할머니집에 대한 어릴 적에 막연히 품었던 두려움도 뜬금없이 ‘외할머니집’의 맛과 함께 사라졌다. 비록 시내와 많이 떨어져 있지만 ‘외할머니집’의 맛은 그 자리에서 영원히 빛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위치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두미리 138-2

전화 031-635-7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