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알게 된 정미조의 음반 ‘바람 같은 날을 살다가’에 수록된 노래 ‘눈사람’을 매일 듣고 있다. 일어나 듣고 차를 몰고 가면서도 듣는다. 언제가 어느 마을에서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는 법을 강의해달라는 부탁이 있어 중간 쉬는 시간에 이 노래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나를 초청한 사람도 정미조의 그 노래를 선곡해 주민들에게 들려주시기도 했다.
원숙한 목소리는 물론, 가사나 곡이 정말 마음에 들었고, 또 편안했다. 특히 ‘하얀 새벽 눈길을 가장 먼저 걸어서 내게로 와달라’는 내용은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해 주었다. 물론 내가 가사나 곡조 그리고 정미조의 목소리에 심취해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즉 앨범에 실린 사진 때문이다.
몇 해 전에 충주로 출사를 간 적이 있다. 바로 비내섬이다. 비내섬은 남한강 충주에 있는 섬으로 드라마 촬영지로도 가끔 나오는 섬이다. 하지만 나는 가을에 느끼는 외로움이나 쓸쓸함을 담기에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미조의 앨범 재킷 사진이 그 분위기와 똑 닮았다. 비내섬에서 촬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는 영락 비내섬이다.
카페를 소개하는데 이렇게 서론이 긴 이유는 오늘 소개하는 카페가 바로 이 섬 맞은편에 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카페 밤밭 2017’에서 맛있게 브런치를 마치고 남한강을 따라 드라이브하다가 만난 카페가 ‘서유숙 카페’다.
‘서유숙 카페’는 밤밭 등 과수원 아래 따사롭게 자리 잡았다. 함께 운영하는 한옥 스테이 안쪽에 자리 잡았다. 한옥으로 지어진 공간도 있고, 컨테이너 하우스를 이용해 조성한 공간도 있다. 너른 잔디밭이 막힌 가슴을 활짝 펴게 한다.
이른 봄이라 약간 가을 분위기가 풍기지만 맞은편 강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한편으로는 시원하고 또 따사롭기도 하다. 건물 벽면이 온통 흰색이다 보니 감성을 담은 사진을 연출하기도 좋다. 각종 간식거리도 충분하고 맛도 좋다는 평이 다수를 점한다. 점심을 먹고 온 카페라 커피 등 음료만 주문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이다 보니 카페는 더더욱 조용하다. 젊은 친구들도 수시로 찾아온다. 야외에서 편안한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 내용이 궁금하다. 작은 한옥 한 채 뒤편에 서 있는 목련 나무가 곧게 서 있다. 저 목련은 지금쯤 한창 피었을 테다. 꽃은 ‘너 오면 필 테니 내일 꼭 와’ 하고 기다리지 않는다. 기다리지 않는 꽃을 때맞추어 찾아가기도 요즘은 벅차다. 여기저기 터지는 꽃망울에 어지럽지만 기다렸던 봄은 기다리지 않고 지나간다.
하얀 목련이 툭툭 지더라도 ‘서유숙 카페’는 다른 색깔로 나를 반겨줄 게 틀림없다. 갈대 등이 우거진 비내섬으로 조용한 힐링을 하면서 ‘서유숙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나를 돌아보는 일도 좋을 테고, 반대로 ‘서유숙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비내섬을 산책하며 삶을 되돌아보는 일정도 꽤 의미 있는 여행이 되겠다, 물론 ‘서유숙 한옥 스테이’에서 하루 머문다면 더없이 풍요로운 하루가 되겠지만 말이다.
‘서유숙 카페’가 지금도 좋아서, 또 가고 싶어서 서론이 길어졌다.
위치 / 충북 충주시 엄정면 밤밭 1길 63
정기휴무 / 매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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