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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한달살이] 12/23, 31일차 제주를 떠나다

by 이류음주가무 2022. 12. 23.

새벽에 일어나 모든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나왔다. 봄에는 동쪽 표선에서,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에는 서쪽 동광육거리 인근에서 한 달을 살았다. 제주항을 출발해 완도항에서 하선해 이천에 도착하기까지 하루 걸렸다.

 

제주에서는 온전히 혼자 살기도 했고, 일주일 정도는 아내와 함께 보냈다. 아들도 왔었고, 딸도 잠깐 와 아버지와 함께 걷고 여행했다. 가족과 함께한 소중한 순간이었고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추자도를 비롯해 제주올레길을 완주했다. 한라산을 오르고, 새별오름을 비롯한 많은 오름을 올랐다. 맛집과 카페를 찾아다녔고, 책방도 순례했다. 모든 책방을 다니고 싶었지만 이루지는 못했다. 건축물이 독특한 미술관을 찾아 관람하면서 큰 기쁨을 누렸다.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에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의 속살을 보았고, 산재한 4.3 사건의 유적지를 지나가면서 평화를 기원했다. 두 달이란 기간은 짧다면 짧겠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글을 마치면 또다시 제주로 떠나겠다고 다짐하고 약속했지만, 아직은 실행 전이다. 

다음은 프랑스에서 스페인을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가 목표다. 2024년도에 실행할 계획이다. 제주에서도 많이 걸었지만, 지금은 수원교구 14개 성지와 8개 본당을 잇는 디딤길 17개 코스를 걷고 있다. 우연이지만 제주올레길의 거리 425㎞와 비슷하다. 절반을 걸었고, 나머지는 2023년에 완주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두 다리가 온전할 때까지 떠나고 걸을 것이다. 정주하지 않고 길을 걷고, 미술관을 찾아 감상하고, 책방을 들려서 책을 사고, 맛집과 멋진 카페에서 먹고 마실 것이다. 살아 있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지 싶다.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욕망을 위해 오늘도 걷고 또 걸을 일이다. 

 

(* 2021.11.22 시작된 제주한달살이는 2021.12.23. 끝났다. 올레길을 완주하고 맛집과 카페는 물론 미술관과 책방을 돌며 제주의 속살을 즐겼다. 혼자 여행하는데 지원해준 아내 연두에게 감사하다. 응원해 준 아들과 딸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