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2 30일 차 / 미술관을 가고, 맛집을 즐기며, 사진을 찍었다. 딸과 함께....
아침 산방산을 보니 여린 핑크빛이 아름답다. 빛도 멋지다. 이런 날마다 꼭 뒤늦은 후회 한다. 일출 장면을 박수기정에서 촬영했어야 하는 데 하고 말이다. 후회는 언제나 삶의 연속이다.
오늘은 제주한달살이 마지막 날이다. 내일 새벽에 제주를 떠난다. 오늘은 다연이랑 아침밥과 미역국을 끓여 먹는다. 다연이랑 숙소에서 처음 밥을 해 먹는다.
첫 방문지는 미술관이다. 연두랑 관람했던 포도 뮤지엄이다. 연두는 참 인상 깊게 본 전시회였다고 평가했다. 그 평가에 다연이 마음도 움직였다. 딸과 미술관을 가는 아버지라니 생각만 해도 흐뭇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온 다연이에게 소감을 묻지는 않았다. 얼굴 모습에서 실망감 같은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전시 내용이 괜찮았던 모양이다.
포도 뮤지엄을 관람한 후 두 번째 방문지인 사계리에 있는 '사계리사진관'으로 이동했다. 열두 시 반에 예약했다. 우선 사계리 해변에 있는 맛집인 ’ 바당칼국수‘에서 보말칼국수를 먹었다. 나는 맛있게 먹었지만 내 평가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연이도 흡족한 맛을 느낀 듯했다. 사계리 해안을 잠깐 구경했다. 아침과는 달리 초봄처럼 따듯하다. 바람도 거세지 않아 좋다.
열두 시 반에 '사계리사진관'으로 향했다. 예약한 사진관이다. 다양한 표정과 제세를 취하면서 이십 여분을 담았다. 최종적으로 인화할 사진 두 장을 선택하니 인화를 위해 이십 여분을 기다리란다. 옆에 있는 '고요소요' 소품집에 가 동백꽃이 새겨진 밭침 2개를 샀다. 차 마실 때 밭침으로 사용한다니 다연이도 좋다고 한다. 그 앞에 '벼레별씨' 카페가 있었다. 주택 내부를 카페로 꾸몄고, 빵도 판매한다. 차 마시면서 기다렸다.
시간이 되어 사진관으로 가 사진 두 장을 찾았다. 제주도에서의 기념사진이다. 파일은 별도로 메일로 보내준단다.
새별오름으로 이동했다. 아침에 일출을 보려고 했었던 오름이다. 새별오름 주차장에 도착하니 차량은 물론 관광객도 많다. 날씨가 쾌청해서일까 오르는 사람도 많다. 정상까지는 이십 여분이 걸리지만 숨은 벅차다. 올라가서 바라보는 한림항 등 서쪽 해안은 물론 동남북 모두 시원하다. 바람이 약간 싸늘해졌다. 전에 연두랑은 올라갔던 길로 다시 내려왔으나 다연이랑은 반대편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은 편했고, 갈대는 역광으로 보니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한라산 정상도 선명하게 잘 보인다. 오르고 내리는 데 50여 분이 걸렸다.
오후 5시에 예약한 이태리 식당 근처에 있는 카페로 이동했다. 책방을 순례하면서 방문했던 카페 겸 책방이다. 야외주차장에는 차량이 많다. 지난번 방문 때보다 카페 안에는 손님이 많다. 자리를 잡고 천천히 차를 마시며, 책방을 살피며 시간을 보냈다. 다연이도 책방 겸 카페를 좋아한다. 한 시간 동안을 차 마시면서 쉬다가 5시에 예약한 식당으로 이동했다. 군산오름 인근에 있는 이태리 레스토랑으로 카페에서 10여 분 걸렸다.
우리가 찾아간 'BISTRO 낭' 식당은 예약제로 운영한다. 두 테이블에는 손님이 와 있었고, 나머지 테이블은 세팅만 해 놨다. 메뉴는 다연이가 골랐고, 음식이 나오면서 친절하게 설명하신다. 내 입에도 맛은 좋았다. 음식값이 제법 나가는 식당이지만 가격은 물어보지는 않았다.
숙소에 도착하기 전 편의점에서 제주 에일맥주 한 캔을 샀다. 제주한달살이를 마치면서 딸과 자축하기 위해서다, 여섯 시가 되기 전인데 노을빛이 정말 아름답다. 옥상에 올라가 산방산이나 모슬포 방향을 바라보니 눈부시게 붉다. 황홀한 장관을 언제 다시 볼지 아쉬움이 남는다.
맥주를 마셨고 내일 아침 빠르게 나가기 위해 짐을 천천히 가방에 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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