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11월 17일) 여주 신륵사 옆 도자세상을 구경갔습니다.
마침 '여주쌀고구마축제'도 열려 저나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는 두 배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는데요. 저 역시 고향 여주에서 열리는 축제 현장도 물론 담았지요.
대왕님표 여주쌀과 밤고구마 등 여주 고구마를 주제로 열린 축제 역시 즐겁고 색다른 경험을 한 유익한 축제였습니다.
이어 찾은 곳이 도자세상의 대형한옥 팔각회랑인 '도예랑'에서 진행된 '산더미 우리 그릇전'인데요.
이 행사는 그동안 도자세상에서 인기품목으로 방문객들에게 사랑받았던 컵, 접시, 사발, 뚝배기 등 생활도자기를 많게는 80%까지 할인 판매하는 행사였지요.
여기저기 눈길을 주던 중 나의 발걸음은 어느 컵 무리 앞에 멈춰졌지요.
희고, 검고, 녹색의 컵이 조금씩 다르게 각자의 특색을 뽐내며 제 눈에 들어온거지요.
모두가 어렵다는 시기에, 집안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아내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지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몇 차례 회랑을 둘러본 후 어쩔 수없이 그 앞에 다시 섯지요.
결국 열 수밖에요. 컵 하나 구했습니다.
가격이야 소주 한 잔 덜 마시면 될 수준이지만 말입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도예가들이 만든 도자기를, 그것이 전통도자기든 생활도자기든 그들의 땀과 열정이 담긴 혼의 결과물로 보는 이들이 아직은 많지않죠.
대형마트나 시장 좌판을 점한 가볍고, 깨지지 않는 컵이나 그릇, 대량 생산된 자기, 특히 수입 도자기처럼 흔하다보니 지역 도예가들이 만든 생활도자기도 그와 다름없다고 판단하는 게 보편화된 실정이다보니 답답하고 안스럽죠.
천년의 혼이 살아 있느니 하며, 우리의 전통문화로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며 가르치고 배웠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현실이 비일비재한건 다 알고 있잖아요. 전통도자기나 현대도자기를 작품으로 보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데 이처럼 인색한데 말입니다.
이젠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고, 지닌 가치도 인정할 줄 아는 문화시민으로 거듭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손 작업으로 하나하나 다지며, 성형하고, 유약을 바르고, 가스건 장작 불이건 굽는 힘든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은 컵, 그래서 소중한거지요. 매끄럽지 않고 다소 거칠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또한 매력이거든요.
예쁜 컵이나 실용적이면서도 나만의 생활도자기를 구입하고 싶다면 여주도자세상으로 오세요. 아니면 이천 사음동, 사기막골에 가보면 도예가들이 만든 생활도자기는 물론 전통 방식의 청자와 백자도 즐비하건든요. 그 다양한 형태와 색감의 매력에 푹 빠져보세요. 그러면 컵 하나에도 행복이 가득찹니다.(계속 여주도자세상 소개)
'도자기, 천 년을 품었다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천도자기축제, 그 현장을 미리 가봤더니 (0) | 2013.09.24 |
---|---|
얘들아 이천세라피아로 놀러 가자. (0) | 2013.07.05 |
도예가 한 도현, 미국 무대에 데뷔해 화제 (0) | 2012.07.23 |
다시 문을 연 해강도자미술관에 가보니 (0) | 2012.05.16 |
도토리공방에서 내 시선과 발걸음을 멈춘 이유? (0) | 2011.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