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메라를 메고 여주로 향했죠.
황학산수목원에서 백일홍에 가볍게 앉은 호랑나비의 날갯짓도 포착하고, 6월의 태양처럼 활짝 핀 해바라기도 담습니다. 옛가옥의 담장을 따라서 피기 시작한 능소화의 슬프고도 화려한 자태를 땀을 흘려가며 셧터 누르기에 정신이 없다보니 어느덧 허기가 몰려오더군요.
점심은 무엇으로 먹겠느냐고 물으니 저만 처다보더군요.
얼큰한 해물칼국수가 일품인 여주고려병원 인근 청정해물칼국수, 막국수로 유명한 홍원막국수, 만두로 유명하고 요즘은 열무잔치국수가 일품인 보배내, 그리고 콩국수 등 콩요리가 유명한 곳으로 최근 몇 차례 맛 본 점동의 시골맛집을 추천했죠. 결국 청정해물칼국수집의 얼큰한 해물칼국수로 낙점, 출발했는데요.
남한강 변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42번 국도 변 능서 신근리에 위치한 능서돼지국밥집이 생각나더군요. 종종 여주와 이천을 오가다 보면 항상 차량이 꽉 차 있어 얼마나 맛있는 집이길래 하며 궁금했었죠. 전에 여주 친구에게 물어봐도 맛있는 집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추천도 했었고요. 그래서 혹시 돼지국밥은 드실 수 있냐 물었더니 좋다며, 그집으로 가자고해 여주맛집 능서돼지국밥으로 향하게 된거죠.
토요일이라 손님이 많지 않겠구나 하고 기대했는데 웬걸 그런 기대는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메뉴를 보니 모듬순대에 막걸리가 눈에 띄어 둘을 주문했지요. 물론 돼지국밥도 함께요.
막걸리와 모듬순대가 나왔는데요.
부추 위에 보기 좋게 큰 접시에 놓인 세 종류의 순대가 보기에도 침샘을 자극하네요. 맛을 본 아내도 그렇고, 동행한 지인들도 부드럽고 맛있다며 잘왔다고 합니다. 적당히 간이 된 순대, 배부름을 감수하고 허겁지겁 큰 접시를 비웠지요. 양은주전자에 나온 시원한 막걸리는 또 어떻구요. 정말 저절로 슬슬 넘어갑니다.
돌솥밥에 돼지국밥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돼지국밥집에 왠 돌솥밥이라니요. 그것도 여주쌀로 지은 쌀밥이랍니다. 뜨거운 뚜껑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나옵니다. 한 숫가락 떠 먹는데 진짜 어릴 적 여주쌀밥의 맛이 느껴는군요. 높고 맑은 가을 하늘의 햇볕과 산들산들 시원한 바람으로 마당에 펼쳐놓은 멍석에 말려 도정한 그 옛날 여주쌀 말입니다. 구수한 맛과 존득존득한 게 반찬 없이도 먹을 만한 그 여주쌀밥입니다.
주메뉴인 돼지국밥인데요. 돼지 부산물이 다양하고 풍부합니다.국밥국믈은 국산사골육수를 24시간 우려서 나온거를 사용하다보니 담백하고 고소합니다. 돼지 부산물은 부드럽고 쫄깃하다보니 모두 잘 선택했다며 맛있게 드시더군요. 더 맛있게 먹기 위해 간을 더 추가하는 방법도 친절하게 수저통 위에 적어서 붙여 놨네요.
순식간에 모듬순대도 다 먹고, 막거리 주전자에는 덜그락 빈 소리가 나고, 돼지국밥도 몽땅 깨끗이 비웠죠. 비록 땀으로 범벅이 됐던 하루였지만 좋은 피사체에 눈과 마음이 행복했고, 맛 좋은 능서돼지국밥에 미각은 중독됐으며, 시원한 막걸리에 속은 알딸딸하게 조금 흔들렸던 날, 정말 좋았습니다.
위치 경기도 여주군 흥천면 신근리 873-5 능서돼지국밥
예약전화 070-4117-1157
둘째주 토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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