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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기억을 담아

아내와 떠난 서유럽 여행, 파리에서 인터라겐으로

by 이류음주가무 2013. 6. 18.

4.26.(금). 여행 3일차. 파리에서 두 번째 밤을 보냈다. 모닝콜이 5시에 요란하게 울렸다. 서둘러 식사하고 체크아웃. 오늘은 루브르 박물관을 관람한 후 TGV 열차를 타고 스위스로 넘을 예정이다. 

짐 가방을 끌고, 버스에 올랐다.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 사람들은 바쁘다. 자전거 타는 시민들도 눈에 띄지만 다른 유럽 도시와는 비교적 적은 느낌이다.

 
중세시대에 요새였던 루브르는 왕이 기거하면서 궁으로 쓰였다. 루이 14세도 이 루브르궁에서 지내다가, 이후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옮겼단다. 그 이후 미술관이었다가 계속된 증축으로 세계3대 박물관으로 꼽힐 만큼 큰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단다. 

버스는 어느덧 박물관에 도착,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지하 주차장은 상당히 어둡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도, 관광버스들이 수 없이 주차해 있다. 버스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니 루브르 박물관의 드넓은 광장이 나타났다. 카루셀 개선문도 보였다. 전날 가 본 에투왈 개선문보다는 규모가 약간 작다. 

나폴레옹 1세의 승전기념으로 1808년 카루셀 개선문이 먼저 세워졌는데, 높이 15m에 불과한 이 개선문에 만족하지 못한 나폴레옹의 명으로 다시 에투왈 광장에 거대한 개선문을 세웠단다. 이것 말고도 라데팡스의 신 개선문이 있는데, 이 세 개의 개선문은 모두 일직선상에 있단다. 루브르 박물관 쪽에 서서 카루셀 개선문을 통해 보면 에투왈 개선문도 보인단다. 오늘 날씨는 약간 쌀쌀했다.  

루브르 박물관 경내의 유리 피라미드는 1981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이 발표한 대 루브르 박물관 계획 일환으로 건축됐는데, 고궁에 유리건축물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반대가 많았지만, 지금은 루브르의 상징이 될 만큼 아주 사랑받는 존재가 됐단다.   

 

이곳 역시 사람이 많이 모이는 만큼 소지품 관리에 또 비상이 걸렸다. 가이드의 주의하란 말이 이젠 잔소리처럼 들린다. 하지만 따를 수밖에 없다. 긴 통로를 따라가니 피라미드 속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이곳은 나폴레옹 홀로 매표소, 안내소, 우체국, 기념품 상점, 서점 등 서비스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1층 드농관은 조각 전시실이다. 가이드의 설명은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작품들은 내 사진의 피사체로만 보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그게 또 내 역할이었다. 

 

 

 

드농관 2층은 회화 전시실이다. 천사가 마리아께 성령으로 잉태하셨음을 알리는 장면으로 나름 해석한 성모마리아 수태고지 등등 전시된 작품들을 모두 보려면 아마도 며칠은 걸린단다. 다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1시간 30분인지라, 수박 겉핥는 식으로 빠르게 보고 나와야 했다. 그래도 집사람(요세피나)은 성경과 관련된 작품은 그에 담긴 내용까지 상상하며 보는 표정이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큰 그림은 파올로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잔치'다. 예수님이 갈릴래아 가나에 머무실 때 제자들과 함께 혼인잔치에 초대받아 갔다가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물을 포도주로 변하게 했다는 첫 번  째 기적의 장면을 표현한 그림이다.  

가나의 혼인잔치에 비하면 작품의 크기가 훨씬 작아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명작이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다. 역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앞 사람이 감상하고 빠져 나가야 경우 작품 앞에 다가설 수 있다. 이 작품은 1956년 신원 미상인 관람자가 작품에 산을 뿌려 손상을 입기도 했고, 같은 해에 볼리비아 인이 돌을 던져 모나리자 왼쪽 팔꿈치 부분에 손상을 입는 수난을 겪어 지금은 작품보호를 위해 특수방탄 유리관에 보관해 전시한다.  

 

회화 전시실을 나와 고대 그리스관으로 이동했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 BC 190년경의 작품으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날개 달린 승리의 여신 '니케'다. 1863년 북에게해의 사모트라케라는 섬에서 발견됐다. 전함 뱃머리에서 비상하는 모습으로 해전에서의 승리를 다짐하는 의미가 담겨있단다. 나이키 상표가 바로 니케의 날개 죽지를 본 떠 만들어졌다는데 역시 머리와 두 팔을 잃었다.  

그리고 BC2세기 말 헬레니즘 미술의 걸작 품이라 불리는 아프로디테(비너스)상. 신체의 황금비율인 팔등신의 아름다움이 잘 나타난 여성의 상징으로, 1820년 그리스의 밀로 섬에서 발견됐단다. 그래서 일명 '밀로의 비너스 상' 사실 우리에겐 이 명칭이 익숙하다. 

시간에 쫓기어 관람하고 출구를 향해 나오다가 마지막으로 본 작품이 루벤스의 '노인에게 젖을 물리는 여인'이다. 젖을 물고 있는 노인은 독립투사 시몬이고, 젖을 물리고 있는 여인은 그의 딸 페로인데, 출산한 딸이 형무소에 면회를 왔다가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버지를 살리려고 간수 몰래 젖을 물리는 장면이란다. 노인의 눈빛은 애처롭고, 딸은 애써 다른 곳을 쳐다보고. 아무리 아버지와 딸이라지만 이들의 심경은 어떠했을까? 

아쉽지만 루브르 전시실을 빠져 나왔다. 이제 프랑스 파리의 여정도 마쳤다.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향하기 위해 리용 역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리용역에서도 인천공항에서와 같이 또 다시 승차권에 문제가 생겼다. 공교롭게도 우리 부부의 좌석을 또 맨앞과 맨뒤로 떨어뜨려 놓았다. 서투른 보디랭귀지로 다른 탑승객과 바꿔 함께 앉아 가기는 했지만, 우리는 또 뒤로 앉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침묵(?)은 이어졌다.  

점심식사는 한식도시락으로 열차 안에서 당당하게 꺼내놓고 식사했다. 유럽은 소음은 용서할 수 없지만 냄새나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하단다. 우리 같으면 나는 둘 다 가능하지만 상대는 둘 다 절대 불가한 나라가 아닌가. 열차는 만원이었다.

 

프랑스는 높은 산간지역이 없다더니, 드넓은 대평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마침 유채꽃도 한창이라 노랑과 초록의 물결이 연속이다. 군데군데 포도밭도 보이고, 예쁜 집도 참 많다. 묵묵히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깊은 상념에 젖는다. 

파리 리용역에서 오전11시 58분에 출발한 TGV 열차는 프랑스 영토를 벗어날 때까지는 빠른 스피드를 자랑했지만 산간지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고속열차임이 무색하게도 속도를 내지 못한다. 산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부터 스위스 땅이 아니었을까싶다. 아름다운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는 탑승자들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훼손시키면서까지 TGV를 위한 고속철도를 건설하지는 않았다나. 철로 변에 있는 나무에 웬 겨우살이가 그리 많은지, 겨우살이 따고 싶다고 계속 야단들이다.
 
출발한지 약 3시간 후 스위스 로잔역에 도착에 도착했다. 로잔은 국제올림픽위원회의 본부(IOC)가 있는 곳으로, 로잔역사에도 오륜마크와 함께 'Lausanne Capitale Olympique'이라고 적혀있다. 버스를 이용해 로잔시내를 벗어나 알프스 산맥을 따라 고지대로 올라가니, 보이는 것들이 모두 달력 그림이다. 그 달력 속의 풍경들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그동안의 날씨가 그랬던 것처럼 스위스의 날씨도 괜찮다. 차창 밖으로 넓은 호수가 보이는데, 이 호수들은 비교도 안될 만큼 넓은 호수가 바로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레만호수'라 하는데, 문득 몇 년 전 중국 대리에서 봤던 이해호수보다 넓을까 궁금해진다.
 
호수의 물빛이 반짝거린다. 날씨가 궂을 때에는 물빛도 설산에서 내려온 물에 돌가루가 많이 섞여있어 회색빛을 띄는데, 날씨가 좋으면 돌가루가 모두 가라앉아 물빛이 옥색으로 변한단다.
  
호수를 끼고 내려가니 작은 도시가 나오는데, 우리의 목적지 인터라켄이다. 

 

 

 

 

이 도시 이름은 '두개의 호수 사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툰호와 브리엔즈호 사이에 위치해 있는 작고, 아름다운 도시다. 덴마크의 동화 작가 안데르센은 이곳을 알프스의 파리라고 했다는데, 알프스의 3대 영봉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가 나란히 있는 베르너 오버란드로 가는 관문이기 때문에 스위스에서 가장 각광받는 여행지란다.
 
공원에는 튤립과 수선화가 많이 피어있었다. 가로수의 생김새도 특이하다. 인터라켄에 도착해 잠시 주어진 쇼핑 시간이다. 스위스는 시계 산업이 발달돼 오메가를 비롯한 명품시계들의 원산지라서 그런지 매장에는 중저가의 일반시계부터 고가의 명품시계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영국에서 벌인 여행사 이벤트에 당천된 아내는 이곳 아미나이프 하나를 선물받았다. 

 

 

 

 

 

쇼핑 후 숙소로 향했다. 여행 4일차의 짧은 밤을 보낼 알프스의 호텔 'AESCHI PARK'에 도착했다. 눈앞에 펼쳐지는 설산과 호수와 푸른 초원이 마치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는 호텔식으로, 국수국물 같은 스프와 쇠고기, 파스타, 그리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다른 팀들에 비해 우리 12명은 참 잘도 먹는다. 

 

 

저녁식사 후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자 밖으로 나왔다. 각광받는 여행지니 주로 펜션이나 호텔이 많이 보이나, 분명 가정집도 있으리라. 풍경은 아름답고, 이곳 사람들은 과연 무슨 일을 하며 생활을 할까 궁금하다. 밖으로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말이다.  

 

 

 

 

 

 

이런 곳에 딱 한 달만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아내는 말했다. 일행들과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이 밤이 지나면 이 아름다운 곳을 떠나야 함을 아쉬워하며 잠을 청했다.