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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여기가 좋아

눈 내린다는 날 바닷가로 여행을 떠났다(2)

by 이류음주가무 2012. 1. 5.
바다 쪽으로 눈보라와 파도는 거세집니다.

항구는 잠잠하지만 이천 갈 생각하니 조바심 일어 그만 발길을 옮기게 합니다.

다행이 눈은 도로에 닫자마자 녹아버렸는데요. 
그래서 경포대로 향하지 않고, 회센터 바로 위쪽 주문진 등대가 있는 방향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바다는 희고 검게 울렁거렸습니다..

차를 세우고 바다를 보니, 바위 위에 갈매기 한마리가 꿈쩍않고 주위를 둘러보는데요.
저녀석 날 때 셧터 눌러보자고 기다려도 지금 상황을 즐기는 모양입니다.
마치 자기가 군자인양 말입니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몰려오고 다른 갈매기들이 날아오르내리길 반복 드디어 자리를 힘차게 뜹니다.

등대 아래에 있는 가로등과 갈매기가 함께 나르는 착각이 들 정도 바다는 갈매기는 가로등은
주문진을 상징합니다.

발가벗은 물고기에 해풍과 눈보라는 측은한 마음조차 없나 봅니다.

경포대로 향합니다.

거세지는 눈보라를 헤치고 신리하교를 지나 
영진리에 이르니, 
바위 위로 세찬 파도가 더욱 맹렬히 돌진해 포효하지만
새들은  유유자적입니다.

그때 재미있는 광경이 잡혔습니다.

분명 저 새들은 암수겠지요.
혹여 꼬득여 볼까하고 일정한 거리를 둡니다.

살짝 시선을 돌리면서 유혹을 하지만 심지가 굳은 이쪽 녀석 미동조차 없습니다.

마침 밀려오는 파도를 핑게로 놀란양 살짝 녀석에게 조금 더 다가갑니다. ㅋㅋㅋ

둘이 어떤 사랑을 나누건 관여할 바 아니어서 피했습니다.

그 뒤는 상상에...
 

경포대에 이르니 싸락눈으로 변해 걱정입니다. 도로가 더 미끄러워졌으니까요
겨울 바닷바람에 검어진 소나무가 흰 눈에 백기투항한 모습입니다.

바다는 더욱 검고 푸르고,
아이와 부모는 반대방향으로 걷습니다.

한 무리 관광객들도 바다를 향해 다양한 포즈를 취합니다. 
바다와 파도, 눈은 이들을 받아들입니다.

답답해 했던 딸도 마음이 풀려 이 세상처럼 즐거운가 봅니다.

경포대 입구를 내려오는데 차가 조금 미끄러지데요. 시내로, 고속도로 입구로 올수록 눈은
줄어들고 강릉휴게소 지나니 여긴 동해안이 아닌듯 오전 그대로더라구요.


결국 동해안에만 눈이 왔다는 그래서 바다와 눈, 파도, 그리고 새들과의 만남이 남다른 날이었고,
무엇보다도 울 딸이 기분이 좋아졌다는 딸과 아빠와 함께 한 눈오는 날의 바닷가 여행. 지금 바로 출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