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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다

쵸코파이 다섯개를 먹고도 26키로밖에 뛰지 못했다고

by 이류음주가무 2011. 10. 26.

쵸코파이 다섯개를 먹고도 26키로밖에 뛰지 못했다


지난 일요일(10월 23일), 춘천에 다녀왔습니다. 마라톤 대회가 열렸었죠.
이천시청마라톤동호회 회원 2명이 풀코스를 신청하는 바람에 회장과 총무도 얼떨결에 신청했거든요.


그렇지만 연습도 없이 도전한다는 건 무모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무리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아침 여섯시에 모여 출발했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신하리를 지나 문막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었죠.
춘천은 이미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고, 도시는 마라톤대회에 참석하려는 달림이들에게
무장해제 당한
느낌이 들 정도로 런너와 그들의 차량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늦었지만 연습을 하지않은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옵니다.
저 이들과 같이 이 시내를 한바뀌 돌 수 있었으면, 물론 한 때는 매년 돌았지만....... 하고요.

출발장소로 이동하면서 여기저기 살핍니다.
중계방송 차량도 보이고요.  

내가 뛸 구역은 기록이 전혀 없거나 최근 3년간 풀코스 기록이 없는 I구역입니다. 

케냐 선수등 엘리트 남자 선수들이 출발합니다. 인생역전을 노리는 걸까요?
결국 이들이 1위부터 6위까지 싹쓸이 했죠.
1위한 선수는 대회기록 경신 장려금 3만불까지 합쳐 8만불을 챙겼으니......

곧 여자선수도 출발합니다. 몇 명되지 않는군요.

마스터즈.  내로라하는 쟁쟁한 기록을 보유한...  출발부터 힘이 느껴집니다.
눈 앞에서 보고 있자니 가슴이 터질 듯합니다.

이어서 조별로 차례차례... 내가 속한 마지막 조가 출발합니다.

연습이 없었으니 최대한 자제하자며 달립니다. 한 3키로 달리니 몸이 가벼워집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했지만 아니지 난 연습이 전혀 없었잖아. 겨우 공주 하프대회와 이천 대회 10키로가 전부인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내가 속한 조에서 출발은 했지만 무리라고 생각을 가다듬습니다.
가로수 단풍을 보며 제 몸 상태를 살핍니다. 컨디션은 좋은데요
.

드디어 나타난 호수, 이게 이 대회의 가장 큰 매력, 잔잔한 호수, 약간의 안개, 그리고 울긋불긋한 단풍. 
인어공주도 보이죠. 달림이들의 경쾌한 발걸음 소리가 부드럽고 조용한 도시를 일깨웁니다. 


너와 함께라면 세상에 모든 길을 달리고 싶다.  

10여킬로 달려도 컨디션은 역시 최상, 그냥 풀코스를 도전해 봐. 하지만 12키로 지점부터 몸은
급격히 무거워지고 있었죠. 그럼 그렇지 마라톤 처럼 정직한 운동이 어디있남. 처음 마음 먹었던 대로 
달렸지만 이제 허기와의 갈등. 왜 이리 배가 고프지 하지만 아직 
쵸코파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노란 은행나무의 잎이 길에 뿌려지고 사분히 즈려밟고 뛰는 행복감을 느끼며
17키로 지점에서의 오르막 길은 걸어갑니다. 지난해처럼요......

게토레이는 마시고, 아니 배가 고프니 먹어야겠죠

드디어 20키로 지점에 나타난 쵸코파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를 쥐고 먹기 시작했죠.
그래도 허기가 가시지 않아 다시 두개 그리고 두개는 주머니에 넣고 가면서 하나 더 다섯개를 먹었죠. 

낙오자를 위한 차량이 대기하고 있네요. 난 안탈련다.
샛길로 가련다며...

하프 지점 반환점을 돌지 않고 그냥 가로질러 가니 어느새 37키로 지점 이젠 5키로 정도 남았네요. 
ㅋㅋ 벌써 눈 깜짝할 사이에 16키로를 날았죠.  

길거리 응원단이 흥을 돋구지만 쥐가 나 쓰러지는 달림이와 돌보는 동료들...
아 힘들다 보는 것도. 그래도 최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은 피니쉬를 향해 막판 피치를 올립니다. 

가장 힘들다는 춘천대교인가요. 표정이 말이 아닙니다. 그럴만도 하지요.
이곳부터는 약 3키로 정도는 직선거리
죠. 나는 사진이나 찍고 있으니  
그래도 창피하지만 남들처럼 정상적인 코스로 달립니다. 여기부터는요.

소양강 처녀, 트럼펫 연주 동아리의 공연 모습도 담습니다. 피니쉬 라인

완주한 달림이들의 고통스런 모습들 왜 달릴까요 정말.
저 사람들 내년에도 반드시 옵니다. 백프롭니다.
피니시를 뒤로하고 칩 반납 장소로 갑니다.


여긴 여유로운 모습. 완주자만이 만끽할 수 있는 특권. ㅠㅠㅠ
부럽지만 어쩌겠어요. 난 26키로밖에 뛰지 못했는걸요.


동료 용선생이 들어 올려면 두어시간 이상은 남았을 터 총무와 순대에 막걸리 한 잔하지만 맹탕인 막걸리, 포장마차의 한탕을 알지만 그래도 시원하게 목넘이가 좋습니다.
 

이어 목욕탕을 찾아 헤멘 끝에 춘천중앙시장 옆에서 목욕하고....

겨우 만난 용선생과 임꺽정 닭갈비집(춘천시 석사동 907-4 / 033-262-6577)을 찾아 간 곳.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달콤한 닭갈비. 여기온 두번째 이유지요.
연습없이 질주했지만 무모하지 않게 달려 행복했던 하루.

내일 또 연천에서 공무원 마라톤대회가 열리니 셋이서 맥주 각 1병씩만 마시고 귀가.......

연천 군부대에서 또 다시 달리다

월요일(10월 24일) 공무원 체육대회가 연천에서 열렸습니다.
마라톤동호회 회원 14명이 참석했는데요. 모두 10키로미터죠.

전방지역이라 출입절차가 약간 복잡하네요. 이미 많은 시군에서 온 직원들이 가볍게 몸을 풉니다.
제일 먼저 연천에서 유명하다는 율무막걸리가 눈에 들어오네요. 간단한 의식과 함께 출발합니다


그런데 질주하는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어제 달린 직원들도 많은데 천천히 달리는 사람들이 없더라구요. 
코스는 상쾌 그 자체지만 계속 오르막길에다가 3키로 지점엔 깔딱고개, 
반환점은 좀 먼 거 같은 느낌이 들고요. 반환점을 돌고보니 이제 몸이 제대로 풀린 느낌입니다.

이미 동료들은 나를 지나쳤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추월해보자고 달렸는데 따라잡은이가 영학씨.
조금 달리다가 먼저 갈께하고 치고 나갔지만 더이상 보이지 않네요
피니쉬 라인에 동료들이 다있고요.


함께 율무막걸리를 마시고 유황온천에서 목욕하고 제일 맛있다는 매운탕집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처럼의 유쾌한 파티, 이천에 오니 일곱시 몇 명이 능이버섯백숙하는 후배집에가서 다시 한잔....
신하리가서 또 생맥주


에이고 에이고 내 팔자야 술이야, 술이야.

 
이젠 안동에 가야해요.  ㅠㅠㅠ ㅋㅋㅋ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