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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정말 잘 살다

외박 나온 이등병 아들과 포천에서의 1박 2일

by 이류음주가무 2012. 8. 28.

아들 면회계획이 당일 면회에서 1박2일(8월 18, 19일)로 갑자기 변경됐다.

 

수송부대 선임들의 권고가 있었단다. 집사람도 카페에서 추천한 팬션의 남은 방 하나를 바로 예약했다. 휴가철이라  가격이 비쌌지만 더 검색하다가는 이마저 놓칠 염려가 있어서다. 

 

아내는 아들에게 먹일 몇 가지 반찬만 준비했다. 일동에도 슈퍼가 있으니 나머지는 거기서 구입하는 게 오히려 현명하다는 사실을 두 번의 면회로 터득했기 때문이다. 

 

이천에서 포천을 가려면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구리에서 퇴계원, 진접 등을 지나야한다. 아홉시까지 왔으면 해 서둘렀지만 토요일이라 구리에서 진접까지 도로는 지체와 서행이 반복됐다. OB베어스타운을 겨우 지나니 한가하다. 비가 내리는데도 과속하는 나에게 천천히 가잔다. 아들이 근무하는 부대에 가까올수록 나도 마음은 조급해졌다. 자대 배치 후 첫 번째 면회이자 면박인 이유에서다. 

 

뉴아이패드 올레네비로 일동 또래오래 치킨집을 목적지로 설정해 놨지만 당초 검색했던 지도 위치와는 다르다. 아무래도 잘못 설정한 듯하다. 현명한 집사람이 까페의 이름에 나오는 낭류대교로 급히 설정해 놓고 더 빠른 속도로 달렸다. 드디어 교량을 지나니 그 유명한 치킨집 간판이 저만치 보였다. 확인보니 일동이 아니라 이곳은 이동, 또래오래 이동점이었다.

 

위병소에서 면박신청서를 작성하고 조금 기다리니 보고싶던 아들이 환하게 웃으며 나왔다. 얼굴이나 팔뚝이 구릿빛으로 변해있었다. 아내와는 반가운 포웅을 하고 나는 손을 잡았다. 

 

아침을 거르고 나온 아들과 식사를 하러 무봉리순대국집 본점으로 향했다. 그곳은 야수교에서 팔려갈때(?) 그곳을 지나가다 아들이 본 기억이 있어 찾아간 곳이다. 다른 지점과 별 차이가 없는 순대와 순대국을 먹고 일동 슈퍼로 가 쇼핑 후 예약한 팬션으로 향했다. 거기엔 면박 온 다른 부모도 이미 있었다. 카페를 개조해 만든 팬션으로 다른 방은 창 너머로 시원한 바람도 들어오고 야외 경치도 볼 수 있었지만 우리가 묶었던 숙소는 안쪽이라 답답했다.

 

늦게 점심을 한 후 아들보고 나가자니 오늘은 그냥 쉬겠단다. 물론 나는 아들을 이해를 했지만 아내는 서운한 눈치다. 아내와 둘이 나와 몇 곳을 찾았지만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산정호수로 향하다가 평강식물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팬션과 별장 등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이 평강식물원이 있는 곳이다. 입장료는 6천원 남은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 비가 조금씩 내려도 관람객이 제법 많다.

 

평강식물에서는 드라마가 많이 촬영됐다. 이미 종영된 공유 주연의 '빅'부터 '내마음은 들리니' 그리고 최근에 시작된 '아랑사또'까지. 아랑사또의 드라마 셋트장은 환상적이다. 비록 조화로 꾸몄지만 사진이나 화면으로는 제법 아름답게 실물처럼 보일 듯하다. 

용인 한택식물원과 비교했을 때 동일한 입장료지만 평강식물원이 낫다는 평가는 집사람과 일치한다. 아내와 한 시간 반 동안 곳곳을 렌즈에 담고 나왔다.  

숙소로 와 서둘러 저녁을 먹고 처음으로 아들과 자동차 극장에 갔다. 전지현, 김혜수 등이 주연하는 '도둑들'이다. 두 시간 동안 아들과 함께 불편한 욕설도 재미있게 웃으며 듣고 봤다. 아내가 틈틈히 깍아주는 장호원복숭아도 먹어가면서 스크린 속으로 빠져들었다.

 

숙소로 돌아온 아들은 맥주를, 집사람과 나는 일동막거리를 마셨다. 두어 잔 들어가니 온몸이 가렵고 붉어지면서 불편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혼자 다 마셔도 끄덕 없던 나지만 오늘은 새벽부터 이리저리 운전을 해서 그런지 피곤했다.   

 

다음 날 늦게 기상했다. 아내는 일찍 일어나 30여분 산착했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곳이라 위험하지는 않았으리라. 식사 후 팬션주인께 몇 시쯤 방을 뺄까 물으니 귀대할 시간(오후 7시)까지 있어도 좋단다. 콘도보다 나은 점이 바로 퇴소시간이다. 귀대 시간이 오후 여덟시니 여기서 저녁까지 먹고 가면 되기때문이다. 시간은 여유롭다.

 

아들과 산정호수를 갔다. 산정호수 산책 후 특히 군장병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먼저 산정호수에 도착하니 맑지는 않지만 시원스레 물이 쏟아지고, 옆으로 호수산책로가 있어 올라갔다. 내리던 비가 그쳤지만 높은 온도와 습도 때문에 땀이 비처럼 흘러내렸다.   

곧 바로 내려와 호수 둘레를 천천히 드라이브하고 도착한 곳이 산정루라는 중국집이다.  

불로그나 까페에 보면 면회왔다가 맛있어 다시 찾는 곳으로 이름이 나 있다. 내부는 단정하면서도 품격이 있는 맛집이라는느낌이 풍긴다. 사천탕수육 작은 거(13,000원)와 짜장면(5,000원)을 주문했다.  

사실 사천탕수육은 처음 맛본다. 이런 맛인가 하고. 음식은 깔끔하고 맛은 매콤 달콤하다. 잔밥을 늘 먹던 장병들에겐 입맛을 되찾게 할 요리같다.

 

주방에서 손수 쳐서 만든 짜장면은 면발이 조금 굵지만 한없이 부드럽다. 맛은 담백하며 오래도록 깊게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양은 곱배기처럼 수북하다. 이런 맛이니 나중에 또 오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유원지 주변에서 이 정도 가격이라면 착한가게 측에도 낄 수 있겠다.  

식사 후 갈 때는 아들이 부대 앞 쪽으로 가잔다. 부대 인근에 국토해양부에서 지정한 아름다운 길이 있어서다. 부대 앞을 지나 하천변 도로를 따라 달렸다. 차량은 많지 않고 조용하며 한여름의 푸르름이 아름답다. 예쁜 카페와 팬션도 산과 강 주변을 따라 손님을 기다린다. 다시 면회온다면 이쪽으로 숙소를 정하리라 마음먹었다. 아들은 선임과 약속이 있으니 세시 반까지 일동에 데려달란다.  

청소 후 나와 아쉽게 아들을 보냈다. 여덟 시까지 귀대하면 되는데 선임과 좀 놀다 들어간다며 우리보고 먼저 출발하란다. 아내가 서운한 표정이지만 이천에 도착하니 채 두 시간도 안걸렸다. 저녁 후 어제 먹던 일동막걸리를 마시는데 1박 2일 동안 보고 왔는데도 허전하다며 아내가 또 눈물을 질질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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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루 :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 506-7(전화 031-533-7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