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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와 성당을 찾아갔네

[성지순례][디딤길] 천진암성지에서 산북성당까지 걷다(2023.5.6.)

by 이류음주가무 2023. 12. 10.

비가 많이도 내렸다. 망설였지만 누구도 순례일정을 물어보거나 그만두겠다는 교우들은 하나도 없었다. 경강선 전철을 타고 광주역에서 내렸다. 역 앞에서 천진암까지 시내버스를 이용했다.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약속된 시간에 모두 모였다.

 

오늘은 한국천주교회발상지인 천진암 성지에서 산북성당까지 걷는 날이다.  

 

비가 오는 상황에서 성지순례는 시작됐다.

 

오늘은 앵자산을 넘는 가장 힘든 코스였다. 혼자 앵자산을 넘기도 어렵다. 출발 때부터 바람은 강하게 불었다. 비는 계속 내렸다. 길은 가파르고 거칠었다. 경사진 길에 낙엽이 쌓여있어 미끄러웠다. 

 

 

거친 숨을 내쉬며 오르고 오르니 앵자봉에 닿았다. 주변에서 가장 높은 산중에 하나다. 사방을 둘러보니 풍경은 놀랍도록 아름다웠다. 비가 내리고 구름이 덮어있어 약간은 어둑했지만 산은 장관이었다.

 

 

앵자봉을 내려오다가 두어 번 미끄러졌다. 창피했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일행 중 다수가 엉덩이에 진흙이 묻어 있었다. 길 찾기도 쉽지가 않았다. 계곡을 내려오니 여기저기 파여 있었다.

 

 

모두는 산북성당에 무사히 도착했다. 산북성당은 다른 성당보다 건물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이매역으로 가는 임차버스에 올라탔다. 우리 부부와 곤지암이 집인 한 교우 때문에 곤지암역으로 버스가 조금 돌았다.

 

 

산북성당까지 13km의 거리는 짧았지만 힘들었다. 4시간 조금 더 소요됐다. 힘든 상황을 이겨냈다는 생각에 마음은 기쁨으로 충만했다.  함께 더불어 걷는 사람들이 좋았고, 순례의 목적도 충분히 이룬 듯했다.

 

 

오늘 하루가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