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 나는 이렇게 담다

만항재 얼레지, 바람난 여인과 홀아비의 동거라니......

by 이류음주가무 2014. 5. 8.

연휴가 길었다.

할 일도 또 많았다.

 

바람난 여인(얼레지)을 만나러 만항재에 가는 일도 그중 하나다. 때마침 한겨레 신문에 만항재에 얼레지가 만개했다는 사진이 실렸다. 간절한 마음으로 달려갔다. 그만큼 얼레지가 보고 싶었고 그리웠다. 매년 그랬다.

 

중간에 잠깐 머물렀다.

바람은 세차게 불었고, 해발 1,000m 넘는 곳이라 기온은 낮고 쌀쌀했다. 

초록으로 물든 산은 바람에 춤을 추면서 빛을 따라 흔들렸다.  

다시 달려간 곳은 눈에 많이 익은 곳이었다. 지난해에도 다녀왔다. 그때는 한여름이었다. 만항재에서 야생화 축제가 열리던 시기였다.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만항재 주변을 뒤덮었다. 그 한가운데에서 누군가가 피아노를 연주했다. 산상 연주의 그 아름다운 선율이 기억으로 되살아났다.

 

만항재에 도착할 무렵 이미 누군가는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엎드려 피사체를 주시하고 있었다. 앞을 보고 운전해야하는 데 시선은 산 중턱 도로 옆으로 만 쏠렸다. 그런데 거기에 그 여인이 요염한 자태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여인도 아니고 무수한 여인이, 무수한 아름다움과 자태를 노골적으로 뽐 내며 부끄러운 듯 살면시 고개를 숙이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얼레지의 꽃말은 '바람난 여인'이란다. 예뻐서 그런가 판단했다. 누군가는 치마을 들어 올린 모습이라 그리 붙여졌다고 했다. 좋아하고 그리워하며 보고파 했던 이유는 그런 꽃말과 전혀 상관이 없다. 

 

그 여인을 쉼없이 바라봤다. 이리보고 저리보고 밑에서 보고 위에서 보고 보고 또 봤다. 그리고 다시 봤다. 볼 수 있는 한 많이 자세히 오래 봤다. 이 아름다움을 어찌 소홀히 담을 수 있겠는가?

 

 

 

 

 

 

 

 

 

 

 

 

 

 

한참을 보고 있던 중 재미있는 사실, 아니 충격적인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청순한 이미지의 하얀 꽃이 얼레지 주변에 의외로 많이 자란다는 사실이다. 개별꽃이야 익히 알던 꽃이라 넘겼지만 바람꽃 같은 하얀꽃이 엘레지를 감싸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피어 있었다.  왜 그 꽃이 충격적이었을까.

 

 

 

 

 

 

왜냐하면 꽃이름이

그 유명한 '홀아비바람꽃'이다. 

 

헐!!!!!!

 

바람난 여인(얼레지)과 홀아비바람꽃의 야릇한 동거라니......

웃어야 할 지 대략 난감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노골적인 구애를 벌이는 바람난 여인과 홀아비도 있다는 사실이다.

 

마주보는 시선은 느끼할 정도로 정말 그윽하고 질투까지 난다.  

 

자연!

역시 그들만의 위대한 조화와 배려가 있는게 아닌가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자연의 순리를 거스리지 않고 사는 야생화의 모습이 아름답고 애처럽고 때론 위대하다고 느껴진 하루였다.  

 

2014. 5. 3. 만항재에서 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