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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그 기억을 담아

아내와 떠나 서유럽 여행, 바티칸에서 로마로

by 이류의하루 2013. 7. 10.

4.29. 월요일. 본격적인 로마 여행이다.

아침식사 후 바티칸으로 출발했다. 가이드가 몇 시간 동안 줄을 서 있을 수도 있다는 말에 걱정은 됐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 서 기다리고 있었다.  

 

 

러시아 관광객이 새치기하는 바람에 잠시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복잡하고 지루함속에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 하얀 보자기를 둘러쓰고 여행객들의 가방을 노리는 집시들. 그런 틈에서 줄서기를 2시간, 드디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시국가 바티칸시국에 입국했다. 

지난 3월 베네딕도 16세 교황께서 퇴위하시고, 콘클라베가 열려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추기경을 266대 교황으로 선출했는데, 입국장에서 그분의 사진을 봤다.  

계단을 타고 입국하니 바로 지상1층이다. 베드로대성당의 돔도 보인다.   

 

솔방울 정원 안에 있는 시스티나성당 내부의 프레스코화 안내판 앞에 모여 가이드의 설명을 먼저 들었다. 따가운 햇볕 아래에서 긴 설명을 듣기는 힘겹다. 설명이 끝나자 솔방울모양의 청동조각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금빛 공 모양은 환경이 파괴돼 가는 지구를 형상화한 것인데 손으로 돌리면 돌아간단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바티칸박물관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시스티나성당은 관람객수를 제한하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계속 빙글빙글 돌다가 늦게 들어갈 수도 있는데, 사람이 정말 많아 우리도 두 번이나 못 들어가고 그냥 지나치게 됐다. 바티칸에 가면 그냥 밀려들어갔다가 밀려나온다 하더니, 우리 상황이 그와 똑같다.

 

뒤에서 밀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집중해 볼 수가 없다. 가이드는 우리일행을 놓칠까봐 앞서가지도 말며 뒤쳐지지도 말라고 당부한다. 잘못하면 미아가 되기 십상한 곳이다.

 

조각상들이 전시돼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바티칸박물관의 시초가 되는 벨베데르의 안뜰, 팔각형으로 돼있다. 이어 원형의 방,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 성녀 헬레나의 방, 지도의 방, 라파엘의 방 등등. 관광객들이 워낙 많이 구석구석 살피기는 어렵지만 보이는 모든 것이 작품이다. 천정도 벽도 기둥도 바닥도 모두 말이다. 

 

 

 

 

 

 

 

세 번째로 시스티나성당 입구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입장이 허용됐다. 이 성당은 평소 교황께서 미사를 집전하시고, 새 교황이 선출될 때 콘클라베가 열리는 장소다.

 

성당 내부 천정화와 벽화에 대한 설명을 솔방울정원에서 듣고 들어왔지만, 하마터면 그 작품이 여기에 있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무심코 감상만 하고 나올 뻔했다. 성당 안에 사람은 가득했다. 

 

 

성당 안에서 몇 가지 제한사항이 있었다. 빛에 의한 색채 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사진촬영이 금지됐다고 하는데, 색채복원 작업 시 일본의 지원이 있었기에 일본방송사 NHK에서만 촬영을 독점한다나.

 

밀려나오다시피 지나온 시스티나성당에 대한 미련은 많지만 위대한 화가 미켈란젤로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간직하고 박물관을 나왔다.

 

성베드로대성당이다. 밀라노나 피사에서 봤던 두오모성당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웅장하다. 2층 가운데 테라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문을 열고 나오실 것만 같다.  

베드로 광장을 잠깐 내려다보고는 우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베드로대성당 안은 넓고 웅장해 박물관 같은 느낌이다. 자유 관람을 허용해 아내랑 함께 돌았다. 아내는 베드로성당에서 성수를 이마에 찍고 성호를 그었다. 표정이나 감회도 남다른가보다. 누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아니랄까봐서 말이다. 하기야 여기가 세계 가톨릭의 중심부 바티칸, 그것도 베드로 성당이 아닌가. 허용한 자유 관람 시간은 끝나갔다. 아내는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오늘 무슨 행사가 열리는지 광장에 의자가 빼곡히 놓여있다. 베드로성당에 푹 빠져있다 보니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니 모두들 지친 표정이다. 집사람만 신났다. 

 

 

 

 

 

 

 

 

 

 

 

바로 이탈리아 로마로 국경을 넘었다.  

로마 시내에 위치한 현지식당에서 이태리 할아버지께서 직접 서빙해주신 맛있는 스파게티와 고기, 샐러드로 점심을 먹었다. 

 

로마투어는 옵션으로 벤츠관광이 마련돼 있었으나, 파리에서 이용한 몽마르트 언덕 관광 옵션가가 생각보다 비쌌다는 결론으로 로마 벤츠옵션은 하지 않기로 했다. 로마 시내는 함께 걷기로 했다.

 

우리 팀 12명은 걷고, 나머지 일행은 현지 가이드와 함께 벤츠관광으로 로마 속으로 들어갔다. 

 

우리 버스는 트레비분수 인근까지 이동했다. 여기서는 본젤라또 아이스크림을 사먹어야 한단다. 볼일을 보려면 말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왔던 트레비분수다.  

 

 

 

 

 

 

 

 

 

트레비분수는 멀리 떨어진 산악지대로부터 만들어진 지하수로를 통해 물이 공급된다는데, 무려 2천 년 전에 만들었단다. 길이도 22Km나 된단다. 옛날 아그리파 병사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상수원을 찾아 헤매고 있을 때 아리따운 처녀가 신기루처럼 나타나 그들을 데리고 가서 어느 땅바닥을 가리켰는데, 그곳을 파보니 물이 콸콸 쏟아졌다나. 그래서 이 수로를 처녀수로라고도 한단다. 트레비분수는 1762년 완공됐다고 하니 약 250년 전이다.

 

사람들이 정말 많다.

 

동전을 한 번 던지면 로마로 다시 올 수 있고, 두 번 던지면 사랑이 이루어지고, 세 번 던지면 지금 만나는 사람과 헤어지게 해준단다. 등을 돌리고 서서 동전을 오른손으로 잡고 왼쪽 어깨너머로 연못을 향해 던지는 것이다. 아내는 앞으로 더 사랑하며 살기를 바라며 두 번 던졌다. ㅋㅋ

 

트레비분수 인근을 산책했다.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 정말 많다. 특히 이태리 가죽으로 만든 앙증맞고 예쁜 가방이 많다. 중국인들이 이태리 현지에 공장을 차려 만든 기념품이란다.

 

우린 마님과 따로 돌았다. 생맥주집에서 한 잔씩도 마셨다.

 

이제 본격적으로 고대 로마 역사의 현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스위스에서는 모두 그림 같더니, 이곳 로마는 건물들이 예술작품처럼 보였다. 골목 사이를 걷는 것도 참 즐겁다.  

베네치아 광장이다. 로마 교통의 중심지로 6개의 주요도로가 사방으로 뻗어있다. 광장 정면에 '하얀 웨딩케이크'라는 별명을 지닌 비토리오 엠마누엘2세 기념관이 있다. 엠마누엘2세 국왕의 기마상 아래에는 제1차 세계대전의 무명전사 묘가 있다.  

 

 

 

다음은 고대 로마 신전의 거대한 기둥들이 우뚝우뚝 서있는 곳, 포로로마노다. '로마인의 광장'이라는 의미가 있는 로마인의 생활 중심지로, 사법, 종교, 정치 등이 활발히 전개됐던 곳이다. 팔라티노 언덕에 자리 잡은 포로로마노에는 현재 원로원, 로물루스 신전, 2개의 개선문 등 고대 로마 역사의 유산이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아직도 발굴 작업은 계속되고 있단다. 

 

 

 

드디어 콜로세움이다.  

 

 

어릴 때 흑백 TV로 시청했던 영화 '벤허'의 전차경기 장면이 생각났다. 박진감 넘치는 말발굽 소리와 채찍을 내리찍는 소리, 관람객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거대한 원형경기장 콜로세움은 높이가 48m에 달하며, 5만5천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단다. 한때 로마제국이 정치적으로 힘든 시기에 시민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릴만한 대형 이벤트가 필요하면 이곳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경기를 자주 벌였다고 한다.  

 

 

 

 

콜로세움과 팔라티노 언덕 사이에 서 있는 개선문이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이 개선문은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과 말만 통행할 수 있었단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갔다.  

 

로마에서의 일정도 끝나간다. 전날 들렀던 한국식당에서 저녁은 김치찌개다.

 

로마에서의 두 번째 밤이다. 바에서 맥주 한 잔씩 하며 갈증과 피로를 풀었다. 이제 4일만 자면 돌아간단다. 아니 벌써??? 비행기가 하얀 구름을 만들며 어디론가 비행하고 있다. 어딜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