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 여행, 여기가 좋아

바다가 그리워 아내와 남애항에 갔다.

by 이류음주가무 2012. 10. 5.

개천절 날 아내와 함께 양양군에 있는 남애항을 다녀왔습니다.

전날 숙직이라 깊은 잠도 못자고 강원도로 달렸지요. 

아내의 시선은 바다였고, 나는 풍경이었습니다.  

영동고속도로 법면에 수줍게 핀 구절초 등 야생화가 바다보다는 솔직히 좋았으니까요. 하지만 마님의 심기를 살펴야하는 머슴처럼 아내를 우선 챙겨야하는 막중한 책무를 띠고 운전했습니다. 이른 아침 머리를 감던 중 군에 복무하고 있는 아들에게 전화가 왔었는데 그만 받지 못한 아쉬움이 짖게 남아 있었거든요.

 

평창휴게소에서 감자 한 접시를 사 먹고 도착한 곳이 주문진 바로 위 남애항입니다. 동해고속도로 양양 방면으로 가다가 현남IC에서 나와 바닷가로 직진 후 바로 좌회전했지요. 

 

해변을 따라 다른 차량이 추월하던 말던 천천히 몰았고, 풍경을 담기 위해 잠시 멈췄습니다.  

 

 

 

 

바다는 깊은 침묵에 잠겨있는 듯 쪽빛처럼 푸르렀고, 갈매기는 무리지어 오수를 즐기더군요. 밀려오는 파도에 아랑곳 하지 않았고,사랑을 구하는지 노래를 부르는 놈도 있었습니다. 

 

갯바위에 핀 구절초(?)는 해풍으로 옹기종기 만개했지만 자태만은 당당하며, 모진 바람을 이겨낸듯 빛나면서도 밝았습니다. 

작고 조용한 남애항은 소박했지만 바다는 은갈치처럼 푸르게 반짝였습니다. 

 

 

 

 

강원도 3대 미항 중에 하나지만 그 명성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습니다. 

항구를 찾은 시간이 조용한 오후였으니까요.

 

부두를 오가는 이가 많지는 않았지만 항구에 정박 중인 배안에서는 늘 만선을 기원하듯 어부의 손길이 천천히 느리게 그리고 꼼꼼히 움직이며 바다는 미세하게 물결이 일어났습니다.

남애항의 상징처럼 보이는 작은 산봉우리 위에 서 있는 소나무는 홀로 높습니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소나무는 남애항의 기쁘고, 슬펐던 역사와 삶을 바다와 함께 겪어왔겠지 싶습니다. 

 

횟집은 저마다 둥글고 네모진 사연으로 당신을 기다립니다. 우리가 찾은 집은 10호점으로 자연산 우럭을 주문했죠.(맛집 별도 포스팅 예정) 홀로 세워놓여진 자전거도 누군가를 기다리듯......   

 

 

 

회는 싱생했고 청하는 맑고 시원했지만 아내의 얼굴은 이내 붉으스레 달아올랐습니다. 

 

어죽으로 맛나게 마무리 후 방파제에 오르니 낙시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저마다 짜릿한 손맛이 그리워 그 맛을 느끼고자 찾았듯이 또 누군가는 바다와 바람과 바램을 갖고 찾은 남애항은 사연을 갖고 온 사람들을 따듯한 가슴에 품을 듯 둥글게 팔을 벌려 서는 형상입니다. 

 

 

  

  

아내도 등대를 향해 하나의 소원을 가슴에 담고 천천히 바다를 응시하며 걸어갑니다.

나는 그의 등을 보며 다라갑니다. 어쩌겠어요.

 

 군에 간 아들과 집 떠나있는 딸을 둔 어민걸요.  

누군가에게는 길인 등대는 만선의 희망을 안고 바다로 떠났던 이들이 꿈을 놓아버리지 않도록 방파제 끝에서 바다를 향해 희망의 불빛을 쏘아 내듯 붉게 서 있습니다.   

 

 

 

등대에는 사랑을 약속한 문구가 어지럽게 그려져 있지만 일년도 못갈 사랑일지 모를 눈멈으로 어디 보이겠어요. 오직 지금은 사랑이 등대의 역할보다는 우선이란 사실에 집착할뿐이죠. 

바다가 점점 짙어지고, 항구의 등대 그림자가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은 물론 차량의 움직임 또한 느릿하게 움직입니다. 그사이 우리도 등대를 저만치 두고 이미 빠르게 이천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