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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다

접시꽃 붉게 핀 날 감자를 캐는 아내의 뒷모습

by 이류음주가무 2012. 6. 28.

접시꽃이 곱고 붉게 활짝 피고, 한 낮의 더위는 30도를 넘는 날 집사람과 여주 어머님을 뵈러 갔어요. 뵈러 갔다기보다는 당연히 오겠지 하는 어머님 생각에 부응하기 위한 그런(?) 나들이었지요. 

지난 주에는 갑짜기 쏟아진 소나기 때문에 잠시 시원했지만 내내 불볕 더위 때문에 감자나 옥수수 등 작물들이 힘겹게 가뭄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지요.

 

다행히 집안에 있는 수도에서 호수로 연결해 가끔 물을 주어 그나마 생육에 큰 지장은 없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집안 청소와 함께 감자를 캤어요. 가물어 비가 온 뒤 캐려고 했으나 그러면 또 썩지 않을까 하는 어머님 걱정에 아내는 준비를 단단히 하고 집 앞 텃밭으로 향했지요. 

 

길지 않은 세고랑입니다만 땡볕 아래에서 감자를 캐는 일이 쉽지는 않지요. 감자를 캤으면 하고 의중을 말씀하신 어머님도 안타깝던 지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는데요. 자두나무 그늘에 앉아 계신 모습 속에 내가 캐야하는데 며느리에게 시켜 미안하구나 한 표정입니다. 그 사이 아내의 볼은 벌써 익어 갑니다.  

 

 

 

 

 

 

제 역할이야 캐논 감자를 모아 집 안으로 옮기는 것이지요. 일 할 타입으로 보이지는 않지요. ㅋㅋ.  그래도 할 일은 다 한답니다. 특히 제 마음에서 우러 나올 때 그렇지요. 즐겁지요.

 

 

일을 마치고 능서막걸리 한 잔했습니다. 요 근처에서 능서막걸리가 최고의 맛을 자랑하지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요. 저만 그런가요. ㅋㅋ.  지난 주에 사서 보관한 막걸리가 숙성이 되서 그런지 제 맛이 납니다. 저만 느낀게 아니고 아내도 그렇다네요. 그래서 오늘도 한 통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 놨지요. 다음 주에 또 한 잔 하려고요.   

 

가뭄으로 걱정했지만 감자는 집안 수돗물 덕으로 그나마 먹을 만하게 달려더군요.  

 

주어진 자연 환경에서 감자도 나름 최선을 다했지 싶더군요. 그게 감자의 길이고 감자의 인생이 아닌가 생각도 해봤어요. 우리도 그런 역경 속에서 서로 어우러져 제 역할을 다한다면 웃음이 꽃피는 저녁이 기다리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고생했어요 감자씨. 고마워요 감자씨. 감자는 캔 당일 삶아 먹을 때가 최고의 맛을 내죠.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