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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다

세종대왕과 효종대왕이 만나면 무슨 얘길할까

by 이류음주가무 2012. 8. 16.

조선조 제4대 세종대왕은 가장 칭송받는 임금으로 평가받고 있는 왕으로 그분의 능이 여주 능서 왕대리에 있지요.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그곳으로 봄가을 소풍을 두 시간 이상 걸어서 가곤했죠. 영릉 인근에는 미군부대가 주둔해 있었는데 철조망 너머의  미군들을 신기하고 겁먹은 눈초리로 처다보곤 했었지요. 철조망 너머로 초코렛 등을 던져주면 서로 손에 넣으려고 몸을 던졌던 기억도 나고요. 오래전 철수한 그 부대는 우리 군으로 배치했습니다만......  

 

세종대왕릉 옆에는 제17대 임금인 효종대왕릉이 함께 자리잡고 있는데요. 몇 년 전 유네스코가 탁원한 보편적 가치를 갖춘 유산으로 평가해 모든 왕릉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했죠. 사는 곳과 가까이 있다보니 종종 들리는 곳인데요. 오늘은 두 영능(英陵, 세종대왕릉과 寧陵, 효종대왕릉) 사이를 오고 갈 수 있는 걷기좋은 길을 소개하렵니다. 

대부분 방문객들은 세종대왕릉으로 입장할 경우는 많은데요. 그럴 경우 이 걷기좋은 길을 간과하기 쉽죠. 그러나 효종대왕릉을 먼저 볼 경우는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재실을 지나 홍살문 못 미처 왼쪽으로 오붓한 산 길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이 길이 세종대왕릉과 연결하는 걷기좋은 역사의 길(?)이죠. 

 

두 능 사이 거리가 720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천천히 걸어도 10 -12분정도 소요되지만 세종대왕과 효종대왕 사이의 긴 역사를 생각한다면 결코 짧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두 대왕 사이에는 거의 200여년의 역사의 간극이 있으니까요.

 

초록으로 물들기 시작한 5월말부터 단풍이 절정인 10월말까지만 개방을 하는데요. 아쉬운 것은 겨울에는 개방을 하지 않는다는 규칙입니다. 물론 산불 등 화재 위험성 때문에 금지하겠지만 한겨울 눈이 소복히 내릴때, 혹은 쌓여 있을때 걷는다면 더 좋을 듯해서요. 

 

한여름 비포장 도로에 풀들이 도토리 키재기 하듯 자랐을 때 걷는 재미도 나름 의미가 있고요. 가을 온몸을 휘감는 서늘한 바람이 불때면 긴 역사를 지켜 보았던 소나무의 솔잎과 상수리나무 잎이 지는 소리도 느낄 수 있지요. 무더운 여름 나무 사이로 물고기 비늘처럼 빛나는 햇볕도 나그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고요.  

수백년 됐을 법한 소나무의 장대함에 인간의 나약함이나 졸렬함에 대해 반성하면서 걷다보면 어느새 세종대왕릉이 장쾌하게 나타나죠. 정자각 앞  어도를 따라 걸어도 좋고 아니면 둘레를 따라 걸어도 좋은 이곳에는 특히 소나무가  하늘 높이 치솟아 있어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듯 하지요.  

 

 

 

 

박물관이나 야외에 전시된 천측기구 등에도 발걸음을 잠시 멈춰보고요. 이어 세종대왕릉을 나와 효종대왕으로 가는 또다른 길로 향합니다. 

전에는 자동차가 통행하는 도로였었는데 지금은 걷을 수 있는 길로 변경했지요. 그길로 곧장 가기보다는 다시 숲길로 들어가 돌면 상수리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숲을 또 지나게 되죠. 늦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에 넋이 나갈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기도 해 이 때만되면 능보다는 이곳만 찾는 이들도 많지요. 어느 덧 고개를 넘어서면 효종대왕릉 출입구가 나오고요.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다시 온길을 되돌아갈 수도 있고요.  

 

 

효종대왕릉에서 구입한 표로 세종대왕릉까지 입장이 가능하거든요. 세종대왕릉은 매주 월요일은 휴무인데요. 휴가철인 7-8월에는 임시로 개방한답니다. 

 

위치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 왕대리 산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